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광 브라이언’도 TV행…유튜브 콘텐츠가 ‘예능 파일럿’ 됐다
“이 지구에 있는 인간들이 제일 더러워. 아이 헤이트 피플.” 알앤비 듀오 ‘플라이 투 더 스카이’ 멤버 브라이언이 몸을 부르르 떨며 고함친다. 그는 먼지 한 톨, 머리카락 한 가닥에도 기겁하며 집안 구석구석에 청소기를 들이댄다. MBC가 운영하는 웹예능 유튜브 채널 ‘M드로메다 스튜디오’의 <청소광 브라이언>이다. 지난해 유튜브에서 280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올렸다.
MBC는 <청소광 브라이언>을 TV시리즈로 편성했다. 정규 편성을 결정하기 위한 시험 프로그램인 파일럿 2부작을 4월1일 오후 9시에 첫 방송한다. 장성규가 진행자(MC)를, 유튜브에 출연했던 쌍둥이 형제 유도선수 조준호·조준현과 댄서 가비가 고정 패널을 맡았다. 유튜브 콘텐츠가 TV시리즈 정규 편성을 앞두고 ‘파일럿의 파일럿’이 된 셈이다.
최근 지상파 방송사들의 예능 파일럿은 눈에 띄게 감소해왔다.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은 각 방송사들이 예능 파일럿을 경쟁적으로 내놓아 시청자 반응을 보고 정규 편성할지 가늠하는 기간이다. 지난 설 연휴에 MBC는 ‘송스틸러’와 ‘뭐먹을랩’을 선보였지만 KBS와 SBS는 뚜렷한 예능 파일럿이 없었다. KBS는 특집 트로트 쇼 ‘진성빅쇼 복, 대한민국’을 내보냈고, SBS는 인기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의 스핀오프(번외편)로 ‘골림픽’을 내보냈다.
예능 파일럿이 사라지는 원인으로 방송사들의 재정적 위기가 첫손에 꼽힌다. 넷플릭스 등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와 유튜브가 등장한 이후 시청자의 콘텐츠 소비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TV광고 수입이 급감했다. 특히 올해 KBS는 정부의 TV 수신료 분리 징수 정책에 따라 2009년 이후 15년 만에 1431억원 규모의 적자 예산을 편성했다.
방송가에선 <청소광 브라이언> 같은 유튜브 콘텐츠를 파일럿처럼 활용해 인기를 확인한 뒤 TV프로그램으로 편성하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통상 유튜브 콘텐츠는 TV프로그램보다 제작비가 적은 데다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어 위험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KBS <개그콘서트>의 ‘니퉁의 인간극장’ 코너는 코미디언 김지영·박현민의 유튜브 채널에 등장하는 필리핀인 며느리 ‘니퉁’ 캐릭터를 그대로 TV에 옮겨왔다. SBS가 지난 설 특집으로 내보낸 ‘2009 명곡 챔피언십’은 SBS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 팀의 콘텐츠로 제작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방송사가 유튜브에서 대중적인 가능성을 본 콘텐츠도 TV에 맞게 변주하면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튜브 콘텐츠는 TV보다 제작비가 적게 들어가지만 ‘리얼’한 느낌도 주기 때문에 TV 정규 편성 전에 테스트하는 방송으로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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