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가계대출 잔액 1100조 돌파…주담대가 주도
주담대는 전월대비 4조7000억 증가해 860조
대기업 대출은 2월 기준 12년만에 최대 증가폭
은행의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이 2월 기준 역대 3번째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면서 가계대출 잔액이 처음으로 1100조원을 넘어섰다. 제2금융권이 가계대출을 조이면서 전체 가계대출(전월대비 증감)은 11개월만에 감소했지만, 은행권의 금리 인하 경쟁으로 감소세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전월 보다 2조원 늘어 1100조3000억원(속보치)으로 기록했다. 2021년 2월 1003조1000억원으로 처음 1000조원을 넘어선 뒤 3년만에 1100조원을 돌파한 것이다. 2020년 2월 901조3000억원에서 1년만에 100조가 늘어난 것보다는 느린 속도다.
가계대출 급증은 주담대가 주도했다. 2월 주담대는 전월보다 4조7000억원 늘어난 860조원을 기록했다. 2월 기준으로는 해당 통계 속보치 작성 이후 2020년(+7조8000억원)과 2021년(+6조5000억원)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큰 증가 폭이며, 12개월 연속 오름세다.
반면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239조1000억원)은 전월 대비 2조7000억원 줄었다. 대출자들이 명절 상여금 등으로 신용대출을 상환한 것으로 해석된다.
원지환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이어졌지만, 아파트 입주 물량 축소와 2월 영업일 감소 등으로 증가 규모는 1월 4조9000억원보다 소폭 줄었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과 신생아 특례대출의 영향은 아직 미미하다. 원 차장은 “스트레스 DSR 도입을 앞두고 대출 수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의미 있는 숫자라고 보기 어렵다”며 “신생아 특례대출도 신규보다는 갈아타기 수요가 많아 전체 가계대출 증감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향후 가계대출 전망과 관련해서는 “가계대출은 주택경기 향방, 정부의 (대출 관련) 지원·규제 정책, 금리 수준 등과 복합적으로 연결돼있다”며 “주택경기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태지만, 당분간 낮은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제2금융권 대출은 큰 폭으로 감소해 지난달 전체 가계대출은 줄었다.
이날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공개한 ‘가계대출 동향’에서는 은행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이 지난달 1조8000억원 줄었다. 지난해 3월(-6조5000억원) 이후 11개월 만의 감소다.
업권별로는 은행권에서 가계대출은 2조원 늘어난 반면 2금융권에서는 3조8000억원 줄었다. 상호금융(-3조원), 보험(-6000억원) 등에서 대출 감소 현상이 뚜렷했다.
2금융권 가계대출 감소 배경에 대해 원 차장은 “2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방 부동산 경기와 밀접한데, 수도권과 달리 지방 부동산 경기 부진이 한동안 지속돼 금융기관들도 자체 위험 관리 차원에서 대출을 조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업 대출의 증가세도 심상치 않다.
예금은행의 2월 기업 대출 잔액(1262조4000억원)은 한 달 새 8조원 늘었다. 2월 기준으로 2021년(+8조9000억원) 이후 역대 두 번째 증가 폭이다.
특히 대기업대출은 운전자금을 중심으로 3조3000억원 늘며 2월 기준 12년만의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중소기업은 은행의 기업 대출 확대 전략에 기업의 시설자금 및 명절자금 수요 등이 맞물리면서 4조7000억원 증가했다. 개인사업자의 대출도 1조1000억원 불었다.
한편 예금은행의 2월 말 수신(예금) 잔액은 2326조5천억원으로 1월 말보다 32조4000억원 늘었다. 같은 달 기준으로 역대 3위의 수신 증가 규모다. 금리가 고점을 찍었다는 인식과 함께 청년희망적금 만기 도래, 은행들의 자금 유치 노력 등으로 정기예금과 수시입출식예금이 늘어났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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