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黨 지지한 야당 표심 들어보니… “이재명 싫다” “尹 심판에 적임” “불쌍하다”
정치권이 ‘총선용 인재 영입’을 시작한 작년 11월. 여의도에선 ‘조나땡’(조국 나오면 땡큐)이란 말이 불처럼 번졌다. 자녀 입시비리·뇌물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비법률적 방법으로 명예를 회복하겠다”며 출마를 예고한 시기다. 2019년 조국 사태로 “진보의 민낯을 봤다”는 2030이 이탈한 지 4년여 만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조 전 장관이 출마해 야권의 사법리스크와 내부 혼란이 더 커질 것을 기대했다.
약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은 “조국과의 선거연합은 없다”며 거리를 뒀다. ‘문재인의 남자’와 ‘이재명의 민주당’이 양립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당 지도부 인사는 “출마를 막을 순 없지만, 바람을 일으킬 순 없다”고 했다. 그랬던 조 전 장관은 창당을 했고, 오는 4월 총선 판세를 흔들 최대 변수가 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두 자릿수를 넘겼다. 여의도 밖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이 뉴스1 의뢰로 지난 5~7일 실시한 비례대표 지지정당 조사(18세 이상 1000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14.4%)에 따르면, “정당투표에서 조국신당을 선택하겠다”는 응답은 15%였다. 국민의힘 비례정당(국민의미래)은 37%, 민주당 중심 비례정당(더불어민주연합)은 25%였다. 국민의힘 지지자의 90%는 국민의미래를 택한 반면, 민주당 지지자는 더불어민주연합(62%)과 조국혁신당(26%)으로 갈렸다.
조선일보·TV조선이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9~10일 실시한 조사(18세이상 남녀 500명, 휴대전화 가상번호 면접,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p)에서도 조국혁신당은 5개 주요 지역에서 15~24%의 지지율 기록했다. 정당투표시 조국혁신당을 선택하겠다는 답변은 ▲성남분당갑 19% ▲경기수원병 15% ▲경남양산을 20% ▲서울마포을 24% ▲인천계양을 24%였다. 5개 지역 모두에서 더불어민주연합을 앞섰다. 11일 공개된 KBS·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도 더불어민주연합은 16%, 조국혁신당은 17%를 기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재명보다 조국이 ‘尹 심판’ 더 유능, 표 덜 아까워”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조국 바람을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공천 파동에 대한 일부 지지층의 실망감이 여론조사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보다 사법리스크가 더 크다는 시각도 있다. 조 전 장관은 이미 2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원내에 입성해도 대법원 판결에 따라 당선 무효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대표 입장에서 대권가도에 ‘친문 적통 조국’은 최대 불안 요소다. 이번 공천에서 친문계를 일제히 솎아낸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때문에 민주당은 지역구와 비례 모두 몰아달라는 ‘몰빵’을 호소하고 있다. 다만 ‘반윤(反윤석열) 연대’ 가능성도 있다며 공개 비난은 자제 중이다.
그러나 조선비즈가 취재한 ‘여의도 밖’ 목소리는 민주당의 분석과는 달랐다. 조국 신당을 지지한다는 이들의 설명은 복잡하지 않았다. 상당수는 ‘야권 파이’를 키우는 게 목적이라고 했다. ‘이재명 방탄’에 치우친 민주당만으론 정권 심판을 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반명(反이재명) 정서가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분당(分黨)을 높이 평가하지도 않았다. 조국의 등장으로 그간 이재명 외 대안이 없던 상황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도 봤다.
민주당 맘에 안드는데 윤석열이 너무 싫어서 투표한다. 하면서도 찝찝하다. 근데 조국신당도 있으면 진짜 내 마음을 좀 더 표현할 수 있어서 표가 덜 아깝다.
30대·여성·서울 강서구
지역구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 좀더 공격적으로 윤석열 한동훈좀 때리면 좋겠다. (민주당) 자기들끼리만 싸우는 거 짜증난다.
40대·남성·서울 관악구
민주당 파벌싸움이 너무 심하다. 이재명 지지하긴 싫다. 그렇다고 이낙연당 찍으면 표 나뉘어서 이도저도 안 된다. 조국신당이 대안인 것 같다.
20대·남성·대구 달서구
문재인에 대한 그리움이 있는데 지금 민주당은 그냥 이재명당이다. 하지만 급한 건 정권교체다. 이재명이든 조국이든 지금은 상관없다.
