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게에서 추출한 항암 치료제 원리 찾았다…"암세포 DNA 복구 차단"

이병구 기자 2024. 3. 1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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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팀이 멍게에서 추출한 항암 치료제가 암세포를 억제하는 원리를 알아냈다.

연구팀은 트라벡테딘이 색소건피증 단백질 중 XPG의 DNA 절단 작용을 막아 DNA 복구를 불완전하게 만들어 암세포 사멸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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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해에 사는 멍게에서 추출한 항암 물질인 트라벡테딘의 구조. IBS 제공

국내 연구팀이 멍게에서 추출한 항암 치료제가 암세포를 억제하는 원리를 알아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올란도 쉐러 유전체항상성연구단 부연구단장 연구팀이 샤나 스털라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카리브해에 사는 멍게 엑티나시디아 터비나타(학명 Ecteinascidia turbinata)에서 최초로 추출된 항암 물질인 '트라벡테딘'이 항암 작용을 하는 메커니즘을 알아내고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지난달 15일 게재했다고 13일 밝혔다. 

항암 치료에 쓰이는 약물은 주로 암세포의 DNA를 공격해 암세포 증식을 억제한다고 알려졌다. 암세포는 이에 대응해 DNA 손상을 스스로 복구하며 항암 치료를 어렵게 한다.

트라벡테딘은 암세포의 DNA 복구를 방해해 항암 치료 효과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세포의 DNA 복구 능력이 활발할수록 효과가 커진다. 트라벡테딘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암세포를 억제하는지는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DNA의 단일 가닥 변화까지 미세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인 '코멧(COMET) 칩' 실험으로 트라벡테딘의 효과를 관찰했다. 그 결과 자외선으로 손상된 세포 속 DNA는 '뉴클레오타이드 절제 복구(NER)' 과정을 거쳐 복구됐지만 트라벡테딘에 의한 DNA 손상은 복구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암세포가 DNA 손상을 인식하면 손상 부위에 다양한 복구 단백질이 모여 NER이 진행된다. 색소건피증 단백질(XPF, XPG)은 DNA를 절단해 손상된 부위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트라벡테딘이 색소건피증 단백질 중 XPG의 DNA 절단 작용을 막아 DNA 복구를 불완전하게 만들어 암세포 사멸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나아가 연구팀은 전체 유전체에서 트라벡테딘에 의한 손상 부위를 정확히 식별하고 위치를 파악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는 트라벡테딘과 다른 항암제가 암세포 유전자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특히 이번 연구는 DNA 복구가 활발한 암세포를 표적으로 환자 특성에 따른 맞춤형 항암 치료 효과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논문의 제1 저자인 손국 IBS 유전체항상성연구단 박사후연구원은 "트라벡테딘이 암세포에 작용하는 메커니즘을 깊이 이해할 토대를 마련했다"며 "특정 암세포 유형에 대해 트라벡테딘의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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