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얼굴’ 안귀령 對 ‘토박이’ 김재섭…도봉갑 ‘MZ대결’ [총선 빅매치]
安 “도봉에 새로움 더할 것…윤석열 정권 심판해야”
金 “도봉 발전 정체, 민주당 장기집권하며 방치한 탓”
(시사저널=박성의·변문우 기자)
여야 모두 승률이 높은 '텃밭'이 있습니다. 그러나 시대마다, 총선마다 승패가 달라졌던 지역구도 적지 않습니다. 선거의 향배를 가른다는 '구도'와 '바람'이 시시각각 변하는 지역구, 정치권은 그 곳을 '격전지'라 부릅니다. 시사저널은 254석의 지역구 중 격전지로 분류되는 지역을 찾아 각 후보들의 핵심 공약, 지역의 주요 화두를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응답하라 1988》의 덕선이도, 넷플릭스 오리지널시리즈 《오징어게임》의 기훈이도 이곳에서 나고, 자랐다. 강남이 부자의 삶을 대표한다면, 이곳은 늘 서민의 애환을 투영했다. 서울의 북쪽 끝자락, 도봉구의 얘기다.
'도봉갑' 지역구는 민주당의 '텃밭'이다.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인 15대 총선부터 32년 동안 민주당 계열 후보가 7번 승리했다. 그 기간 국민의힘 계열 보수정당이 승리한 선거는 단 한 차례, 2008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신지호 전 의원이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 의장을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인재근 민주당 의원이 김재섭 국민의힘 후보를 13.53%포인트 격차로 따돌리며 3선을 달성했다.
다만 22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에선 '해볼 만하다'는 기류가, 민주당 내에선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최근 지역 내 분위기가 달라지면서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46.6%의 득표율(이재명 후보 49.8%)을 얻으며 약진한데 이어, 최근 도봉구청장과 서울시의회, 도봉구의회 모두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도봉의 민심을 잡기 위해 여야 모두 30대 후보를 내세웠다. 국민의힘에서는 전 비상대책위원인 1987년생 김재섭 후보가, 더불어민주당에서는 YTN 앵커 출신 1989년생 안귀령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도낳스'(도봉이 낳은 스타)를 자처하는 김 후보는 오랜 연고와 '일꾼론'을 내세우며 지역구 탈환을 노린다. 지역 연고가 없는 안 후보는 '정권심판'이라는 대의를 앞세워 지역구 사수 각오를 다지고 있다.
도봉 민심…"민주당 안이해" "대통령이 문제"
시사저널은 총선을 28일 앞둔 13일, 도봉갑 관할구역 내 신창시장과 창동시장, 창동역 일대를 찾았다. 평일 오전 시장은 비교적 한산했지만, 지하철역은 대학생과 직장인들로 제법 붐볐다. 이들에게 지역 현안을 묻자 공통적으로 '교통'과 '재개발'을 꼽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도봉에서 나고, 자랐다는 대학생 김준호(21)씨는 "보통 수능점수에 맞춰 대학을 고르지 않나. 그런데 (도봉구의) 교통이 좋지 않다보니 고3 때 친구들끼리 '서울대 갈 거 아니면 가장 가까운 대학'에 가자고 얘기하곤 했다"며 "강남으로 나갈 수 있는 버스라도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창동역 일대에서 만난 주부 한아무개씨는 "남편이 성수로 출근하는데 새벽 5시30분에 나간다. 안 그러면 동부간선도로가 꽉 막힌다고 한다"며 "30년 이상 된 아파트나 빌라도 수두룩하다. 집이 아니라 골동품"이라고 토로했다.
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정권심판론'과 '민주당 심판론'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일부 상인들은 안귀령 후보가 연고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 후보가 지난 8일 지역구 선거 유세 중 행정동 명칭을 묻는 유권자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논란을 불렀던 것을 회자했다.
신창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60대 한 상인은 "걔(안 후보)는 안 된다"며 "지금 자기가 어디에 서있는지도 모르는데"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그 가게에서 과일을 고르던 한 남성은 "내가 민주당 지지자인데 그건 좀 심했다"면서도 "뭐 그 사람만 그렇겠나. 부산 사람도 서울에서 출마하는 판에"라고 말했다.
반면 도봉구에서 식자재를 납품한다는 최호창(57)씨는 "국회의원이 아무리 열심히 뛰어봐야 뭐하나. 시장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인데"라며 "지금 대통령 하는 것을 보라. 동네보다 나라를 위해 투표해야 한다. 안 그러면 앞으로 3년 내내 나라가 어지러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87년생 깁재섭 '변화' 對 89년생 안귀령 '심판'
지역의 '토박이' 김재섭 후보와 지역의 '새얼굴' 안귀령 후보 모두 '도봉갑의 숙제'는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양측의 대안과 우선순위는 다소 다르다. 시사저널과 만난 김재섭 후보는 "교통이 무조건 1순위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출근이나 통학을 위해선 두 개밖에 없는 지하철역에서 도심까지 한참을 나가야하는데, 이게 진짜 힘들다"며 "교통문제는 확실히 해결해야 한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이 창동역을 지나가게 된 건 다행이지만, KTX 연장 노선까지 만들어 반드시 창동으로 오게 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재건축‧재개발 문제도 짚었다. 그는 "북한산 조망 탓에 고도제한이 걸려있어서 개발을 자유롭게 못하고 있다. 송파는 비행기 노선도 바꿔가며 제2롯데타워를 짓는데 우리만 고도제한 때문에 방치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그래서 오세훈 서울시장한테 고도제한 완화할 때 쌍문동도 꼭 완화해달라 요청했다"고 했다. 이어 "창2동은 준공업지대로 분류돼 재개발이 제한돼있다. 재건축‧재개발이 최대한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안 후보 역시 교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사람이 경제"라며 '지역의 유동성과 역동성'을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좋아진 교통인프라를 이용해 도봉으로 사람이 유입돼야 한다.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과 서울아레나를 연계한 '(가칭)로봇·인공지능박람회', 서울사진미술관을 중심으로 한 '문화역사컨텐츠' 상업화, 호텔 유치 등 관광 인프라 확충을 추진하겠다"며 "서울 전역, 전국 각지, 그리고 해외에 이르기까지 외부 사람이 도봉을 찾고 싶어 할 만한 이벤트와 장소를 많이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또 안 후보는 "재정자립도는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창동·상계 신경제중심지를 축으로 한 새로운 경제권이 완성되면 수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기고, 다양한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이라며 "도봉의 매력적인 이벤트와 장소도 제대로 발굴하여 정착시키면 외부에서 유입되는 경제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제도적 대안도 추가하겠다"며 "제22대 국회에서 '재산세 공동과세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른바 '정권심판론'과 '야당심판론'을 두고는 두 후보 모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다만 승리에 대한 결기, 자신감은 두 후보 모두 같았다. 김 후보는 "분명 여당에 불리한 구도"라면서도 "구도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 내일 멸망해도 나무를 심는 심정으로 매일 지역을 돌아다니고 있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도봉에 새로움을 더하겠다"며 "안귀령의 이름으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달라. 도봉의 이름으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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