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싸게 사러 40km 와서 “하나만 더 주면 안 돼요?”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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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째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최정원(71)씨도 "사과가 말도 안 되게 비싸니까 오렌지 등 다른 품목으로 바꾸는 손님도 많다"며 "손님도 줄었지만, 오더라도 사지는 않는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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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두세 번 나눠 먹어…고물가 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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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가 왜 이렇게 비싸요? 부사 5개 1만원짜리 6개 주면 안 돼요?” “못 드려요. 어머니 제가 이거 6개 드리면 2000원 밑져요.”
13일 오후 1시께 찾은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청과물시장. 좌판에서 과일을 판매하는 김대진(29)씨는 “가격이 왜 이렇게 비싸냐”며 발길을 돌리는 손님들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수급이 어려워 흠집이 있는 ‘못난이 사과’만 좌판에 내놓을 수밖에 없는데도, 이마저 예년보다 2배가량 오른 5개 1만원이다. “매출이 작년 대비 반 토막 났어요. 손님들도 세 번 오던 사람이 한 번 정도 올 만큼 크게 줄었어요.”
1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를 보면, 전날 기준 사과(후지·상품) 도매가격이 10kg당 9만1700원을 기록해 1년 전(4만1060원)에 견줘 123.3% 올랐다. 사과 도매가격은 지난 1월17일 9만740원에 달해 사상 처음으로 9만원을 넘어섰다.
생산물량이 줄면서 가격이 폭등한 사과 가격이 좀처럼 내리지 않고 있다. 과일을 사려는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과일을 판매하는 청과시장 소상공인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이날 찾은 청량리청과물 시장은 전반적으로는 손님이 줄었지만, 한 푼이라도 싸게 사과를 사러 온 소비자들은 끊이지 않았다. 이곳 시장 사과가 제일 싸다는 얘기를 듣고 원정을 온 소비자들도 있었다. 인천 부평구 집에서 지하철을 타고 온 오창환(75)씨는 “집 근처 시장은 5개 1만원인데 지금 여기서 9개 1만원에 샀다. 작년 같으면 5천원에 사과 7∼8개 줬는데, 2배 올라 살기가 너무 힘들다”고 했다. 상인 김대진씨는 “서울 주요 시장 중에 청량리시장이 그나마 싼 편”이라고 말했다.
7개 1만원짜리 사과를 좌판에서 구매한 한 여성은 “사과는 하루에 한두쪽씩 두세번 나눠 먹었는데, 이제는 흠집 있는 것도 먹고 양도 줄였다”며 “마트에서는 세 개 1만원이니까 그래도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고 시장에 왔다”고 했다.
과일장사만 17년째인 이대호(58)씨는 “판매하는 사람도 사과를 못 먹을 정도로 너무 비싸다”고 했다. 함께 장사하는 이씨 아내는 “사과가 물량이 없어서 기스가 있는 비(B)급도 3개 1만원에 팔고 있다. 작년에는 5천원이었는데 2배가 올랐다”고 했다.
20년째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최정원(71)씨도 “사과가 말도 안 되게 비싸니까 오렌지 등 다른 품목으로 바꾸는 손님도 많다”며 “손님도 줄었지만, 오더라도 사지는 않는다”고 토로했다.
사과 재배 농가나 과일 음료 가게 등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전북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한 농가 관계자는 “사과 물량이 거의 다 빠지고 수입 과일이 안 들어오니 가격은 오르는 시기는 맞는데 올해는 작황까지 안 좋아 가격이 더 크게 올랐다. 기후 변화도 점점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생산자 입장에서 가격이 오르면 좋은 면도 있지만, 비싸서 안 먹는 사람이 많아져서 수요가 떨어지면 우리에게도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에서 생과일주스 판매점을 운영하는 허성구(34)씨는 “추석에 사과 비싸다가 12월부터는 가격이 점점 내려가야 하는데 정말 역대급 가격”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을 올리면 부담이다 보니 (음료에 들어가는) 사과 크기를 줄여가면서 남는 거 없이 팔고 있는 형편”이라고 했다.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고나린 기자 me@hani.co.kr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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