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개월까진 “엄마, 아빠” 해야...말 늦어 자폐스펙트럼 걱정돼요
자녀교육 유튜브 채널 ‘육퇴한밤’이 아이 발달·정서·교육에 대한 고민을 상담해드립니다.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친정엄마, 옆집 엄마, 조리원 동기도 해주지 못하는 뾰족한 답변으로 자녀 걱정을 덜어드립니다. 자세한 내용은 유튜브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사연] 32개월 여자아이가 문맥에 맞지 않게 주변 사람의 말이나 텔레비전에서 본 말을 반복해 씁니다. 혹시 ‘화용 언어’ 발달이 덜 진행돼 그런 것인지 궁금합니다. 화용 언어 발달을 위해 무엇을 해줘야 할까요?
육퇴한밤: 32개월이면 만 나이로는 2살인데요. 이 시기에 아이들은 어느 수준으로 이야기할까요?
김효원 교수님: 대개 두 돌이 되면 “밥+줘”와 같이 문장을 말하게 됩니다. 아이마다 다르지만 32개월 무렵엔 2, 3단어로 구성된 문장을 다양하게 사용하고, 일어났던 일이나 감정에 대해서도 말하기 시작합니다.
육퇴한밤: 아이가 주변 사람 말이나 텔레비전에서 나온 말을 반복적으로 하는 편이래요. 언어발달 측면에서 의심해볼 지점이 있을까요?
김효원 교수님: 주변에서 들은 말을 반복적으로 따라 하는 것을 반향어라고 하는데요. 반향어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누가 한 말을 바로 따라 하는 것을 ‘즉각 반향어’라고 하고요. 예전에 들었던 말을 한참 뒤에 따라 하는 것을 ‘지연 반향어’라고 합니다. 즉각 반향어는 엄마가 “신발 신고 밖에 나갈까?”라고 했을 때 그 말을 아이가 똑같이 따라 하는 것인데요. 5살 이하의 아이가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즉각 반향어가 있는 것은 정상입니다. 어디서 들은 말, 대개는 “이야~ 뽀로로다”와 같은 영상에 나오는 말이나 “문이 열립니다, 문이 닫힙니다” 같은 엘리베이터 말 등을 한참 있다 똑같이 따라 하는 것을 지연 반향어라고 하는데요. 지연 반향어는 대개 자폐스펙트럼장애나 발달 문제가 있는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육퇴한밤: 사연 보내신 부모님은 아이가 화용 언어 발달이 덜 된 것인지 물어보셨어요. 화용 언어가 뭘까요?
김효원 교수님: 사회적 상황에 맞게 말하는 것을 화용 언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엘리베이터에서 처음 만난 분에게 “아저씨는 왜 대머리예요?” 하고 실례가 될 수 있는 언급을 하거나, “아줌마, 우리 집은 1205호인데요. 우리 집에 100인치 텔레비전 있어요”와 같이 너무 개인적인 언급을 하는 것은 상황에 맞지 않는 것인데요. 이런 경우 화용 언어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육퇴한밤: 코로나로 마스크 쓰는 시기가 길었던 탓인지 아이들 언어 문제로 부모님들이 고민을 많이 하세요. 말트임이 늦는 경우부터 표현이 서툰 경우까지 언어 발달에서 놓치면 안 될 지점들이 많거든요. 말이 늦는 경우 자폐를 의심해봐야 할까요?
김효원 교수님: 사실 말이 늦은 아이 중에 대부분은 단순히 말이 늦게 트인 경우고요. 언어발달이 늦어 인지발달까지 느려진 경우엔 지적장애로 진단을 받을 수도 있으니 언어가 많이 늦으면 빠르게 언어치료를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엄마, 아빠” 같은 말을 의미 있게 사용하는 것이 늦어도 24개월까지는 돼야 하고요, “밥 줘” “밖에 가자” 같은 문장은 늦어도 36개월에는 해야 합니다.
육퇴한밤: 언어능력이 곧 학습능력이라고 하죠. 영유아기 언어 발달에 도움이 되는 활동들은 뭐가 있을까요?
김효원 교수님: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와 자주 눈을 마주치고 즐거운 놀이시간을 보내는 겁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아이에게 말을 많이 걸어서 언어 자극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하는 행동이나 놀이를 가능한 쉬지 않고 계속 말로 풀어서 설명해줍니다. “OO이가 트럭에 뽀로로를 태웠네. 우와, 루피도 탔어” 이런 식으로요.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책을 함께 읽으면서 언어 자극을 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말이 늦어서 병원에 오는 아이 중에는 가끔 말을 할 필요가 없어서 안 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부모님이나 조부모님, 아이를 주로 돌보는 사람이 아이가 필요한 것을 쳐다보거나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만 해도 다 해주기 때문에 굳이 말을 할 필요가 없는 거죠. 이런 경우에는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더라도, 모르는 척하면서 아이가 필요한 것을 말로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김미영 기자 박수진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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