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라인게임즈’… 적자 지속에 간판 디렉터 줄줄이 퇴사
지난달에도 간판 디렉터 퇴사 후 네오위즈행
IPO 준비 중이지만, 적자 이어져
‘만년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라인게임즈가 또 다른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자사 간판 게임 제작을 이끌어 온 총괄디렉터들이 잇따라 회사를 떠나고 있는 것이다.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고 있는 라인게임즈 입장에서는 위기를 탈출할 돌파구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13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이경진 창세기전 지식재산권(IP) 총괄 디렉터가 최근 라인게임즈를 퇴사했다. 이 디렉터는 지난 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8년여간 다니던 회사에서 나왔다”면서 “창세기전 시리즈만 16년을 했는데, 영원히 창세기전이 이어지도록 나름 노력을 해보겠다”고 올렸다.
이 디렉터가 이끌던 안타리아팀도 해체됐다. 안타리아팀은 ‘창세기전’ IP를 총괄해온 팀이다. 라인게임즈는 지난 2016년 소프트맥스로부터 창세기전 IP를 인수한 후, 해당 IP를 기반으로 한 신작을 개발해왔다. 이 팀은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을 만든 해체 이전의 레그 스튜디오와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을 개발한 미어캣게임즈를 지원해왔다.
업계에서는 창세기전 신작 부진이 이 디렉터의 퇴사에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한다. 작년 12월 출시된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은 긴 개발 기간에도 부족한 완성도로 혹평을 받았고, 이 게임을 개발한 레그 스튜디오는 출시 3주 만에 해체됐다. 올해 초 출시된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 역시 반짝 흥행 후 현재 주요 앱 마켓에서 5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더 큰 문제는 간판 디렉터의 퇴사가 지난달에도 있었다는 점이다. 라르고 스튜디오를 이끌던 진승호 디렉터는 지난달 스튜디오 해체와 함께 라인게임즈를 퇴사하고, 네오위즈로 둥지를 옮겼다. 라르고 스튜디오는 2020 게임대상 우수상, 기획/시나리오 기술창작상 2개 부문에서 수상한 콘솔 게임 ‘베리드 스타즈’를 만든 곳이다.
진 디렉터의 퇴사에도 콘솔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 베리드 스타즈의 경우 작품성에 대해서는 호평을 받았지만, 패키지 형식에 인게임 결제가 없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지 못했다. 진 디렉터는 라르고 스튜디오에서 ‘프로젝트 하우스홀드’라고 불리던 콘솔 신작을 준비 중이었다. 그러나 라인게임즈가 프로젝트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신작 개발이 무산됐다.
라인게임즈의 주력 디렉터들이 잇따라 회사를 떠나면서, 신작 개발 동력을 잃는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창세기전 외에도 재작년 출시한 모바일게임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성과가 부진했고, 지난해에는 오랜 기간 준비해 온 PC 신작 ‘퀸텀 나이츠’ 개발을 사전 체험판까지 공개한 후 돌연 중단했다.
신작들이 연이어 흥행에 실패하면서 실적 역시 곤두박질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라인게임즈는 2018년 출범 이후 346억원의 영업손실을 시작으로 2019년 522억원, 2202년 367억원, 2021년 520억원, 2022년 410억원까지 손실을 회복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눈에 띄는 흥행작이 없던 만큼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흥행작 부재가 이어지면 IPO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 라인게임즈는 재작년 말 삼성증권을 IPO 주관사로 선정하고 코스닥 시장 상장 절차를 밟고 있다. 코스피 상장을 위해선 최근 연도 1000억원 매출과 3년 평균 700억원 이상의 매출, 영업이익, 법인세차감 전 계속사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모두 실현해야 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요건이 있지만, 라인게임즈는 매출 기준부터 채우지 못하고 있다.
라인게임즈 관계자는 “창세기전 IP 관리는 창세기전 모바일 개발사 미어캣게임즈에서 지난 1월 이관돼 관리를 진행하고 있어 두 디렉터의 퇴사가 신작 개발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면서 “현재 ‘트로트’를 소재로 한 ‘트롯스타’를 준비 중으로, 이를 통해 기존 게임 문법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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