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사건 피의자’ 이종섭 호주대사, 신임장 사본 제출···공식업무 개시
신임장 원본은 조만간 외교행낭으로
홈피 인사말에 “한-호 관계 발전 교두보 되겠다”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중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출국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외교부 관계자는 13일 “이 대사가 12일(현지시간) 오후 호주 측 요청으로 아서 스피루 호주 외교통상부 의전장을 면담하고 신임장 사본을 제출했으며 대사로서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신임장은 재외공관에 파견된 대사가 자국 국가원수로부터 받아 주재국 정부에 제정하는 문서다. 이 대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신임장 원본을 받지 않은 채 사본을 갖고 출국했다. 주재국 국가원수에게 신임장 원본을 제정하기 전에 외교부에 사본을 제출하면 대사로서 제한적 활동이 가능하다.
호주 측은 이 대사의 외교관 신분증을 미리 발급해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이 대사의 신임장 원본을 조만간 외교행낭(파우치)으로 호주에 보낼 예정이다.
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이던 지난해 7월 호우 실종자 수색 중 숨진 해병대 채상병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수사 외압 의혹이 대통령실과 연관됐는지 여부를 가르는 핵심 피의자다.
장관보다 한참 낮은 차관보급이 가는 호주대사로 지난 4일 임명된 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의해 1월부터 출국금지 조치를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8일 법무부가 출국금지 해제 결정을 내렸고, 이틀 만인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호주 브리즈번으로 출국했다. 임명부터 출국까지 모든 절차는 6일 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이 대사는 전날 주호주 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 공관장 인사말을 올리고 공식 부임을 알렸다.
이 대사는 인사말에서 “한-호 관계 발전의 교두보가 되어 호주 전역 16만 명이 넘는 우리 동포사회의 권익 신장과 호주를 찾는 우리 국민들에게 신속하고 효율적인 영사서비스 제공을 위해 지속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대사 부임을 둘러싸고 교민 사회는 물론 현지 매체도 술렁이고 있어 교두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호주 교민 단체인 ‘시드니촛불행동’은 지난 9일(현지시간) 시드니 애쉬필드 교회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이 대사 부임 규탄대회를 열고 반발했다. 호주 공영방송 ABC는 12일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국내에서 비리 수사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호주에 입국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대사 부임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양국 외교관계에 어려움이 야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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