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지라고? 소래습지공원 주민 산책길에 갑자기 설치된 철제 펜스

이승욱 기자 2024. 3. 1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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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매일 걷던 산책길인데 갑자기 (철제 가림막으로) 막아버리니까 황당하지."

서창지구 주민인 서두례(73)씨는 남동구 서창지구에서 소래습지생태공원으로 가는 산책길에 설치된 철제 가림막을 가리키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유지이지만 서창지구와 소래습지생태공원 중간에 있어 주민들이 산책길로 오랜 기간 사용해왔다.

인천시는 소래습지생태공원 일대 많은 땅을 가지고 있는 ㄱ업체가 이 부지를 공원으로 편입해주길 바라며 가림막을 설치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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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제 가림막이 설치된 산책길. 이승욱 기자

“주민들이 매일 걷던 산책길인데 갑자기 (철제 가림막으로) 막아버리니까 황당하지.”

지난 12일 오후 6시 인천 남동구에 있는 소래습지생태공원. 서창지구 주민인 서두례(73)씨는 남동구 서창지구에서 소래습지생태공원으로 가는 산책길에 설치된 철제 가림막을 가리키며 분통을 터뜨렸다. 가림막에는 ‘이 부지는 공원이 아닌 개인 사유지입니다. 인천시로부터 단기간 내 공원화 계획이 없다고 통보되어 이제는 산책 통행이 불가능해졌음을 안내드립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었다. 서씨는 “소래습지생태공원으로 통하는 산책로 5곳 정도가 가림막 때문에 막혀버렸다”라며 “서창지구 사람들이 대부분 이곳으로 산책을 오는 데 (길이 막혀) 불편해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이 산책길을 막은 가림막을 뜯어내기도 했다고 한다.

산책길은 부동산 개발을 하는 ㄱ업체가 소유한 23만㎡ 땅에 속해 있다. 사유지이지만 서창지구와 소래습지생태공원 중간에 있어 주민들이 산책길로 오랜 기간 사용해왔다. 이 같은 이유로 인천시는 2022년 ‘2040 인천시 공원녹지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해당 부지를 공원 편입 예정지로 설정했다. 2019년에는 산책길을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인천시는 땅 소유주인 ㄱ업체와 1년 단위 무상사용 협약을 맺기도 했다.

철제 펜스 뒤로 일제 강점기 만들어진 염전 관련 건물이 있다. 이승욱 기자

하지만 ㄱ업체는 지난 5일 산책길에 철제 가림막을 설치했다. ㄱ업체는 인천시가 무상사용 협약을 연장하려는 의사를 표현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인천시와 ㄱ업체의 무상사용 협약은 2022년 6월 종료됐다. 인천시 인천대공원사업소 쪽은 “담당 직원이 바뀌는 과정에서 무상사용 협약을 연장하는 것을 잊었다”라며 “(무상사용 협약이 종료된) 2022년은 물론 최근 가림막을 설치하기 전, 업체 쪽에서 인천시에 무상사용 협약에 대해 문의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주민들에 의해 뜯겨나간 철제 가림막. 이승욱 기자

인천시는 소래습지생태공원 일대 많은 땅을 가지고 있는 ㄱ업체가 이 부지를 공원으로 편입해주길 바라며 가림막을 설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시 공원녹지과 쪽은 “2000년대 들어 인천시에서 지속해서 해당 업체가 가지고 있는 땅을 사들이면서 소래습지생태공원을 조성해왔다”며 “지금 문제가 되는 곳은 그동안 공원 결정이 안 돼 있던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업체 쪽에서 이곳을 공원으로 결정해달라고 했다. 공원화하는데 1100억원 정도가 들어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ㄱ업체 쪽에 전달했다”라고 했다. 인천시는 ㄱ업체 쪽에 가림막 철거와 산책길 개방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상태다.

ㄱ업체 쪽은 1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공원이나 산책로처럼 땅을 사용하고 싶다면 인천시가 사들이는 등 정당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며 “재산권 보호 측면에서 (가림막 설치) 이번과 같은 조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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