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회적 대화를 앞둔 노사정에 바란다

세종=양종곤 기자 2024. 3. 13. 17:4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해 대한민국 출생률은 0.72명으로 사상 최저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출생률이 1명 미만인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OECD 기준 일본이 41%, 프랑스가 47%, 미국이 58%인 것과 비교하면 유독 우리만 대기업 일자리 비중이 낮다.

공교롭게도 대기업 일자리 비중인 14%는 우리나라 노동조합 조직률과 같은 수치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덕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
양질 일자리 줄고 노사갈등 심화
경직된 노동법제와 이중구조 탓
허심탄회한 경사노위 논의 통해
노사정 협력 이끌 타협점 찾길
[서울경제]

지난해 대한민국 출생률은 0.72명으로 사상 최저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출생률이 1명 미만인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의 조사에서 미혼인 2030세대의 43%가 결혼할 의향이 없고 48%는 출산할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경제적 부담이 가장 큰 이유였다. 당연하게도 직장 만족도가 높은 집단(68.4%)이 낮은 집단(46.3%)보다 결혼을 하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그만큼 일자리가 결혼과 출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의미다.

청년은 대기업을 원하지만 대기업 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14%에 불과하다. OECD 기준 일본이 41%, 프랑스가 47%, 미국이 58%인 것과 비교하면 유독 우리만 대기업 일자리 비중이 낮다. 임금, 근로 여건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도 크다. 출산과 육아 대책이 쏟아져도 결국 그것은 14% 안에 든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되고 만다. 중소·대기업 간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노사정은 이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 문제는 이제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점을 출생률이 경고하고 있다. 지난 25년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 돌아볼 시점이다. 노사 모두 대화하려는 큰 노력 없이 모든 문제를 상대방과 정부의 탓으로 돌려버리기 일쑤였다. 물론 정부와 국회도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변화가 필요하고 변화의 주체는 노사정 모두가 돼야 한다. 시대가 바뀐 만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적어도 노사를 대표하는 단체라면 14%가 아닌 나라 전체의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마땅하다.

지금 우리 노동시장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급속한 산업 전환으로 인해 감소하고 소멸하는 산업과 업종이 생겼고 이 속에 포함된 기업과 근로자는 구조 조정과 노동 이동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생존이 달린 문제여서 노사가 협력해 대응하지 않으면 매우 힘든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 스웨덴의 말뫼는 코쿰스 조선소가 단돈 1크로나에 정리되는 등 대규모 구조 조정으로 도시 소멸 위기를 맞았지만 지금은 메디콘밸리가 있는 현대적 도시로 탈바꿈했다. 그렇게 된 데는 노사정 협력이 결정적 역할을 했음을 기억하자.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왜 기업이 직접 채용 대신 도급을 선택하는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 경직적인 노동법제와 갈등적인 노사 관계가 문제라면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기를 원한다. 이중 구조의 벽을 허물고 노력한 만큼 공정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그 사이에 존재하는 특권이나 무임승차는 미래 세대를 좌절하게 한다. 공교롭게도 대기업 일자리 비중인 14%는 우리나라 노동조합 조직률과 같은 수치다. 노동시장에서 누가 약자인지, 무엇이 전체 노동자를 위한 것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상당수의 근로자들은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연장 가산수당도 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다.

올 2월 6일 노사정 대표자들은 이런 문제들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다행스러운 일로 기대하는 바도 크다. 현재 회의체를 구성하고 있고 이달 내로 본격 논의에 들어갈 계획이다. 허심탄회한 논의가 되기를 바란다. 서로 타협점을 찾아 조금이라도 노사 간 간격을 줄여나가기를 기대한다.

세종=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