"암벽사고 구조땐 접근조차 어려울때 많죠"

박재영 기자(jyp8909@mk.co.kr) 2024. 3. 1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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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등산하기 좋은 나라로 꼽힌다.

김 대장은 "야간 산행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사고는 언제 발생할지 모른다"며 "특히 등산객이 많은 봄철과 가을철에는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다"고 했다.

특수구조대 업무는 사고 발생 시 탐방객을 구조하고 응급치료를 하는 일 외에도 안전시설 설치와 보수, 낙석 점검, 희귀 동식물 복원, 산불 진화, 안전 교육까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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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운 북한산 특수산악구조대 대장
청년때 산에 빠진 20년 베테랑
직장도 관두고 2년전 전업삼아
산악사고 가장 많은 북한산
클라이밍 국대출신 인력 구성
헬기접근 힘든곳 구조 다녀도
산은 알수록 겸손해야 하는 곳

한국은 등산하기 좋은 나라로 꼽힌다. 도심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등산로 입구에 도달할 수 있는 산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서울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북한산은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등산객이 방문하는 산으로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탐방객이 많으면 그만큼 사고도 잦다. 북한산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산악 사고가 발생하는 곳이다. 국립공원공단이 5년 전 북한산에 우리나라 최초의 특수산악구조대를 조직한 이유다. 탐방객의 안전을 위해 24시간 비상대기 중인 북한산 특수산악구조대의 김재운 대장(58)을 매일경제가 인터뷰했다.

북한산 특수구조대 사무실은 해발고도 440m의 인수대피소다. 일반 탐방객은 40분 이상 등반해야 도달할 수 있는 곳이다. 인수대피소를 거점으로 김 대장을 포함한 12명의 대원이 교대근무로 24시간 북한산을 지킨다. 김 대장은 "야간 산행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사고는 언제 발생할지 모른다"며 "특히 등산객이 많은 봄철과 가을철에는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다"고 했다.

특수구조대 업무는 사고 발생 시 탐방객을 구조하고 응급치료를 하는 일 외에도 안전시설 설치와 보수, 낙석 점검, 희귀 동식물 복원, 산불 진화, 안전 교육까지 다양하다. 특히 소방헬기의 접근이 어려운 암벽등반 코스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암벽등반과 구조작업을 동시에 해야 한다. 20㎏ 가까이 되는 구조장비를 들고 사고 지점에 접근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빙벽등반(아이스클라이밍) 국가대표 출신 등 실력이 검증된 인력으로 특수구조대가 구성된 이유다. 김 대장은 "대원들은 인명 및 산악 구조 자격증과 암벽등반 능력까지 갖춘 이들로, 모두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됐다"며 "한국 산악 안전의 최전선에서 활약한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장 역시 20년 경력의 등산 안전 전문가다. 그는 "20대 중반에 산에 빠져 전국의 명산을 순회했다"며 "제대로 등산을 배워보자는 생각으로 받았던 등산 안전 교육을 계기로 구조 활동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의 등산 교육시설인 한국등산학교 교육과정을 이수한 김 대장은 같은 곳에서 강사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등산학교 강사는 무보수 봉사직이다. 약 20년간 김 대장은 평일엔 직장생활을 하고 주말엔 강의 봉사를 했다. 그는 "산을 알아갈수록 자연 앞에 겸손해지고 안전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가 북한산 특수구조대 대장으로 부임한 건 2년 전.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산악 구조를 전업으로 삼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상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업무라 가족의 만류도 거셌다. 그는 "한시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고된 일이지만 산이 있어 버틸 수 있다"고 했다.

봄철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고는 저체온증이다. 증상이 심할 경우 의식을 잃고 생명의 위협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김 대장은 경고했다. 김 대장은 최근 발생한 위험천만한 추락 사고도 예로 들었다.

70대 노인이 비법정탐방로(샛길)를 이용하다 실족해 5m 높이에서 추락한 사고였다. 김 대장은 "머리를 크게 다친 상태에서 등산로와 먼 곳으로 떨어져 사고 지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119구조대까지 합류해 대규모 탐색 작전을 펼친 끝에 가까스로 환자를 찾아냈다"고 말했다. 그는 "산에는 통신 음영 지역이 많아 스마트폰 위치 추적도 쉽지 않다"면서 "사람 손이 닿지 않아 경치가 좋다며 샛길을 이용하는 탐방객이 간혹 있는데 아주 위험한 행동"이라고 경고했다.

[박재영 기자 / 사진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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