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미국인 강제 추방…아프리카 영향력 약화에 깊어지는 미국의 고민
“장시간 구금” 미국 주장에 짐바브웨 “위선”
NYT “미국 노력 한계…중국·러시아 영향↑”
미국과 짐바브웨가 미국국제개발처(USAID) 직원 추방과 에머슨 음낭가과 짐바브웨 대통령 제재 등을 놓고 연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짐바브웨는 자국을 방문한 USAID 직원들을 ‘스파이’로 규정하며 내정 간섭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국면에서 중동에서의 영향력 약화를 경험한 미국이 아프리카에서도 고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짐바브웨를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 미국이 자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자신들의 가치를 강요하려 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며 최근 발생한 USAID 직원 추방 사건을 예로 들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달 짐바브웨 정부가 USAID 직원 4명을 강제 추방했다는 사실을 지난 8일 뒤늦게 공개했다. USAID 직원들은 당시 짐바브웨 민주주의와 인권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수도 하라레 등에 머물고 있었다.
서맨사 파워 USAID 사무총장은 성명을 내고 “짐바브웨 당국이 USAID 직원들을 언어적·육체적으로 위협했다”며 “이들은 밤새 구금돼 장시간 심문을 받는 등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 놓여 있었다”고 밝혔다.
짐바브웨는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조지 차람바 짐바브웨 대통령실 대변인은 현지 매체인 선데이메일과 인터뷰하며 “USAID 직원들은 당국 허가 없이 비밀스러운 정치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며 이들이 주로 야권과 시민단체 인사들을 만나 민감한 정보를 교환했다고 주장했다. 짐바브웨는 지난해 8월 대선에서 부정선거 논란 속에 음낭가과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한 이후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양국 관계는 미국 정부가 지난 5일 음낭가과 대통령을 포함한 짐바브웨 정부 인사 11명과 기업 3곳을 금과 다이아몬드 밀매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제재하면서 더 나빠졌다. 이에 NYT는 “전 세계 민주주의를 촉진하겠다는 미국 노력이 한계에 부딪혔다”며 “짐바브웨는 최근 몇 년간 중국·러시아와 가까워졌다”고 진단했다.
CNN은 전날 미국이 북아프리카 리비아에 10년 만에 대사관을 복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이 또한 아프리카에서 커지는 러시아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행보라는 시각이 다수다. 아프리카를 담당하는 마이클 랭글리 미군 사령관은 CNN에 “러시아가 리비아 전역과 아프리카 북서부에서 (미국을 겨냥한) 허위 사실을 퍼뜨리고 있다”며 “실제로 많은 국가가 러시아에 포섭되기 직전”이라고 지적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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