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녹음파일① “돈 돌려받았다고 인터뷰해라”... 사업가 회유, 언론공작 의혹
충북 청주시 상당구에서 6선에 도전하는 정우택 국민의힘 후보. 현직 국회부의장인 그는 한 사업가로부터 청탁과 함께 돈봉투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2월, 충북지역 사업가 A씨로부터 돈봉투를 받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정우택 후보는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돈봉투는 즉시 돌려줬고, 이후 정식 후원계좌를 안내한 후 후원금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뉴스타파는 지난 2022년부터 최근까지 사업가 A씨와 정우택 후보 측이 나눈 전화통화 녹음파일을 무더기로 입수했다. 뉴스타파는 이 녹음파일을 분석해 ‘정우택 돈봉투’ 사건을 처음 세상에 알린 충북인뉴스와 함께 연속 보도한다.
먼저 정우택 후보 측이 돈봉투 보도 직후 사업가 A씨에게 거짓말로 보이는 증언을 하도록 회유하고, 언론공작을 기획한 정황을 공개한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녹음파일은 총 86개다. 그 중 7개는 지난 2월 14일 충북인뉴스를 통해 돈봉투 의혹이 처음 제기된 뒤 녹음됐다.
‘충북인뉴스’가 ‘정우택 돈봉투’ 의혹을 처음 보도한 건 지난 2월 14일 오후 5시 55분. 정우택 후보가 충북 지역의 상수원보호구역에서 불법 카페영업을 했던 사업가 A씨로부터 영업에 도움을 달라는 청탁과 함께 100만 원이 든 돈봉투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정 후보가 돈봉투를 받는 장면이 찍힌 CCTV영상, 정우택 후보 측에 금품을 전달한 내역이 적힌 A씨의 자필 메모장을 공개했다.
최초 보도에서 사업가 A씨는 돈봉투를 돌려 받았는지 여부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정우택 후보는 “돈봉투를 받은 것은 맞지만 곧바로 돌려줬고, 이후 후원 계좌번호를 안내했다. (불법카페 민원해결이 안 되자) A씨가 서운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가 의도적으로 일을 만들었다”는 입장을 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86개 통화녹음 파일을 들어보면, 정우택 후보 측은 언론에는 ‘A씨가 의도적으로 일을 만든 것’이란 취지의 입장을 낸 뒤 곧바로 A씨를 회유하기 시작했다. 보도가 나간 직후인 2월 14일 오후 8시경부터 정우택 후보 보좌관 임 모 씨는 사업가 A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하고 문자를 남겼다. 정우택 후보 측과 사업가 A씨는 최근 1년간 거의 연락을 안 한 사이였다.
병원에 입원중이던 A씨는 임 보좌관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A씨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돈봉투를 돌려받은 사실이 없다”고 정우택 후보의 주장을 반박했다. “2월 14일 보도 이후 기자도 보좌관도 연락을 많이 해 왔는데 받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업가 A씨 “정우택 보좌관이 병실까지 찾아와 거짓 증언 회유”
A씨가 전화를 받지 않자, 임 모 보좌관은 여러 차례 카카오톡 메시지를 남기며 통화를 원했다. 다음날에는 아침부터 A씨가 입원한 병원에 찾아갔다. A씨에 따르면, 외부인 출입이 안 되는 병실인데도, 무작정 들어가 A씨를 회유했다.
임OO 보좌관이 병원으로까지 찾아왔어요. 면회도 안 되는 곳인데 어떻게 몰래 들어와서, 내가 (입원해서) 병실에 누워 있는 상태에서 (보좌관이) 제 머리쪽으로 와서 귀에다 대고 그러는 거예요. ‘너 왜 그래? 돈 돌려받았잖아. 돌려받았잖아’ 그냥 이런 식으로 이제 회유를 하는 거예요.병원 간호사들이 면회 안 된다고 나가라고 해도, ‘잠깐만요.잠깐만요. 잠깐만’ 계속 그러면서 한 두어 마디 나한테 한 거예요. ‘나만 믿어’ 이렇게 말하고 나가더니 그 뒤부터 계속 전화가 왔어요.
- - 충북지역 사업가 A씨
정우택 보좌관 임 모 씨는 A씨 뿐만 아니라 A씨 부인에게도 여러 차례 전화해 회유했다. 정우택 후보에게 유리한 증언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보내 달라고 요구했다. 아래는 충북인뉴스 최초 보도 다음날인 지난 2월 15일 임 보좌관과 A씨 부인이 나눈 대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괄호는 이해를 돕기 위해 기자가 적은 것)
사업가 A씨 부인 : 여보세요?
정우택 보좌관 : 제수 씨, 저예요.
사업가 A씨 부인: 네, 보좌관님
정우택 보좌관 : 제수 씨 전화로 동영상으로 (사업가 A씨)00이 하고 제가 거기서(병원) 얘기한 게 있거든요. 기사 어제 왜 MBC(충북) 그거 보셨죠?
사업가 A씨 부인 : 네.
