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와 대화한다는 정부…교수들 "외국의대 접촉하나, 금시초문"

천선휴 기자 2024. 3. 1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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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개 의대 비대위 연대 대화 촉구…정부 "전제조건 단 대화 못 받아들여"
교수들 사직 소식에 환자단체 "의료재앙 경험하게 될 것"
13일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로비를 지나고 있다. 2024.3.13/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전공의들이 집단 이탈을 한 지 4주차에 접어들면서 사직서를 내겠다는 의대 교수들이 결의가 잇따르고 있다.

의대생들의 유급을 결정짓는 시한이 다가오고 있고, 오는 18일부터는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낸 지 한 달이 돼 병원장이 사직서 수리를 하지 않아도 민법상 사직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제자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걸 스승으로서 바라만 볼 수 없다는 이유가 크다.

의과대학들의 연합도 본격 시작됐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는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40개 의과대학 중 비대위가 만들어진 19개 대학과 전날 저녁 1차 총회를 열고 의과대학 학생들의 학업과 전공의들의 수련 중단으로 인한 대한민국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함께 행동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결의에 참여한 19개 대학은 서울대를 비롯해 △연세대 △제주대 △원광대 △울산대 △인제대 △한림대 △아주대 △단국대 △경상대 △충북대 △한양대 △대구가톨릭대 △부산대 △가톨릭대 △충남대 △건국대 △강원대 △계명대 등이다.

이들은 오는 15일까지 소속 대학 교수와 수련병원 임상진료 교수의 의사를 물어 사직서 제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성균관의대는 13일 오후 6시 회의를 열고 전체 교수들의 중지를 모은다.

필수과 중에서도 기피현상이 심해 제자를 받는 데 다른 과들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아심장 분야 의사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대한소아심장학회는 이날 호소문을 내고 "효과가 불분명한 정책을 강압적으로 추진하고 이로 인해 국민의 건강이 위협받고 미래의 의료계를 이끌어갈 젊은 의사들이 의업을 포기하게 만드는 상황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며 "현재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정책들이 정말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목적이라면 열악한 의료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의료인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18일까지 정부가 사태 해결을 위한 합리적인 방안 도출에 나서지 않을 경우 이날을 기점으로 자발적인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성명서도 줄잇고 있다. 33개 의대가 참여하고 있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를 비롯해 가톨릭, 중앙대, 단국대, 아주대 등 각 의대 교수들이 정부의 전향적 태도 변와 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교수들의 대화 요청에 정부는 문은 열려 있다면서도 전제조건을 단 대화엔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참모들에게 "의료개혁을 원칙대로 신속하게 추진하라"면서 "의사들에 관한 행정조치를 신속히 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실도 같은 날 "의대 정원은 국가 전체 의료인력 수급법 상 정부가 책임지게 돼 있다"며 "이 규모는 협상,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 의료계 의견을 충분히 듣되 정부가 책임지고 결정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도 13일 열린 중대본 브리핑에서 "교수들과 만나서 대화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대화의 전제로서 증원을 1년 연기를 한다든지, 규모를 축소하라든지 전제조건으로 하는 대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교수도 기본적으로는 의료인의 신분이고 의료법에 해당하는 각종 명령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여러 가지 조치나 명령 같은 것을 검토 중에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교수협의회나 의대 비대위와의 접촉은 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의대 비대위 관계자는 "발표난 걸로는 대학 교수들이랑도 접촉을 하고 전공의, 학생과도 접촉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에게 접촉이 온 건 따로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대 비대위 관계자도 "외국의대에 접촉을 하는 건지 우린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며 "정말 이제 남은 시간이 없다. 1분 1초가 아까운 상황에 정부는 대화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의교협 관계자도 "정부가 우리 쪽에 대화를 제안해 온 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교수들을 대화의 장에 나오게 하더라도 좋은 결말이 도출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의료계는 2000명 증원에 대해 원점 재검토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2000명 증원에 대해서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다. 이는 더 이상 늦추기가 어려운 과제"라고 못박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방의 한 대학병원 필수의료과 교수는 "정부는 조금도 타협의 여지도 없이 밀어붙이고 의사들은 여지가 있어야 돌아오겠다는데 잘 해결될 수 있겠느냐"며 "이미 답은 보인다. 대한민국이 그렇게 자랑하던 의료 강국은 끝났다"고 말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도 "상급종합병원 교수들마저 집단으로 사직하게 된다면 대한민국은 의료대란을 넘어 그야말로 '의료재앙'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중증질환자들의 위급하고 일촉즉발인 상황에 정부는 이 사태를 언제까지 인내할 수는 있을지 모른다는 공염불만 외우고 있다. 환자들이야말로 더 기다릴 시간이 없고 여유도 없다"고 호소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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