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세제 혜택·유료방송 재허가 폐지…‘공공성’ 확보는 전무

최성진 기자 2024. 3. 1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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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미디어·콘텐츠 발전방안 발표
1조원대 K-콘텐츠 펀드 신설, 방송·미디어 규제 완화
“SBS 등 특정 사업자 혜택…‘민원 처리용’” 비판도
한덕수 국무총리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미디어·콘텐츠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를 최대 30%까지 늘리고 1조원 규모의 민관 합동 ‘케이(K)-콘텐츠·미디어 전략펀드’를 마련한다. 대기업의 방송사 소유 제한을 낮추고, 지상파·종합편성채널(종편)의 최대 유효기간을 7년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오티티) 확산 등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에서 고전하고 있는 국내 방송·미디어 업계를 위해 지원은 늘리고 규제는 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특정 사업자의 독과점 방지 등 미디어 공공성 및 방송 다양성 유지·확보를 위한 제도적 대안은 빠져 있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는 1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전체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미디어·콘텐츠 산업융합 발전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앞서 위원회는 지난해 4월 국무총리 소속 자문기구로 출범한 뒤 업계 의견청취와 토론회, 관계부처 협의 등을 통해 미디어·콘텐츠 산업 발전 전략 및 세부 추진방안을 논의해왔다.

이날 정부가 내놓은 발전방안의 두 축은 미디어·콘텐츠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방송·미디어 규제 완화다. 먼저 관련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는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확대를 추진한다. 현재 적용되는 세액공제율은 대기업이 3%, 중견기업 7%, 중소기업 10%에 그치는데, 이를 최대 30%(중소기업 기준)까지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1조원 규모의 케이(K)-콘텐츠·미디어 전략펀드도 신설한다. 이를 위해 올해 6천억원을 시작으로 앞으로 5년간 총 1조2백억원을 조성해 이를 대형 콘텐츠 제작과 미디어 기업, 콘텐츠 지식재산권(IP) 보유·활용에 투자한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방송·미디어 규제 완화 방안 중에선 유료방송 재허가·재승인 폐지와 지상파·종편의 재허가·재승인 유효기간 확대, 방송사 소유·겸영 규제 완화 등이 눈에 띈다. 유료방송 재허가·재승인 폐지는 케이블티브이와 아이피티브이(IPTV), 위성방송 사업자의 요구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현행 7년 단위의 재허가·재승인 제도를 없애고 장기적으로는 지금의 유료방송 허가·등록제를 등록·신고제로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지상파·종편에 적용되는 3~5년의 재허가·재승인 유효기간을 최대 7년으로 확대하는 것과 소유·겸영 규제 완화도 주로 관련 사업자 부담 완화를 고려한 정책 결정으로 풀이된다. 특히 현행 방송법(8조) 등에선 자산 총액 10조원 이상 대기업의 방송사 소유 지분을 10% 이하(지상파 기준)로 제한하는데, 자산 총액 기준을 국내총생산(GDP) 일정 비율과 연동하는 방식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앞서 현 정부는 2022년 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도 대기업의 방송사 소유 규제 완화나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 겸영 제한 완화 등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정부의 이날 발표와 관련해 학계와 언론·시민단체에선 방송·미디어 규제 완화의 수혜가 주로 종편 등 특정 사업자한테 집중될 가능성이 크고, 중소·지역방송에 대한 제도적 지원 방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반쪽짜리’라는 평가를 내놨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방송사 소유 규제 완화는 에스비에스(SBS) 등 특정 사업자가 혜택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대기업 및 전국 단위 방송사업자의 ‘민원 처리용’으로 보인다”며 “유료방송과 지상파·종편을 대상으로 하는 재허가·재승인 규제 폐지 및 완화도 사업자의 일방적인 요구를 반영한 결과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앞서 에스비에스의 최대주주(36.9%)인 태영(티와이홀딩스)은 2022년 대기업으로 지정된 바 있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티와이홀딩스에 에스비에스 지분매각에 관한 시정명령을 내린 상태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도 “오티티 등 신규 미디어와 레거시 미디어(전통 매체) 간 규제의 형평성 제고 및 공정한 시장 환경 조성을 위해 정부의 제도 개선 노력이 필요했던 만큼, 이번 방안의 추진배경에는 공감할 부분이 있다”면서도 “다만 중소·지역방송 등 대형화할 수 없는 미디어 영역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이들 분야에 대한 관심과 제도적 접근이 전무해 크게 균형성을 상실한 점은 문제”라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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