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사교육 카르텔과 의대 망국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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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강사와 교사들이 모의고사 문항을 사고팔며 수억 원대 금품까지 주고받았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얼마 전 발표됐다.
말로만 떠돌던 '사교육 카르텔' 실체가 확인된 것이다.
과장을 좀 보태 수능이 마치 '누가 돈으로 사온 문항을 먼저 접해 의대에 진학하느냐'를 가르는 시험같이 느껴진다.
정부가 의대 증원과 사교육 카르텔 타파를 병행하는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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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강사와 교사들이 모의고사 문항을 사고팔며 수억 원대 금품까지 주고받았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얼마 전 발표됐다. 말로만 떠돌던 '사교육 카르텔' 실체가 확인된 것이다. 2023학년도 수능에 출제된 영어 지문마저 '1타 강사'에게 유출됐다는 의혹도 나온다. 공정성이 핵심인 수능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가장 뼈아픈 사실은 우리 중 어느 누구도 수능을 인재 배출의 통로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국 1등부터 3500등까지 의대에 가고, 그 뒤로는 서울대에 가는 기형적 관행이 불편한 진실이다. 여기에 문항 매수 사태까지 겹쳤다. 과장을 좀 보태 수능이 마치 '누가 돈으로 사온 문항을 먼저 접해 의대에 진학하느냐'를 가르는 시험같이 느껴진다.
카르텔은 이득을 독점하기 위해 생겨난다. 막대한 이득이 있고, 그다음 이를 독점하기 위한 집단적 시도가 뒤따르는 것이다. 교육계에서 이런 구조는 '의대 진학' 말곤 없다. 90%를 상회하는 의사고시 합격률, 각종 부패와 범죄에도 보호되는 자격증, 18년간 동결돼온 정원, 국민 평균 소득 대비 10배가량의 수입 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극도로 집중된 혜택을 10대 때 치르는 한 번의 시험에 달아놓은 지대(地代) 구조는 의사를 제외하고 우리 사회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관료나 법조인 등등 다른 엘리트 코스와 비교해봐도 기대 혜택은 훨씬 크고, 리스크는 오히려 작을 수도 있음을 우리는 안다. 과도한 의사 보호가 급격한 수능의 변질, 사교육 시장 폭리, 공교육 부실, 기초 학문 인력 부족 등 다양한 문제의 핵심 원인인 이유다.
정부가 의대 증원과 사교육 카르텔 타파를 병행하는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다만 의대 증원만으로 왜곡된 사회 구조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되레 직장인들까지 올해 수능 응시를 고려하는 등 의대 광풍이 가속화되려는 조짐도 보인다. 단순히 밥그릇 싸움이나 총선용 이슈 몰이로 끝나서는 안 된다. 수능과 공교육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되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대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안정훈 정치부 esoterica@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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