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첫 현장행보…농산물 산지·유통현장 발걸음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공식 취임과 함께 농산물 산지와 유통 현장으로 발걸음을 돌리며 ‘현장행보’에 나섰다. 일조량 부족에 따른 멜론 생육 피해 현장과 농산물 도소매 현장을 잇달아 찾아 농협중앙회 역할 강화와 체질 개선 방안을 두루 모색했다.
강 회장은 13일 일조량 피해로 멜론 생산에 차질을 빚은 전남 나주에서 농가의 어려움을 듣고,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세지농협 소속 멜론 농가들은 2월18~25일 8일 연속 이어진 비와 일조량 부족으로 막대한 피해를 봤다. 이번 작기에만 69농가가 비닐하우스 30동(1동 1322㎡·약 400평) 물량을 폐기 처분했다.
이날 강 회장과 이은상 세지농협 조합장 등 농협 관계자들이 살펴본 세지면 일대 멜론 하우스 내부는 검게 말라 고꾸라진 줄기와 터진 과실들로 처참한 모습이었다.
멜론 재배 농민 이철문씨(55)는 “일조량이 부족해 영양제를 더 살포하고, 난방도 추가로 해 하우스 한동당 투입비만 1500만원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하지만 농작물재해보험의 피해율 산정 기준은 지나치게 높고, 정부는 일조량 부족 피해를 농업재해로 인정 못 한다고 하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강 회장은 “요즘 시설재배는 과거와 달리 투입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한해 농사 실패가 막대한 손실로 돌아온다”며 “농작물재해보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즉각 검토하고, 농림축산식품부에 건의해 농업재해로 인정받는 방안도 찾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에 따른 농가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시설하우스 전조장치 도입과 전기요금 인하 등의 근본 대안을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약속했다.
강 회장의 농촌현장 행보는 앞서 12일부터 시작됐다. 경기 포천 일동·포천·소흘농협을 차례로 찾은 강 회장은 “어제(11일) 취임식을 했지만 농촌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야겠단 생각에 양복을 점퍼로 갈아입고 길을 나섰다”며 ‘현장 중심주의’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어 늦은 저녁까지 김포농협 로컬푸드직매장, 농협 하나로유통 고양유통센터, 서울 강서시장 농협강서공판장 등을 돌며 “농축산물 공급에서 농협만의 분명한 역할과 색깔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로컬푸드직매장을 둘러본 강 회장은 “로컬푸드직매장도 이제는 일률적인 운영방식에서 벗어나, 농산물 진열 방식을 매장별로 특화하고 ‘숍인숍 형태’ 등으로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며 “농협 농산물이 가진 ‘안심’ ‘신선’ 이미지를 무기로 로컬푸드뿐 아니라 체험형 오프라인 유통매장, 라이브커머스 등으로 판로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농·축협 경제사업 역량을 높이는 컨설팅이 필요하다는 조합장 의견에 대해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하나로마트, 주유소 등을 한 데 묶어 장기 발전방안을 찾는 컨설팅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단순한 자금 지원이 아니라 농·축협 경제사업이 연속성을 갖고 발전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로드맵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도소매 유통현장에서도 농협의 ‘농산물 생산·판매 기능’ 강화를 재차 강조했다. 고양유통센터에서 농협이 진행하는 사과·참외 할인행사를 살펴보며 “단기적으로 중앙회 차원의 농산물 할인을 지속하고, 장기적으로는 과수 분야에서 기후변화의 영향을 최소화하며 농사지을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농협강서공판장에선 ‘손실가격보전제’ 를 도입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강 회장은 “농협 공판장은 농민이 어려울 때 어떻게 판매를 더 잘해주고 지원해줄지 항상 고민해야 한다”며 “재원을 마련해 특정 농산물의 가격이 폭락할 경우 손실을 일부 보전하는 방식을 도입해 산지와 끈끈한 관계를 형성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12일 오후 8시부터 진행된 채소류 경매를 참관한 뒤 현장과의 ‘지속적인 소통·협업’을 약속하며 첫 현장경영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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