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가 대기실서 4시간 잠수”…셀리버리 임시주총 파행

석지헌 2024. 3. 1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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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 시간보다 3시간 50분 지나 등장
조대웅 대표 "안건 모두 부결" 주장
주주들 항의 쏟아져… 결국 해산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감사의견 ‘거절’로 상폐 위기에 놓인 셀리버리(268600)가 임시주주총회를 열었으나 결국 시작도 못하고 끝났다. 이날 주총장에는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를 향한 원색적 비난을 포함한 고성이 끊이지 않았다.

13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셀리버리 임시주주총회 현장에서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가 대기실에서 나오지 않자 주주들이 무대에 올라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사진= 석지헌 기자)
셀리버리의 임시주총은 13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오전 9시 30분에 열리기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파행을 겪었다. 시간 맞춰 주총장에 온 주주들은 한 시간이 지난 10시 30분이 돼서야 주총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셀리버리 측이 위임장을 받아온 대리인을 주총장에 입장시키는 것에 제동을 걸면서다. 이날 주총장을 찾은 주주들은 100명 정도로 추정된다.

힘겹게 주총장에 들어온 주주들은 또 다시 긴 기다림을 맞이했다. 임시주총 의장인 조 대표가 나타나지 않아서다. 2시간이 지나도 별다른 진전이 없자 주주들 불만이 쏟아졌다. 주주들은 “설명이라도 해라” “회사는 진행자도 없이 뭐하는건가” “2시간이 지났다. 누구 하나 말할 자신이 없는건가”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에 회사 측은 “의결권 집계를 하고 있어서 조금만 기다려달라” “잠시후 시작 예정이다”라고만 답했다.

조 대표는 결국 예정된 주총 시간보다 약 4시간이 지난 오후 1시 50분이 돼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주총 무대 뒷편 대기실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진다. 조 대표가 대기실에서 좀처럼 나오려 하지 않자, 몇몇 주주들은 대기실 문을 두드리며 나오라고 소리를 지르는 등 소란이 빚어졌다.

이날 주주연대는 조 대표와 백융기 사외이사의 해임 건을 상정했고 윤주원 주주연대 대표, 박수본 주주연대 부대표 등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올렸다. 셀리버리 회사 측은 현 이사인 김형을 비롯해 심동식 셀리버리 리빙앤헬스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이정현 변리사, 최용석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오후 1시 30분쯤 주주연대 대표와 조 대표의 만남이 대기실에서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조 대표는 “아침부터 살인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뒤늦게 모습을 드러낸 조 대표는 위임장 개표를 못했다는 이유로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주들의 위임장과 회사 위임장을 확인해야 하는데 하나도 개표를 못했다. 따라서 오늘 다룰 예정이던 3개 안건은 부결됐다”고 말했다.

이에 주주들 항의가 빗발쳤다. 주주들은 “주총이 열리지도 않았는데 부결된다는 게 말이 되냐”며 “검사인이 주총 불성립이라고 말했는데, 부결 공시를 위해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후 조 대표는 다시 자취를 감췄다.

조 대표와 백 사외이사의 임기는 오는 2026년 3월 30일까지다. 남은 임기를 채우기 위해선 주주연대와의 표 대결에서 이겨야 한다. 주주연대 측은 임시주총 전날까지 확보한 의결권 지분이 27.2%라고 밝혔다. 상법상 이사 선임 건 통과를 위해서는 주총에 출석한 주주들의 과반 수 이상 동의와 발행주식 총수 4분의1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지분 25%를 넘긴 만큼, 이사 선임 안건 통과를 위한 조건을 갖춘 셈이다.

하지만 회사 측의 늑장 대응으로 결국 주총 대관 예약 시간이 초과돼 주주들은 해산해야 했다. 주주연대 관계자는 “밤새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위임장을 걷었는데 결국 이렇게 됐다”며 “더러울 거라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한 셀리버리 주주는 “처음부터 임시주총을 이렇게 마무리할 계획이었던 것 같다. 파행으로 마무리해서 대표자리를 지키고 싶었을 것이다. 회사를 빨리 상폐시켜 범죄자료를 은닉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셀리버리는 국내 성장성 특례상장 1호 기업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회사는 2021년 10월부터 글로벌 ‘톱10’ 제약사와 자사의 핵심 플랫폼 기술인 ‘TSDT’를 기술이전하려는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회사가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 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여기다 유상증자 등을 통해 얻은 1130억원 규모 현금성 자산을 약 2년여 만에 바이오 사업과 무관한 자회사인 셀리버리 리빙앤헬스에 대부분 소진하면서 완전자본잠식에 도달했다.

지난해 4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회사 정상화를 약속하며 무릎 꿇은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
지난해 3월 셀리버리는 1분기 감사보고서에 대해 의견거절 받아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이후 2023년 상반기 감사보고서에 대해서도 의견거절을 받았다. 조 대표는 지난해 4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회사 정상화를 약속하며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지난 11일 자본잠식률 233.1%, 자기자본 -244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하면서 상장폐지 사유가 추가됐다.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제53조제1항제3호 또는 제4호에 따르면 자본잠식률 50% 이상 또는 자기자본 10억원 미만의 경우 관리종목지정 사유에 해당한다.

한편 셀리버리는 오는 29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감사보고, 영업보고, 내부회계 관리제도 실태를 보고한다. 김형 셀리버리 전략기획실 이사, 심동식 리빙앤헬스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 등 안건을 다시 다룰 예정이다. 하지만 주주연대 측이 제안한 이사 해임의 건과 선임 건은 이날 다뤄지지 않는다. 윤주원 주주연대 대표는 “1월에 주주제안을 위한 내용증명을 회사 측에 보냈으나 상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석지헌 (cak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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