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전자, 이번엔 ‘AI TV’로 한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일체형 세탁건조기에 이어 ‘인공지능(AI) TV’를 잇따라 내놓으며 또 한 번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네트워크 연결 없이 기기 자체에서 AI를 가동하는 ‘온디바이스 AI’가 TV까지 폭넓게 확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3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TV 신제품 론칭 기념 행사를 열었고, LG전자는 TV 신제품 판매 시작을 알렸다. 삼성전자가 18년 연속 글로벌 TV 시장에서 매출 기준 점유율 1위라면, LG전자는 11년 연속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부문 출하량 기준 1위를 유지한 ‘OLED 강자’다. 경기 침체로 인한 TV 출하량 감소에도 프리미엄 및 초대형 TV 수요는 공고하다고 보고 이들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15일 2024년형 네오(Neo) QLED TV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신제품을 공식 출시한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행사에서 “한국은 프리미엄과 초대형화를 선도하는 글로벌 혁신 시장”이라며 “기술력을 집대성한 2024년형 삼성 TV를 통해 AI TV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삼성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TV 4대 중 1대는 2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제품이다. 75인치 이상 TV 판매 비중도 글로벌 대비 6배 높다.
2024년 네오 QLED 8K TV에는 역대 삼성 TV 프로세서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을 갖춘 3세대 AI 8K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QLED TV는 퀀텀닷(나노미터 크기의 반도체 입자) 기술이 적용된 LCD 기반 TV를 말한다. 3세대 AI 8K 프로세서는 전년 대비 8배 많은 512개 뉴럴 네트워크(신경망)와 2배 빠른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갖췄다.
대표적인 기능은 저해상도 영상도 8K급 화질로 선명하게 만들어주는 ‘8K AI 업스케일링 프로’다. AI의 역할은 스포츠 종목을 자동으로 감지해 공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보정하거나, 콘텐츠 속 대화 내용이 배경음에 묻히지 않도록 목소리를 증폭시키고 청소기 소음을 감지해 사운드를 최적화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최상위 모델(QND900) 기준 85형 1590만원, 75형 1290만원이다.
삼성은 현재 자사 점유율이 23% 수준인 OLED 시장에서도 1위 LG전자와의 점유율을 좁혀나간다는 구상이다. 삼성은 수익성 악화로 OLED TV 사업을 접은 지 10년 만인 지난해 다시 OLED 시장에 뛰어들었다. 용 사장은 “OLED의 경우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여러 부품처의 패널을 같이 쓰고 있다”며 “당사가 가진 플랫폼 기술을 통해 화질과 음질을 완성하겠다는 관점에서 혼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이날부터 AI 성능이 강화된 2024년형 ‘LG 올레드 에보’와 LCD 패널을 사용하는 프리미엄 TV 일종인 ‘QNED 에보’ 등 TV 신제품 판매에 돌입했다.
LG 역시 AI 성능을 대폭 강화했다는 점을 앞세웠다. LG 올레드 에보 시리즈에 적용된 알파11 프로세서는 기존 알파9 대비 4배 강력해진 AI 성능을 갖췄다. 그래픽 성능과 프로세싱 속도가 각각 70%, 30% 높아졌다. 이를 통해 프레임 내 픽셀 단위까지 세밀하게 분석해 화질을 좋게 만들어준다. 알파9 대비 주변 음향을 담당하는 2개 채널이 추가돼 더 풍성한 공간 음향을 제공하고, 배경음에 묻힌 등장인물의 음성을 선명하게 보정하는 기능도 처음 적용했다.
한편 LG전자는 일체형 세탁건조기 고급형 제품에 이어 일반형 제품 ‘LG 트롬 오브제컬렉션 워시콤보’ 판매를 시작하며 삼성전자와의 세탁건조기 경쟁도 본격화했다. 트롬 워시콤보의 세탁과 건조 용량은 각각 25㎏과 15㎏이며 출하가는 449만원이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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