정우택 보좌관 : 거기 나온 얘기는 다 거짓이고, 저기 (돈봉투 건네는) 동영상에 나온 거 있지 않습니까? 동영상에 나온 거 그 돈을 (사업가 A씨가) 봉투를 주려고 했는데, 정우택 의원이 이렇게 거부하다가 다시 돌려 받아서 후원금 처리를 했다고 말만 따면 돼요. 그거는 제수 씨도 알잖아 내용을, 무슨 말인지를. 그거만 녹취해서 저한테 동영상 녹취하는 거 있잖아요. 그렇게 해서 그걸 저한테 주시면 모든 걸 다, 저기 오늘 오늘 다 끝나 그러면...
- - 정우택 보좌관 임00 씨와 사업가 A씨부인의 전화 통화 내용 (2월 15일 오후 12시 15분)
A씨 부인이 거절하는데도 정우택 보좌관은 거짓말로 보이는 해명을 담은 동영상을 촬영해 전달해 줄 것을 거듭 요구했다.
사업가 A씨 부인 : 보좌관님 아까 말씀 주신 내용 저희가 촬영을 하고 그러긴 좀 그렇고, 기자님이 전화 주시면은 저희가 그 내용을 전달할께요, 얘기로.
정우택 보좌관 : 아, 그래요? 그거 그거 해 주시면 되는데... 그게 제일, 제일 깔끔한데 괜히 뭐 기자하고 뭐 얘기하기도 그렇고. 그래요?
사업가 A씨 부인 : (A씨가) 너무 지금 스트레스 많이 받아 하시고...
정우택 보좌관 : 스트레스…나는 그래서 빨리 스트레스 줄여주려고 그러는 거야. 아니 그냥 저를 믿으셔야 돼요. 다른 사람은, 다른 사람들은 어떤 음모가 다 있을 수도 있는데, 기자 이런 애들은 근데... 저는 믿으셔야 돼요.
- - 정우택 보좌관 임00 씨와 사업가 A씨부인의 전화 통화 내용 (2월 15일 오후 12시 15분)
정우택 보좌관은 특정 언론사를 지목하며 인터뷰 해 줄 것도 요청했다. 사실상 언론작업, 언론공작에 나설 것을 종용한 것이다.
정우택 보좌관 : 그러면요. ***기자라고 ***(청주지역 모 언론사) ***기자 전화번호를 드릴 테니까 그 사람한테 제가 전화를 할게요. 그러면 전화가 가면 ○○○(카페사장) 대표하고 대화를 나눠라, 저기 거기서 뭐야 뉴스에서 나왔던 것은 다 그건 거짓(으로), 지들이 한 얘기고, 거짓이고, 돈 봉투 준 거 돌려받고 저기 뭐지 저기 후원금 계좌로 넣었다. 그게 다 다. 그리고 밥 먹고 저기 소고기 먹고 송이버섯 먹고 그건 맞다. 그건 맞는 거니까 하여튼 그것만 얘기해 주면 돼요. 그러고서 전화 길게 할 것도 없고 더 이상 걔들(MBC충북, 충북인뉴스 기자)하고 전화 통화할 거 없어요. 기자들하고 가까워서 좋을 거 하나도...오늘 끝내 드릴께요. 오늘 오늘 제가 끝내드릴게요.
사업가 A 씨 부인 : 알겠습니다.
정우택 보좌관 : 그래요, 제수씨.
- - 정우택 보좌관 임00 씨와 사업가 A씨부인의 전화 통화 내용 (2월 15일 오후 12시 15분)
실제로 전화통화가 끝난 뒤, 정우택 보좌관은 A씨 측에 기자들의 연락처를 보내 자신이 말한 대로 인터뷰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실제로 A씨가 소개한 언론사 기자가 A씨에게 연락을 해 왔고, A씨는 보좌관의 요구대로 “돈봉투를 돌려 받았다”는 내용으로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내용은 한 지역 언론에 실렸다.
다음날, 임 모 보좌관은 A씨 부인에게 위 기사와 같은 취지로 한 번 더 서울 소재 언론사와 인터뷰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이는 성사되지 않았다. 아래는 지난 2월 16일 임모 보좌관과 사업가 A씨 부인의 대화내용. (괄호는 이해를 돕기 위해 기자가 쓴 것)
정우택 보좌관 : 어제 그 **뉴스 거기 말씀을 잘 해 주셨는데
사업가 A씨 부인 : 네.
정우택 보좌관 : 이제 그것 때문에 정리가 다 됐고요. 근데 여기는 이제 지역 뉴스잖아요. 근데 그 000(서울 모 언론사 기자 이름)이라고, 00뉴스는 중앙 뉴스니까 여기서 한 번만 더 인터뷰를 좀 할 수 없냐고 그래요.
사업가 A 씨 부인 : 네.
정우택 보좌관 : 이제 어제 같은 거예요. 어제 같은 건데 그것만 좀 수고를 좀 해 주시겠어요? 그러면 더 이상은 안 하게 할게요.
- - 정우택 보좌관 임00 씨와 사업가 A씨 부인의 전화 통화 내용 (2월 16일 오후 12시 14분)
임 보좌관은 두 번째 인터뷰가 불발된 뒤, A씨에게 다시 연락해 “자신과 접촉한 사실을 말하지 말라”며 입단속을 시켰다.
