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반·비비고만두도 중국 쇼핑몰에서 구입하는 시대
중국 인터넷쇼핑몰의 부상… 알리 앱이용자 인터넷쇼핑 국내 2위
무관세 저가 판매 무기로 경쟁, 국내 물류센터 검토도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중국 인터넷 쇼핑 서비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국내 진출 이후 빠르게 이용자를 확보하면서 저가 전략을 내세워 시장을 장악한 쿠팡의 아성도 위협하고 있다. 부실한 서비스로 소비자 불만이 커지는 한편 국내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G마켓 제친 알리와 테무
지난 6일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스마트폰 이용자 표본조사 방식으로 중국 인터넷 쇼핑 서비스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 쉬인 3개 앱의 국내 이용자 수를 분석한 결과 지난 2월 알리 앱 이용자는 818만 명으로 역대 최대치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같은 달(355만 명)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지난달 기준 테무와 쉬인 앱도 각각 한국 사용자 581만 명, 68만명 을 기록해 역대 최대치를 보였다.
이는 국내 주요 인터넷쇼핑 서비스를 위협하는 수치다. 지난 2월 기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종합몰 앱 순위에선 쿠팡이 1위를 지켰지만 중국의 알리가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11번가였고 4위는 중국 서비스 테무가 차지했다. 그 뒤로 G마켓, 티몬, 위메프, GS샵 순으로 나타났다.
인기 비결은 초저가 상품
중국 서비스의 최대 무기는 가격이다. 인터넷에는 중국 서비스들과 한국 서비스의 가격 차이를 비교 분석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한 중국의 전자제품 브랜드에서 파는 차량 진공 청소기가 네이버 공식 스토어에선 4만4900원인데 알리에선 9000원대 판매하고 있다. 저가 오토바이재킷은 국내 쇼핑몰에선 16만7000원에 팔았는데 알리에선 13만 원에 판매했다.
알리를 써본 한 30대 이용자는 “중국 전자제품의 질이 많이 좋아졌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상품보다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이용한다”고 했다. 공산품이나 의류를 구매하는 이들도 많다. 블로그,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후기를 보면 국내에서 구매하는 제품도 '메이드 인 차이나'가 많아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품질이 크게 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한국으로 치면 '떨이' 정도 가격에 구매해 큰 불만을 느끼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해외 서비스지만 비교적 빠른 배송도 강점이다. 통상 일주일 정도면 배송이 완료된다. 중국 서비스들은 배송 기한을 단축하려는 시도도 이어가고 있다.
CJ제일제당과 제휴, 물류센터 설립까지 검토
중국 서비스들, 특히 알리의 공격적 행보는 이제 시작 단계다. 알리는 한국 기업 제휴에 적극적이다. 쿠팡에서 주기적으로 생필품을 사면서 단골 이용자가 되는 것과 같은 포지션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알리에는 CJ제일제당,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한국피앤지 등이 입점했다.
특히 CJ제일제당과의 계약은 큰 주목을 받았다. 납품 가격을 두고 쿠팡과 갈등을 이어온 CJ제일제당이 쿠팡과 계약을 끊은 데 이어 알리에 입점한 것이다. 알리는 CJ제일제당 입점을 맞아 특별 할인을 했고 비비고 브랜드 가격을 자사몰 대비 최대 43% 할인했다. 햇반 보통 사이즈(210g) 기준 24개를 1만9680원에 팔았다.
업계에 따르면 알리는 국내 기업들에게 입점·판매 수수료를 받지 않으면서 기업 제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알리에서 최저가로 판매하면 광고까지 해주며 최저가 할인을 유도하고 있다.
알리는 지난 4일부터 신선식품 판매까지 시작했다. 현재 알리에선 논산 설향 딸기, 부산 대저 토마토 등 과일을 구매할 수 있다. 이 역시 쿠팡이 선점했던 분야다.
레이 장 알리코리아 대표는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한국에 물류센터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국내에 물류센터를 확보해 보다 효율적이고 빠른 운송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중국 기업들은 국내 물류기업들과 계약을 맺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중국 기업이 직접 유통까지 진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급증하는 소비자 불만
중국 서비스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소비자 불만도 커지고 있다. 반품 요청이 거절되거나, 잘못 배송되거나, 품질에 문제가 있는 경우 등이다. 특히 환불이나 반품 절차가 까다로운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소비자연맹이 접수한 알리의 소비자 불만 건수는 456건에 달했다. 전년(93건)과 비교해 5배 가량 늘었다. 한국소비자원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원에서 진행한 알리익스프레스의 소비자 상담 건수는 673건으로 나타났다. 전년(228건)보다 3배 가량 늘었다. 올해는 1월에만 피해상담 건수가 212건에 달했다.
제조 유통업계 위기감
유통업계엔 위기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쿠팡을 비롯한 기존 인터넷쇼핑 업체들에겐 만만치 않은 경쟁자가 나타난 것이고, 쿠팡에 주도권을 뺏긴 대형마트 입장에서도 우려가 커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
정식 절차를 거쳐 수입하는 판매업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지적도 있다. 저가 해외직구 상품과 달리 정식 유통해 판매할 경우 관세가 부과되고 중간 마진이 생기다 보니 직구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기 어렵다. 문제는 알리나 테무에서 구매한 물건을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되파는 이들이 늘면서 판매업자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정부 대응은 '권익보호'와 '제재', 온플법 제동?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자상거래법을 개정해 해외 플랫폼 사업자에 국내 대리인 지정을 강제할 방침이다. 해외 사업자의 '고객센터' 역할을 하는 국내의 대리 사업자를 지정해 고객을 응대하거나 분쟁을 조정하는 등의 역할을 맡기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알리의 한국 법인인 알리코리아에 조사관을 파견해 전자상거래법과 표시·광고법 위반 여부 등에 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소비자 불만 처리, 제품 판매 과정에서 '광고'를 제대로 명시하지 않은 점 등을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중국 등 해외 서비스들이 국내 이용자의 개인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는지에 관한 조사에 돌입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추진하는 '온라인플랫폼법' 도입에 '역차별' 우려도 제기돼 정부 입장에선 고민이 커지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들이 소속된 디지털경제연합은 지난해 12월 “중국 알리가 국내 이용자 2위까지 올라온 상황에서 온라인 플랫폼 사전규제는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온라인 플랫폼에 사약을 내리는 것과 같다”며 반발했다. 한 인터넷기업 관계자는 “국내 기업에만 효력이 있는 규제는 역차별 문제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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