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잇단 막말 논란에 안으론 입단속·밖으론 네거티브전(종합)
한동훈 "국민눈높이 언행해야", 이재명 "말과 행동에 신중 기해야"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최평천 기자 = 여야는 4·10 총선을 약 한 달 앞둔 13일 자당 후보들의 과거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잇따라 불거지자 표심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입단속'에 나섰다.
역대 총선에서 주요 당직자와 일부 후보의 부적절한 언행이 선거 구도를 흔든 사례가 있었고, 이번 총선에서도 수도권 등 주요 격전지의 경우 막말 논란이 당락을 가르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자당 후보들의 과거 발언 논란이 불거지자 서로 약속이나 한 듯 해당 후보가 문제의 발언을 사과하고, 당 지도부도 거듭 유권자에게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러면서 각자 당내에 설화 경계령을 내리는 동시에 상대 당 후보의 부적절 발언과 막말에 대해선 가차 없이 비판하는 네거티브 여론전을 전개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과거 5·18 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대구 중·남구 후보 도태우 변호사의 공천 유지를 결정하면서 '진정성'을 강조했다. 수도권·호남 표심 이탈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도 변호사는 전날 공관위의 공천 유지 결정 직전 사과문을 내 "과거의 미숙한 생각과 표현을 깊이 반성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존중하고 충실히 이어받겠다"고 말했다.
공관위원인 장동혁 사무총장은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 "도태우 후보 발언이 문제가 있었던 것은 맞다"라면서도 "도 후보의 두 번째 (사과) 입장문을 통해 5·18 정신에 대한 도 후보의 입장이 명확해졌고 사과의 진정성도 느껴졌다고 판단됐고, 국민께서도 그 부분까지도 지켜봐 주시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도 변호사는 5·18 정신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고 거듭 진심 어린 사과의 뜻을 전했다"며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가장 큰 차이는 과오를 인정하고 진심으로 반성하는 행동의 실천"이라고 엄호했다.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전날 도 변호사의 공천 유지를 결정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결론을 내고 내가 바로 (도 변호사에게) 전화해서 경고했다"고 밝히며 당사자에게 사실상의 '언행 주의령'을 내린 사실도 공개했다.
앞서 성일종 의원이 인재 육성과 장학 사업의 '잘 된 사례'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언급해 논란이 된 직후에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직접 '언행 주의령'을 내리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5일 후보들에게 "낮은 자세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언행을 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서울 광진갑에 출마한 김병민 전 최고위원은 BBS 라디오에서 "물의를 일으킬 경우 향후의 원 스트라이크 아웃 조치까지 있어야 한다"며 "(도 변호사 논란이) 이러한 단호한 메시지를 전달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봉주 전 의원의 과거 '목발 경품' 발언이 논란이 되자 '설화 경계령'을 발동했다.
서울 강북을에 출마한 정 전 의원은 "DMZ(비무장지대)에 멋진 거 있잖아요? 발목지뢰. DMZ에 들어가서 경품을 내는 거야. 발목 지뢰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 주는 거야"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정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당사자께 직접 유선상으로 사과드리고 관련 영상 등을 즉시 삭제했다"고 밝혔다.
총선 상임 공동선대위원장인 이재명 대표는 이날 중앙선거대책회의에서 "저를 비롯한 우리 민주당의 모든 후보와 당의 구성원들도 앞으로 더 한 층 말과 행동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대표는 동작을 류삼영 후보를 지원하는 현장 방문 자리에서 "(정 전 의원이) 발언 직후에 사과했고 아주 많은 세월이 지났다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며 "다시 사과한 것도 오늘 오전에 보고 받았다. 잘못된 표현은 책임을 져야 마땅하고, 책임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해찬 상임 공동선대위원장도 "선거 때는 말 한마디가 큰 화를 불러오는 경우가 참 많다"며 "가능한 문제가 될 말에 대해서 유념하고 상대방 말에 대해서도 귀담아듣는 그런 자세로 이번 선거에 임해야 할 것 같다"고 당부했다.
민주당의 적극적인 '입단속' 배경을 두고 지난 2012년 총선 때의 '김용민 트라우마'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노원갑에 출마했던 옛 '나꼼수' 멤버 김용민 씨의 과거 막말이 공개되며 빚어진 논란이 총선 참패로까지 이어졌던 악몽이 재현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야는 자당 후보의 부적절 발언을 사과하는 등 논란 확산을 차단하는 데 집중하면서도 서로를 막말 정당으로 깎아내리는 여론전도 동시에 전개했다.
국민의힘은 정봉주 전 의원의 과거 발언 논란과 관련해 "막말대장경 수준"이라며 "민주당이 후보 부실 검증은 물론 막말꾼을 공천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민주당은 도태우 후보 과거 발언 논란을 두고 "패륜 막장 일베 글을 공유하는 사람에게 공천장을 준 것"이라며 "한 위원장의 국민 눈높이는 고무줄인가"라고 비난했다.
p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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