정우택 보좌관 : 저기 00뉴스(서울 모 언론사)라고 중앙 뉴스 있잖아, 거기서 전화를 하고 싶어 하더라고 그러니까.
사업가 A씨 : 제가요 이제...
정우택 보좌관 : 받지마, 그럼.
사업가 A씨 : 조금 전에도 (종편방송)에서 나오는 거 보니까 아주 자세하게 나왔어요. 그래서 이재명이가 뭐라고 그래서 이제 정우택 의원님이 '고발한다. 저기 허위 고소를 고발한다'는 식으로 이제 저도 막 이런 전화 받으니까요. 이쪽저쪽 막 난리 나서 전화도 오고, 그냥 이러고 여기 이제 우리 여기 간호사 조카도 불려가서 여기 자꾸 병원에 뭐 되는 거, 그렇다고 좀 아까 뭐라고 소리를 좀 들었나 봐요.
정우택 보좌관 : 응.
사업가 A씨 : 그래서 제가 자꾸 이렇게 인터뷰하고…
정우택 보좌관 : 그러니까 아프니까 지금 환자니까 그러면 (인터뷰)하지마. (기자들) 전화가 오는 게 있어도 아니 실제로 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피로도 하고 그러니까 받지 말고, 어제 나 접촉한 거는 일절 얘기하면 안 되고.
사업가 A씨 : 네 네 네
정우택 보좌관 : 그렇게만 해. 그리고 나하고 전화 통화한 것도 누구한테도 얘기하지 말고
사업가 A씨 : 네, 알겠습니다.
정우택 보좌관 : 나는 저기 혹시 연락할 거 있으면 제수 씨한테만 연락할게. 그러고 그냥 나만 믿으면 돼.
- - 정우택 보좌관 임00 씨와 사업가 A씨의 전화 통화 내용 (2월 16일 오후 2시 28분)
같은 날 임 보좌관은 A씨 부인에게도 앞으로는 기자 연락을 받지 말고, 인터뷰도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정우택 보좌관 : 전화 오고 하는 데 없어요?
사업가 A씨 부인 : 네, 이제는 없어요.
정우택 보좌관 : 없어요? 하여튼 와도 받지 말아요.
사업가 A씨 부인 : 네.
정우택 보좌관 : 어쨌든 어차피 저기 인터뷰 같은 거 이제 응하지 마세요, 누구든.
- - 정우택 보좌관 임00 씨와 사업가 A씨 부인의 전화 통화 내용 (2월 16일 오후 4시 20분)
이렇게 정우택 보좌관 임 모 씨는 ‘돈봉투 보도’가 나간 2월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 동안 A씨에게 4차례, A씨 부인에게도 9차례 전화를 걸고 찾아가 정 후보에게 유리한 인터뷰를 종용했다. 그 결과로 나온 A씨의 증언을 근거로 정우택 후보는 “돈봉투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며 정 후보의 공천을 확정했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핵심은 불법 정치자금에 제가 단호히 거절했고 즉시 그 자리에서 돌려줬고 또 적법하게 후원금을 받아서 후원 처리했다는 그런 팩트 하나 하고 두 번째는 악의적인 정치공작, 허위사실 왜곡. 세 번째는 이걸 악용한 나쁜 정치인들의 정치 공세, 저는 이 두 가지로 규정하고...
- 정우택 국민의힘 후보 기자회견 (2024.2.21.)
정우택 의원 “지금은 선거운동 전념할 시기…수사 결과 지켜봐달라”
현재 사업가 A씨는 "정우택 후보 측에 불법 자금을 전달한 것은 사실이며 준 돈을 돌려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사업가 A씨는 말을 바꾼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제가 정말 돈을 돌려받았다면 그 분(정우택)하고 싸우겠어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데, 거짓말을 계속하다 보면 일이 너무 커질 것 같았습니다. 변호사와 상의한 끝에 있는 그대로를 말하기로 했습니다. 국민의힘에서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말하는데, 사건 당사자인 저를 지금이라도 불러 조사해 줬으면 합니다.
- - 충북지역 사업가 A씨
뉴스타파는 정우택 의원실 임 모 보좌관에게 연락해 사업가 A씨를 회유하고 거짓말로 보이는 인터뷰를 종용한 이유를 물었다. 임 보좌관은 “진실을 거짓으로 포장하지 말라고 한 것이며, 회유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 있는 사실 그대로 얘기한 것”이라고 답했다.
특정 언론사와 인터뷰를 주선하고, 인터뷰 내용까지 알려준 이유는 무엇인지, 돈봉투를 돌려주고 바로 후원계좌를 안내한 증거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정우택 의원에게도 임 보좌관이 사전에 A씨 인터뷰를 기획하고, 회유한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물었다. 정 의원은 전화는 받지 않은 채 문자 메시지로 “수사의뢰 했으니 결과를 지켜보자, 28일 밖에 안 남은 선거운동에 전념해야 할 시기라는 걸 인식해주기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스타파 홍여진 sara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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