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호남 보수’ 임석삼, “한동훈 위원장이 전북 출마하길 바랐다” [총선 기획, 다른 목소리]
임석삼 국민의힘 전북도당 수석부위원장(67)의 정치 이력은 38년 ‘외길 인생’으로 요약된다. 전두환 정권 말기 전북 익산 지역구 의원인 민주정의당 조남조 의원 아래서 사회 생활 첫발을 뗀 이래 그는 한평생 보수 험지 호남의 보수 당원으로 살았다.
정치 경력이 곧 사회 생활의 전부였지만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둔 적은 없다. 여러 번 선거에 도전했지만 한 번도 당선되지 못했다. 그가 출사표를 내민 곳은 늘 출생지인 익산이었다. 1995년 시의원 선거를 시작으로 2008년 익산 지역구 국회의원, 2022년 익산시장 선거에 당 후보로 공천받았다. 결과는 매번 9%를 살짝 웃도는 득표 수준에서 그쳤다.
“친구들이 ‘또라이’래요. 맨땅에 헤딩, 계란으로 바위치기한다고.” 호남에서 절대 우위는 더불어민주당 계열 정당. 정치적 동지들 중엔 오랜 실패를 견디지 못하고 당적을 바꾼 이가 꽤 있다. 득표율이 15%는 넘어야 선거비용이라도 돌려받는데, 호남에서 보수 정당이 그 이상 표를 받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같은 당 정운천 의원(현 비례대표)이 2016년 20대 총선 때 전북 전주을에서 37.53% 득표로 당선된 적 있지만 민주당·국민의당·새누리당 3파전이란 구도와 정 의원 개인 능력이 결합한 이례적 사례였다. 1987년 민주화 이래 익산에서 가장 많은 대선 득표율을 올렸다는 윤석열 대통령조차 14.95%에 그쳤다. 임 수석부위원장의 표현을 빌리면 “마의 15%”였다.
선거 과정도 ‘돌길’이었다. 국회의원·시장 선거에 나선 그가 명함을 내밀면 일부 시민들은 “국민의힘이냐”며 손을 뿌리쳤다. 기껏 받아놓고는 눈앞에서 명함을 찢는 사람도 있었다. “저는 괜찮지만, 도와주러 나온 가족 앞에서 그러는 분도 있더군요.” 익산을 떠나 서울에 직장을 잡은 딸에게도 당시 기억은 트라우마로 남았다. “길에서 누가 팸플릿을 나눠주면 그걸 다 받는대요. 가방에 넣었다가 나중에 버리더라도 눈앞에서 뿌리치진 못하겠다고.”
4·10 총선 전망도 밝지 않다. 임 수석부위원장은 “(전북은) 윤 대통령이 출마해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인기가 대단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오면 또 모르지만요. 저는 그걸 바랐어요. 전북의 심장, 정치 1번지 전주에 한 위원장이 출마해주면 분위기 쇄신이 되잖아요. 또 만약 당선이라도 되면 한 위원장은 바로 차기 대통령감이 되는 거죠. 무려 호남에서 인정받은 사람인데.”
그의 바람은 현실이 되진 못했다. 당내 호남 ‘네임드’(이름난 인사)인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김가람 전 최고위원은 각자 정치적 고향으로 꼽는 전남 순천, 광주 출마 대신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에 지원했다. “위에서 바람을 일으켜 줘야 ‘나도 해볼까’ 생각하지, 그런 게 없는데 누가 험지에 오겠어요. 결과가 뻔히 보이는데. 그런 분들이 희생을 해줘야 하는데 안타까워요.” 임 수석부위원장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인천 계양을에 가듯, 스타급 정치인들이 전라도에 와서 선거혁명을 일으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요컨대 국민의힘 내 서진정책이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다. 당은 2008년 18대 총선 이후 16년 만에 호남 전 지역에 후보를 냈다며 떠들썩하게 홍보하지만 후보를 내는 것과 득표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호남에 꾸준히 러브콜을 보냈다는 점에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준석 전 대표가 잘했어요. 당헌·당규에 호남 몫 비례대표를 25% 줘야 한다고 명문화도 했죠.”
중앙정부 및 당의 변화가 필요하지만 동시에 전북 시민들도 변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전남과 광주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워낙 완고한 데다 실제 정부가 바뀌면 ‘재미’를 보는 게 눈에 띈다. 반면 전북은 특별히 이득 본 것이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전남은 섬과 섬을 다 연결했잖아요. 전북은 왜 낙후된 채로 들러리만 서나요.” 그는 “충청도 등 지역은 박빙이어서 당시 분위기, 출마자에 따라 이기는 당이 바뀐다”며 그래야 정치인들이 눈치를 본다”고 말했다. “짝사랑은 없다. 중앙정부의 사랑을 받으려면 이쪽에서도 표로 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임 수석부위원장은 이번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았다. 대신 비례 출마를 지원해 자리를 비운 조배숙 도당위원장의 자리에서 전북 지역 국민의힘을 지키고 있다. 그는 “TK(대구·경북)나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은 민주당에 희망이 있더라. 정치인 중에 30% 이상 얻는 사람도 있지 않느냐”며 당과 전북도민 모두의 변화를 촉구했다. “호남에서도 국민의힘 당원·지지자들이 어깨를 펼 수 있는, 지역감정이 없는 나라에서 살고 싶습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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