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견제는 어디로… 영풍 `바람막이` 사외이사 돌려막기

장우진 2024. 3. 1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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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진 고문으로 대표되는 ㈜영풍이 주요 계열사에 또 다시 사외이사를 중복 선임해 '돌려막기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영풍 계열의 사외이사 중복 선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민연금은 2019년 영풍 주총에서 신정수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법령상 결격사유", 장성기 사외이사 선임건에 대해서는 "10년 초과 장기연임에 따른 독립성 훼손 우려"를 이유로 반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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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출신 최창원·前의원 정진섭
2명으로 4개 계열사 '중복 선임'
대주주 감시 역할 등 희석 우려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 영풍 홈페이지

장형진 고문으로 대표되는 ㈜영풍이 주요 계열사에 또 다시 사외이사를 중복 선임해 '돌려막기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들 인사는 대부분 관료·정계 출신으로, 독립성과 투명성이 중시되는 사외이사 본연이 역할이 희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은 오는 20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영풍 계열로 분류되는 코리아써키트는 25일 주총서 최창원 국제개발협력컨설팅협회 부회장을 사외이사로 각각 선임하기로 했다.

또 다른 영풍 계열인 인터플렉스와 시그네틱스는 모두 오는 25일 여는 주총서 정진섭 법무법인 로월드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각각 선임하는 안건을 다룬다. 4개 계열사의 신임 사외이사 자리를 두 명으로 채우는 셈이다.

최 후보와 정 후보는 모두 정계 출신으로 꼽힌다. 최 후보는 행시 36기로 국무조정실서만 10년 이상 몸 담았으며 농림국토해양정책관, 사회복지정책관, 총무기획관, 경제조정실장, 제1차장 등을 거쳐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원장을 지냈다. 정 의원은 서울대 법학과를 나와 1998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부대변인을 시작으로 오랜기간 정계에 몸담았으며, 17~18대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영풍 계열의 사외이사 중복 선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영풍과 코리아써키트의 심일선 사외이사는 이전 인터플렉스와 시그네틱스에서 사외이사를 지낸 바 있어 4개 계열사를 모두 거쳤다. 심 사외이사는 한국은행 출신으로 고(故) 노무현 대통령 시절 대통령비서실 정책자문위원을 지냈다.

신정수 인터플렉스와 시그네틱스 2곳에서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신정수 이사는 마찬가지로 영풍과 코리아써키트에서 사외이사로 지낸 바 있다. 신 사외이사는 행시 25기로 국무조정실서 외교안보심의관, 총괄심의관 등을 역임했다.

과거엔 장성기 사외이사가 영풍서 2009~2020년, 코리아써키트서 2003~2015년, 인터플렉스서 2005~2009년 기간 사외이사로 재직한 전례가 있다.

국민연금은 2019년 영풍 주총에서 신정수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법령상 결격사유", 장성기 사외이사 선임건에 대해서는 "10년 초과 장기연임에 따른 독립성 훼손 우려"를 이유로 반대한 바 있다. 또 작년 주총에서는 심일선 사외이사 재선임 건에 대해 "법령상 이사로서의 결격사유가 있는 자에 해당한다"며 반대했지만, 영풍은 이를 무시하고 그대로 통과시켰다.

사외이사는 독립성을 기반으로 대주주가 감시와 견제, 경영의 투명성 제고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다수 계열사를 옮겨가며 사외이사를 장기간 지내는 경우 이런 측면에서 물음표가 제기될 여지가 있다.

영풍의 경우 작년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전원이 100% 찬성표를 던졌으며 아직 사업보고서를 내지 않은 코리아써키트, 인터플렉스, 시그네틱스는 2022년 기준으로 불참을 제외하면 반대표가 1건도 없었다.

현 사외이사는 2020년 개정된 상법 시행령에 따라 상장사·비상장사 구분없이 두 곳까지 겸직 가능하며, 한 곳에서 최장 6년(계열사 포함 9년)까지 역임할 수 있다. 영풍 관계자는 "사외이사는 경력과 전문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선임하고 있다"며 "법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오일선 CXO연구소 소장은 "사외이사의 본래 취지는 경영진의 견제·감시가 주목적이지만 국내에서는 굴곡된 측면이 있다. 우호적인 인사를 영입하다보니 상당수 안건에 대해 찬성표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영입 과정에서 우호적인 편에서 보다 쉽게 안건을 처리하려는 것인지, 진정성 있게 사외이사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그 목적이 주안을 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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