40대·여성·서울 강남구
조국=윤석열 심판 아니냐. 이재명 안 좋아하지만 민주당 투표는 ‘그냥 윤석열 싫어서’이고, 조국신당 찍는 건 뭔가 적극적인 ‘윤석열 심판’같다.
30대·남성·화성 동탄
◇“타격감 없는 사법리스크, 檢 정권 부작용”
‘너무 긴’ 재판이 조 전 장관에게 도움이 된 측면도 있어 보였다. 응답자 상당수는 조 전 장관의 사법리스크를 더 이상 ‘리스크’로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다. 조 전 장관의 각종 의혹이 나온 것은 5년 전 문재인 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직후부터다. 자녀가 고교 때 의학 논문 1저자로 등재돼 대학 입학을 보장 받고, 의학전문대학원에서 낙제를 하고도 장학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위조 표창장’을 자녀 입시 때 제출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장관 본인은 대통령 지인의 금품 수수를 보고 받고도 감찰을 무마하거나, 측근을 통해 발급한 아들의 가짜 인턴증명서를 대학원 입시에 쓴 혐의도 받았다. 1심 선고까지만 3년이 걸렸다. 올해 2월 항소심에서도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그런데도 조 전 장관에 대한 동정론이 커졌다. ‘내로남불’ ‘뻔뻔하다’는 응답도 있었지만, 이재명·윤석열보단 낫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었다.
불쌍하잖아. 일가족을 거의 몰살한건데. 저렇게까지 할 일이냐. 한동훈 딸은?
40대·남성·성남 분당
죽을 죄도 아니고, 설사 진짜라고 해도 그럼 정치인들은 더 낫냐. 지긋지긋하게 때리니까 오히려 ‘타격감 제로’다.
30대·여성·서울 관악구
더 나쁜 놈들이 조금 나쁜 놈 죽이려 하는 거 아니냐. 조국이 좀 불쌍해보인다.
60대·남성·충남 논산
잘못했지. 근데 조국 나락으로 보낸 정치인 중에 정작 떳떳한 사람 얼마나 될까. 이재명도 형수욕, 대장동 등 엄청 많다. 그래도 뭉쳐야 윤석열에 대항한다. 혼자만 살려는 민주당이 곱게 안 보인다.
20대·여성·서울 마포구
조국혁신당도 이런 여론을 주목하고 있다. 민주당을 탈당해 조 전 장관 측에 합류한 전직 청와대 비서관은 “좀 적당히 했어야지”라며 “조국을 때린 기준으로 한동훈, 윤석열 가족도 몰살할 수 있나”라고 했다. 조국의 등장이 진보 지지층의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민주당 지지율까지 견인한다고 봤다. 또 “이재명 본인 의혹이 너무 많아서 정권을 심판할 대안정당으로 인정을 못 받는다”며 “조국신당이 더 선명한 선택지가 됐다”고 했다.
이들이 가장 경계하는 건 ‘민주당 2중대’가 되는 것이었다. 문재인 청와대 또다른 전직 비서관은 “민주당과 합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물론 정치는 생물이지만, 민주당이 임종석·박광온·홍영표 다 쫓아냈는데 ‘문재인 시즌 2′ 조국당과 손 잡는 게 더 이상한 것 아니냐”라고 했다.
◇거리두던 양당, 조국黨 부상에 일제히 경계
민주당은 4년 전 열린민주당 사례처럼 총선 후 편입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열린민주당은 21대 총선 직전인 2020년 2월 손혜원·정봉주 전 의원이 주도해 만든 민주당계 아류 정당으로, 이듬해 12월 민주당과 합당했다. 이해찬 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전날 간담회에서 “앞으로 그쪽분들과 더 많이 만나 대화하고 방향을 조율할 기회를 갖겠다”고 했다. 비례연합 추진단장이 ‘연대 불가’를 공언한 지 한 달 만이다.
그간 국민의힘은 조국혁신당에 대한 언급 자체를 지양해왔다. ‘정상적인 정당’으로 인정하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해서다. 그러나 최근엔 공개 석상에서도 ‘조국’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전날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을 통해 범죄 혐의자들에게 국회 문을 열어준다”고 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조국이 발의한다는 ‘한동훈 특검법’은 어떻게든 권력을 찬탈해 본인의 범죄 혐의를 덮으려는 술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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