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연합 비례 공천 갈등 심화···‘나눠먹기’ 위성정당 예고된 내홍

탁지영 기자 2024. 3. 13. 17:2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 컷오프 통보
시민사회 추천 후보 4명 중 3명 탈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지난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연합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맞잡은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왼쪽부터 윤희숙 진보당 대표, 이재명 대표, 윤영덕·백승아 더불어민주연합 공동대표,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대표.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시민사회 몫 후보(국민후보) 추천을 두고 민주당과 시민사회 사이 내홍이 고조되고 있다.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은 13일 더불어민주연합으로부터 서류 심사 결과 부적격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전날 국민후보 2명이 민주당의 반대로 자진 사퇴했다. 시민사회가 추천한 비례후보 4명 중 3명이 탈락하면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반윤석열(반윤) 기조에 맞춰 꾸린 비례연합정당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비례연합정당이 급조되면서 진보당, 새진보연합, 시민사회 등 이재명 대표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세력들이 무더기로 합류해 진보 진영의 자리 나눠 먹기를 하다 탈이 난 것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임 전 소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으로부터 후보자 등록 서류 심사 결과 컷오프 통보를 받았다”며 “사유는 병역기피”라고 밝혔다. 임 전 소장은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를 한 사실을 병역기피라 규정했다”며 “이의신청을 제기했다”고 했다.

임 전 소장은 “이제 대한민국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게 대체복무의 선택지를 열어둔 나라다. 국가는 더 이상 병역기피자로 분류하여 처벌하지 않는다”라며 “김대중, 노무현의 정신으로 시민의 인권을 위해 쌓아온 민주당 70년의 역사에 걸맞는 현명한 판단을 기다린다”고 했다.

임 전 소장이 탈락한 데는 종교계의 반발이 거셌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향후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임 소장이 후보로 지목됐다는 얘기에 종교계에서 반발이 매우 거셌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연합은 이날 밤 임 전 소장에게 소명을 받은 뒤 검증을 이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연합 공천관리위원회가 공천 배제를 최종 결정하면 시민사회는 후보를 재추천해야 한다. 시민사회는 ‘반미 활동 이력’ 논란으로 자진 사퇴한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운영위원과 정영이 전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의 자리를 대신할 후보 2명을 14일 발표한다.

시민사회는 반발했다. 국민후보 추천 심사위원회는 더불어민주연합에 임 전 소장 컷오프 결정에 항의하는 내용의 문서를 보냈다. 심사위는 전날에도 입장문을 내고 “민주당의 부화뇌동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더불어민주연합을 구성한 3개 정당은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추천된 국민후보의 자격을 존중하고 심사 절차와 결과의 독립성과 정당성을 훼손하려는 부당한 음해와 정략적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갈등이 이어지고 있지만 시민사회는 우선 비례연합정당을 파기하지 않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심사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민주당에 불만이 많지만 선거에 이겨야 되는데 윤석열 정권 심판을 해야 되는데 판을 깨서야 되겠나”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여러 가지 의견들이 나오지만 (연합정치가) 되는 방향으로 하자는 흐름이 강하다”고 했다.

후보 추천 과정에서 벌어진 세력 간 알력 다툼은 비례연합정당이 출범할 때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2월 “선거의 승패 결과도, 표심의 왜곡 결과도 결국 민주당이 범야권 진보개혁·민주진영의 가장 큰 비중을 가진 맏형이기 때문에 그 책임을 크게 질 수밖에 없고 그 큰 책임에 상응하는 권한도 당연히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후보 공천 과정에서 주도적으로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다. 반면 시민사회는 비례연합정당의 ‘대주주’에 불과한 민주당이 국민후보 추천 심사 과정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본다.

윤석열 정부 심판만을 위해 뭉친 비례연합정당의 한계가 노출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반윤 전선 구축을 위한 야권 결집의 성격이 강하다 보니 다양한 전문 분야의 인사가 아니라 반정부 투쟁에 앞장섰던 이들이 선발되고 논란으로 확산하는 역효과가 벌어진 것이다.

향후 비례대표 후보 명부 순번 싸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연합은 비례대표 1번에 국민후보를 배치한다는 기존 합의를 번복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더불어민주연합 관계자는 통화에서 “협상에 참여한 제 단위들과 재합의가 가능하다면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1번은 당을 상징하는 인물인 만큼 국민후보가 흠집 난 이상 1번으로 넣기에는 위험 부담이 높다고 민주당은 판단한다. 순번이 바뀐다면 시민사회와의 갈등은 재차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