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발포 지시하고 고문해도 3·15의거 가해자 무죄
1960년 3·15의거 때 시위대에 무차별 총격을 가한 발포 책임자와 고문 피의자 등 가해자 대부분이 무죄나 가석방으로 풀려난 것으로 드러났다. 3·15의거는 이승만 자유당 정권의 3월15일 부정선거에 반발해 마산에서 일어난 대규모 시위로,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사건이다. 3·15의거 피해자들에 대한 진실규명 작업을 벌여온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가해자들의 사법처리 기록을 정리한 건데, 3·15의거 가해자들이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종합분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12일 제74차 전체위원회를 열고 ‘3·15의거 사망 등 인권침해 사건(고 전의규 등 7명)’을 상정 의결하며, 피해자들에 대한 진실규명과 별도로 당시 발포 책임자·고문 피의자·시신유기 가담자 등 가해자들의 사법처리 관련 일지와 판결 기록을 정리해 보고서에 담았다. 3·15의거 당시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발포를 했고, 4월11일 눈에 최루탄이 박힌 김주열 군의 주검이 마산 중앙부두 앞에 떠오르며 부정선거 규탄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해 4월26일 이승만 대통령 하야로 이어졌다. 진실화해위는 3·15의거로 인한 사망자가 16명, 부상자는 43명으로 집계하고 있다.
1961년 5·16 군사정변이 일어난 뒤 국가재건최고회의는 1960년 4·19 이후 부정선거 가담자와 야당 탄압·총기 발포·고문 행위자를 처벌하기 위해 세워진 특별검사부와 특별재판소의 기능을 정지시키고, 대신 혁명재판소를 만들어 이들에 대한 재판을 진행했다. 당시 혁명재판소는 “퇴산하는 군중을 추적 발포한 것은 공무 집행상 상당한 조치라고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결과에 있어서 지나치게 법익 균형성을 상실하는 명백한 살인”이라고 판단했지만 실제 처벌은 미미했다.
12일 한겨레 취재에 따르면, 1962년 4월18일 혁명재판소는 시위대에 무차별 발포를 한 마산경찰서 박아무개 경비주임에게 무기징역, 남성동파출소 김아무개 주임, 마산경찰서 이아무개 수사주임에게는 징역 15년, 마산경찰서 주○○·이□□ 순경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박 주임은 1964년 8월 징역 7년으로 감형됐으며, 나머지 발포 경찰들은 1963년 12월17일 가석방됐다.
발포 책임자로 지목받은 손석래 마산경찰서장과 서득룡 부산지방검찰청 마산지청장은 4·19 혁명 이후 10년 가까이 도피생활을 하다 뒤늦게 자수했지만 모두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3.15 부정선거를 실행한 혐의로 신도성 경상남도 지사, 최남규 경남경찰국장이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고문 경찰에 대한 처벌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고문 경찰 8~9명을 특정했지만, 마산 시민을 고문하고 김주열 시신 유기에 가담한 장한식 경사만 징역 7년을 선고받았을 뿐이다. 고문 경찰 의혹으로 도피 생활을 하던 노△△ 경위는 1960년 6월9일 변사체로 발견됐다.
진실화해위 3·15의거과 조유묵 과장은 “그동안 3·15 의거 보고서에 신청인 조사결과와 별도로 발포 명령자 등 가해자에 대한 대목이 들어간 적은 없었다”면서 “이러한 진상규명 작업은 ‘3·15 의거 참여자의 명예회복 등에 관한 법률’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조유묵 과장은 “다음에는 가해자들에 대한 행형기록을 국가기록원에 요청해 이들이 어떤 이유로 유·무죄가 되었는지를 분석해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3·15 부정선거 핵심이자 4·19 시위대에 발포 명령을 내린 최인규 내무부 장관은 4·19 직후 장면 정부 아래서 사형을 선고받고, 이듬해 5·16 군사정변 뒤 혁명재판에 넘겨져 1961년 12월21일 사형이 집행됐다. 1960년 특별검찰부가 특별재판소에 기소한 3·15 부정선거 가담자 등 인권침해 피의자는 263명이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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