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기업 의사결정과 디지털의 역설

2024. 3. 13. 17:2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어느 조직에서든 의사결정은 조직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와 의사결정 대상의 친숙도에 따라 네 가지로 나뉜다.

정보와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달이 오히려 조직의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이른바 디지털의 역설인 셈이다.

이러한 디지털의 역설을 해결하는 한 가지 방법은 의사결정 권한을 과감히 현장으로 이양하는 것이다.

또한 기존의 의사결정 구조와 권한 범위를 개편하고, 권한 이양에 성공한 기업들의 조직 건강도는 이전의 의사결정 체제를 유지한 타 기업 대비 4.2배 높게 나타났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디지털시대 정보·통신 발달로
조직의 효과적 의사결정 방해
구체적 상황과 맥락 잘 아는
현장 직원에 결정권 부여해
리더가 '조력자' 역할해야

어느 조직에서든 의사결정은 조직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와 의사결정 대상의 친숙도에 따라 네 가지로 나뉜다. 조직 전체에 영향을 미치면서 생소한 결정(신사업 진출, M&A), 조직 전체에 영향을 미치면서 자주 하는 익숙한 결정(주기적 신상품 출시), 조직에 한정적 영향을 미치고 익숙한 결정(사원 채용, 구매), 조직에 한정적 영향을 미치고 생소한 결정(제조 공정 신기술 도입) 등이다.

각각에 적합한 절차와 기준, 필요 정보, 참여자가 정해져야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문제는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의사결정을 위한 가용 데이터와 자료가 급격하게 늘었다는 점이다. 또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이메일뿐 아니라 다양한 SNS, 영상회의 등으로 확장되면서 이전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 결과 오히려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의사결정의 품질도 떨어지는 현상이 빈번하다. 수십 명의 단톡방에서 저마다 한마디씩 하면 거의 정해진 결정도 원점으로 돌아가기 일쑤다. 정보와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달이 오히려 조직의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이른바 디지털의 역설인 셈이다.

이러한 디지털의 역설을 해결하는 한 가지 방법은 의사결정 권한을 과감히 현장으로 이양하는 것이다.

미국 내에 1000여 개 점포를 갖고 있는 대형 아웃렛 업체 TJ맥스는 상품의 입점 여부 및 가격에 대한 결정을 1200여 명의 담당 바이어에게 직접 맡기는 파격적인 정책을 실시했다. 그 결과 기존에는 상품 수만 가지에 대해 여러 부서와 직급에서 심사하고 논의하느라 몇 개월씩까지 걸리던 절차가 일주일 안으로 단축됐다.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은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직원들에게 고객 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을 부여하고 이들이 고객들에게 어떤 맞춤 서비스와 혜택을 제공할지 결정하도록 했다. 일일이 본사 부서의 허락을 받아야 했던 사항들을 고객과 가까운 현장 직원에게 전격 이양한 것이다. 이 조치 이후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고객만족지수는 크게 상승했다.

맥킨지가 100개국 15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주요 의사결정 권한을 현장에 이양한 기업의 경우 의사결정 품질에 대한 만족도가 기존에 비해 85% 높아졌다. 또한 기존의 의사결정 구조와 권한 범위를 개편하고, 권한 이양에 성공한 기업들의 조직 건강도는 이전의 의사결정 체제를 유지한 타 기업 대비 4.2배 높게 나타났다.

권한의 이양이 효과적 의사결정으로 연결되는 것은 현장 인력이 구체적인 상황에 가깝고, 의사결정을 위해 제공되는 사실과 정보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더 나은 결정을 빨리 내릴 수 있다.

이는 현장 직원이 필요한 사실과 정보를 효과적으로 획득할 수 있도록 기업이 디지털 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업의 의사결정 권한 이양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직원들에게 권한과 더불어 명확한 책임도 부여해야 한다.

즉 직원들 자신이 최종 책임자라는 오너십을 갖도록 해야 한다. 또한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특정한 상황이 발생하면 상부에 문제 제기를 한다는 등의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동시에 제공해야 한다.

이에 맞춰 조직문화 속에서 리더의 역할 또한 바뀌어야 한다. 즉 리더들이 조직 내 대부분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통치자(Controller)에서, 직원들이 책임감과 역량을 바탕으로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을 도와주는 조력자(Coach)로 변해야 함을 의미한다.

[유원식 맥킨지 시니어파트너]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