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재해석한 韓전통 삼년상…유기체 변화로 본 삶과 죽음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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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들어서자 은은한 국화향과 흙, 볏짚 내음이 후각을 먼저 자극한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설치 작품은 막걸리, 삼베, 항아리, 볏짚 등 한국 전통문화 요소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고찰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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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미술 작가 댄리 개인전
인도네시아계 브라질인이자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설치미술 작가 댄 리(다니엘 리)의 개인전 ‘댄 리: 상실의 서른 여섯 달’이 5월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한옥과 더그라운드에서 열린다. 댄 리는 2022년 미국 뉴욕 뉴뮤지엄에서의 개인전을 비롯해 국제 미술 비엔날레인 미국 카네기 인터내셔널과 싱가포르 비엔날레, 브라질 상파울루 비엔날레 등에 두루 참여하며 국제 미술계의 라이징 스타로 이름을 알렸다. 이번 개인전은 댄 리가 한국에서 여는 첫 전시다.
그동안 댄 리는 전시 공간이 속한 도시 현지의 이야기와 개인적인 경험과 감상을 한 데 엮어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설치 작품은 막걸리, 삼베, 항아리, 볏짚 등 한국 전통문화 요소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고찰한 결과다. 한국의 장례 문화 중 삼년상을 재해석해 3년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에 젖어 있던 지난 36개월이란 시간을 함축적으로 표현했다. 올해는 작가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 3주기가 되는 해다.
댄 리는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국립민속박물관과도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실제 서울 곳곳을 둘러보면서 영감을 얻었다”며 “특히 애도에 있어 제가 취해왔던 서구적인 방식은 슬픔과 상실에 집중해 매우 무거웠는데, 한국의 삼년장을 통해 고인을 좋은 마음으로 떠나보내는 ‘종결’의 의미를 배워 개인적으로도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생명은 삶과 죽음의 사이클에 놓인다. 인간이 아닌 유기 생명체가 참여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환경에 반응하며 자연스럽게 변화한다. 두세 달에 걸친 전시 기간 동안 작품 속 식물은 점점 시들어가고 곰팡이와 효모는 확산하다 소멸하며 공간을 메우는 공기와 냄새 역시 변화를 거듭한다. 살아 있는 것과 죽어 있는 것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그 과정을 목도하는 관객들은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이처럼 유기 생명체를 작업에 끌어들이는 이유에 대해 그는 “흙, 꽃, 버섯종자 같은 자연 재료가 작품 안에서 매일매일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보는 일은 신비롭고 흥미롭다. 심지어는 예상치 못한 변화에 충격을 받을 때도 있다”며 “또 인간과 비인간의 이분법적 사고를 떠나 이런 비인간 행위자들을 지구의 한 구성원으로서 창작의 동반자로 삼고, 우리 인간이 다른 인간을 보는 것과 같이 다른 존재들을 존중하며 볼 수 있을지 인식 전환의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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