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숙제로 모으기 시작”...2억 상당 삼국~고려 유물 기증한 농민
경북 의성의 한 농업인이 삼국시대 토기와 고려시대 도자기 등 개인적으로 수집했던 유물 수백점을 기증했다.
의성군은 우일농산 대표 유춘근(66)씨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고 13일 밝혔다. 의성 출신인 유씨는 지난 2001년부터 지역 특산물인 마늘 농사를 짓던 농업인이다. 유씨가 고대 유물과 인연을 맺게된 계기는 중학교 때 생물 교사가 내준 방학 숙제였다고 한다.
당시 이 교사는 “방학 중에 골동품이나 고서적을 찾아 개학 후 가져오라”고 했다. 의성 지역은 예로부터 고분 주변에서 토기가 출토되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학생이던 유씨는 이웃들을 수소문해 토기 등 골동품을 구해 제출했고, 이때부터 유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유씨는 고교 졸업 이후에도 이웃이 밭을 갈다 우연히 토기를 발견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찾아가 설득하거나 값을 치르면서 이를 수집해왔다. 유씨는 “어린시절부터 용돈을 모아 1만~3만원씩 이웃들에게 값을 치러 토기를 모았다”며 “가품이 있을까봐 중개업자를 통하지 않고 오로지 지역 이웃들이 발견한 물건만 샀다”고 했다. 이런 식으로 유씨가 소중히 모은 유물은 총 248점이다.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토기류 177점과 고려시대부터 근대에 제작된 청자와 백자 등 도자기류 71점에 달한다.
의성군은 유씨가 유물 기증 의사를 밝힌 뒤 전문가 3명을 통해 유물에 대한 감정 평가를 진행했고, 248점 모두 진품이라고 판정받았다. 감정 평가액만 1억 8000여 만원에 달한다. 한 전문가는 “개인 수집가가 모은 유물의 경우 보통 가짜가 많은데 유물이 모두 진품”이라며 “소장한 유물이 삼국시대부터 근대까지 다양한 시대를 아우르는 것도 매우 드문 사례”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유씨가 기증한 토기들이 삼국시기 의성 지역에서 만들어진 유물로서, 이중 원통형 굽다리 접시 등은 삼국시대 후기 유물로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고 입을 모았다. 이밖에도 고려 분청사기, 조선 백자 등 다양한 유물들이 기증됐다. 유씨는 “귀중한 문화유산을 한 개인이 소장하기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그 아름다움을 누리도록 하는게 더 가치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의성군은 유씨가 기증한 유물들을 모두 의성조문국박물관에 보관·전시할 방침이다. 특별기획전 이후엔 유물의 사진과 소개 글이 담긴 도록도 만들어 배포할 계획이다. 김주수 의성군수는 “소중한 유물이 잘 활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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