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사흘 앞두고···반푸틴 러시아 무장단체 3개, 러 영토 일제히 공격

선명수 기자 2024. 3. 1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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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방부는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접경 러시아 벨고로드를 습격한 친우크라이나 무장단체의 전차를 파괴했다며 영상을 공개했다. 러시아국방부제공/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대선을 사흘 앞두고 러시아인들로 구성된 친우크라이나 무장단체들이 러시아 영토를 일제히 공격했다. 러시아 당국은 ‘우크라이나 측 테러조직’과 교전을 벌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들을 모두 격퇴했다고 밝혔다.

12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에 반대하는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인들로 구성된 무장단체 ‘러시아 자유군단(FRL)’은 이날 우크라이나와 접한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를 공격해 일부 지역을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반푸틴 민병대인 ‘시베리아대대(SB)’와 ‘러시아 의용군단(RDK)’ 역시 러시아 서부 벨고로드주 등을 급습했다고 밝혔다.

이들 무장세력 중 FRL과 RDK는 지난해 5월에도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벨고로드를 공격, 러시아군과 수일간 교전을 벌인 바 있다. 벨고로드주 9개 마을 주민들이 대피할 만큼 대규모 교전이었다.

러시아 국방부는 전차와 장갑차로 무장한 ‘우크라이나 테러조직’이 이날 오전 3시부터 벨고로드 지역 세 방향에서 국경을 넘으려고 시도했으나 모두 격퇴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5시간 후 쿠르스크 지역에서 4차례 추가 공격이 있었으나 항공기와 미사일, 포병을 동원해 모두 격퇴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도 전날부터 자국군이 2개 지역 국경에서 방어전을 펴고 있으며, 234명 이상의 병력을 사살하고 전차 6대와 장갑차 20대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FRL은 이날 오후 재차 성명을 내고 “쿠르스크의 툐트키노 마을은 전적으로 해방군의 통제하에 있다”며 자신들이 러시아군을 물리치고 마을을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교전으로 일부 지역에서 민간인이 다치는 등 피해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벨고로드 주지사 바체슬라프 글라드코프는 교전으로 러시아 방위군 1명이 사망하고 민간인 10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쿠르스크시 역시 성명을 통해 “최근 벌어진 일들과 관련해 각급 학교의 원격 수업을 결정했다”며 “이 조치는 15일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는 그간 우크라이나에 거점을 두고 러시아 영토를 공격해온 반푸틴 무장단체들이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HUR)과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이들과의 연관성을 부인해 왔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산하 군사정보국 대변인 안드리 유소프는 “이들 민병대는 러시아 국민들의 독립적인 조직으로 자율적으로 행동한다”며 이번 공격이 우크라이나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의 5선이 유력한 대선이 불과 사흘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우크라이나가 공격을 지원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도 소식통 등을 인용해 2022년 창설된 FRL과 RDK가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과 연계돼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무장단체들은 공격 시점이 대선과 무관치 않다는 점을 시사했다. 알렉세이 바라노프스키 FRL 대변인은 “우리는 모든 동료 시민과 마찬가지로 푸틴의 독재에서 해방된 러시아를 꿈꾼다”면서 “대선은 주말이고 오늘은 작전의 첫날일 뿐이다. 가장 흥미로운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며 추가 공격을 예고했다.

SB 역시 “러시아에서 투표소와 투표용지는 허구일 뿐”이라며 “투표용지가 아니라 무기를 손에 들어야 한다”고 무장 저항을 촉구했다.

이날 러시아에선 벨고로드와 쿠르스크뿐 아니라 수도 모스크바,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브랸스크, 툴라, 오룔 등 최소 25개 지역이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을 받았다. 오룔에선 러시아 2위 석유기업 루크오일의 정유공장이 드론 공격을 받아 화재가 발생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리 군은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대공 방어 시스템도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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