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폐기물, 병원서 직접 처리 가능해진다…멸균장치 국내 첫 개발

기계연구원, 감염 걱정없는 의료폐기물 멸균기술 개발
충남대학교병원서 실증 마쳐, 수송 필요없어…처리 비용↓

[대전=뉴시스] 기계연구원 한방우 도시환경연구실장이 개발한 의료폐기물 멸균장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기계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뉴시스] 김양수 기자 = 고온, 고압 증기로 완벽한 멸균처리가 가능한 의료폐기물 처리장치가 개발돼 의료폐기물을 전용 소각장이 아닌 일반 소각장에서 처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국기계연구원은 한방우 도시환경연구실장 연구팀과 ㈜바이탈스가 의료폐기물을 병원에서 바로 처리할 수 있는 멸균장치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장치는 시간당 100㎏ 이상을 처리할 수 있는 완제품으로, 충남대학교 병원에서 실증까지 마쳤다.

기계연이 개발한 의료폐기물 멸균장치는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등 생물학적 유해물질을 고온의 멸균기술과 고압 증기로 처리한다. 높은 온도의 증기가 의료폐기물 내부 깊숙하게 침투할 수 있도록 잘게 분쇄하고 100℃ 이상으로 온도를 높여 장치 내부의 멸균효과를 높였다.

특히 의료폐기물을 세계 최고 수준인 138℃에서 10분 또는 145℃에서 5분 이상 처리해 기존 멸균 시간 대비 33% 가량 시간을 단축시켰고 국가시험인증기관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으로부터 99.9999%의 멸균 성능을 확인했다.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신기술(NeT) 인증서도 받았다.

기존에는 마이크로웨이브(Microwave)에 노출된 수분을 최대 100℃까지만 가열시켜 멸균 작업을 해왔으나 작업자의 전자파 노출 위험성이 높고 내부에 금속물질 등이 유입될 경우 화재 등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안전상의 주의가 필요했다.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의료폐기물이 크가 증가하고 있으나 현재 전국에 전용 소각시설은 13곳뿐이다. 병원은 전문 업체를 이용해 의료폐기물을 가장 가까운 소각장으로 이동시켜 처리하고 있으며 제주도 같은 섬에서는 자체 의료폐기물 소각장이 없어 선박이나 비행기를 통해 운반하기 때문에 감염 위험성이 높고 폐기물 처리에 따른 경비 부담이 크다.

이 기술은 병원에서 의료폐기물을 직접 멸균 처리한 뒤 일반폐기물로 전환시킬 수 있어 수송과정에서 감염 위험성을 차단하고 비용의 절감도 가능하다.

폐기물의 소각량 감소와 수송거리 단축을 통해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어 병원의 ESG 경영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번에 개발된 장치는 충남대병원 실증과정을 통해 크기나 배치가 쉽도록 조정했고 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해당 기기 설치 및 사용 승인을 받았다.

한방우 책임연구원은 "의료폐기물 고온·고압 증기 멸균기술은 완전 밀폐환경에서 거의 모든 감염균을 박멸하는 방식"이라며 "이 기술을 향후 감염 동물 사체의 멸균 처리기술로 확장 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류석현 기계연 원장은 "출연연으로서 국가적 난제 해결에 기여한 이번 연구성과는 대전시 소재 산·학·연·관이 협력해 실증까지 마쳤다는데 매우 의미가 크다"며 "지역 연계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도움을 주는 기술을 지속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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