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학교’ 정수기만 대장균 득실?…이유 따져봤더니

노준철 2024. 3. 1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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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학교 일부 정수기의 수질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습니다.

부산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 한 해 부산 돌봄센터와 아동센터, 어린이집 초·중·고교 등에 설치된 정수기 1,215대의 수질을 검사했습니다.

수질 부적합 판정을 받은 초·중·고교 정수기 13대에서 총대장균군이 '모두' 검출됐습니다.

정수기 수질 부적합 판정을 받은 학교를 상대로 보건환경연구원이 탐문(?) 조사를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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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정수기 물은 깨끗한데, 왜 대장균이 검출되죠? 정수기가 낡았나요?"
(보건환경연구원) "말씀드리기가 그런데… 사실, 정수기 물을 먹는 방법이 좀…"

■ 하필 '학교' 정수기만 왜 그랬을까?

부산지역 학교 일부 정수기의 수질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습니다.

부산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 한 해 부산 돌봄센터와 아동센터, 어린이집 초·중·고교 등에 설치된 정수기 1,215대의 수질을 검사했습니다. 이 전체 정수기 중에서 1,202대는 수질 기준 '적합' 판정을 받았는데, 13대가 수질 기준을 초과해 사용 중지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수질 부적합 판정을 받은 정수기는 물론 전체의 약 1%에 불과했지만, 뭔가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어린이집과 다함께돌봄센터, 지역아동센터, 대안 교육기관의 정수기는 수질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거든요. 여러 기관 중에서수질 부적합 판정을 받은 곳은 초등학교 1곳(정수기 1대), 중학교 1곳(정수기 1대), 고등학교 4곳(정수기 11대)으로, 모두 학교였습니다. 특히 A 고등학교는 무려 정수기 5대, B 고등학교는 정수기 4대가 수질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부산시 보건환경연구원 수질 검사 장면


■ 학교 정수기 총대장균군 검출 '화들짝'

수질 지표 검사항목은 먹는물관리법 시행규칙 제2조의2에 따라, '탁도'와 '총대장균군'이었습니다. 이상한 점은 또 있었습니다. 부유물질 등으로 인해 물이 혼탁한 정도 즉, '탁도'는 모두 기준치 이하였습니다. 먹는 물 기준은 0.5 NTU(Nethelometric Paultity Unit)입니다. 수질 부적합 판정을 받은 정수기 13대의 탁도는 최소 0.05 NTU~최대 0.19 NTU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즉, '탁도'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실외 직사광선이 비추는 곳에 설치됐거나 정수기 물이 오래되면 정수기 '탁도'가 나빠지는데요, 적어도 정수기 관리만큼은 '적절했다' 봐 집니다.

그런데 문제는 '총대장균군'입니다. 총대장균군 검사는 물 100 ml를 떠서 총대장균군 검출 여부를 따집니다. 수질 부적합 판정을 받은 초·중·고교 정수기 13대에서 총대장균군이 '모두' 검출됐습니다. 보건환경연구원은 즉각 사용 중지를 요청하고, 실태 점검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문제가 된 정수기에 대해 2차 수질 검사를 벌였습니다. 재검사에서도 수질 부적합 판정을 받은 정수기 6대는 급히 폐기 조치했습니다.

부산시 보건환경연구원 ‘총대장균군’ 검사 장면


■ 정수 꼭지에 '입'을 대서…

정수기 수질 부적합 판정을 받은 학교를 상대로 보건환경연구원이 탐문(?) 조사를 해봤습니다. 정수기 위생 관리 및 이용 실태를 점검한 결과, 공통점이 발견됐다고 합니다.

"우리 학교는 텀블러나 개인 컵을 유도하고, 1회용 컵을 쓰지 않아요."
"종이 컵을 다 썼나 봐요."
"일부 학생들이 급하니까 입 대고 마셔요."

정수기 오염 '비밀'이 풀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영유아 시설의 꼼꼼한 위생 관리와 달리, 초·중·고교에서는 위생 관리를 어느 정도 학생 자율에 맡기고 있죠. 그런데 문제가 된 정수기의 경우, 목 마른(?) 일부 학생들이 정수 꼭지에 입을 대고 물을 마신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수기 오염의 공통점이었습니다. 정수 꼭지를 손으로 만진 건 기본이고요.

부산시 보건환경연구원 수질 검사 장면


■친구 배 아프지 않게 '자기 컵'으로 배려를

별것 아닌 행동 같아 보이지만, 파장은 제법 큽니다. 정수 꼭지에 비위생적인 입이나 손이 닿으면, 미세한 총대장균군이 번지고, 심지어 정수기 내부 물까지 오염시키는 결과를 낳는 셈이지요.

좋은 물을 다시 채워 넣어도 소용없습니다. 청소·소독을 해도 총대장균군을 완전히 없애기 힘듭니다. 정수 꼭지를 타고 총대장균군이 내부로 번진 정수기는 폐기·교체해야 한다는군요.

부산시 보건환경연구원 건물 외경


학교에서 왜 배가 아플까? 뭐 잘못 먹었을까?
그 이유가 '정수기 물'일 수도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물을 갈고, 소독하고, 필터를 교체하고, 제아무리 관리 잘해도, 이용자가 비위생적으로 쓴다면 소용없어요.

목 마르죠? 급하죠?
좀 불편해도 자기 컵 써야 해요. 정수 꼭지에 입 대고 물 마시면, 친구 배가 아파요.

[그래픽: 김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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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준철 기자 (argo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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