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타 공매도 반드시 잡겠다”…개미들과 ‘맞짱토론’서 약속한 금감원장
“ELS 손실, 금융사 직원 성과평가와 연동 검토”
13일 이 원장은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에서 열린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에 참석해 “불법 공매도·불공정거래에 대해 지속적으로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배터리 아저씨’로 유명한 박순혁 작가와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증권사 등 업계와 학계에서 참여해 정부의 공매도 제도 개선과 관련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간 박 작가와 정 대표는 정부의 공매도 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외국인과 기관들이 여전히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무차입 공매도를 이어가고 있는데도 당국이 손을 놓고 있다고 주장하며 금융당국, 특히 금감원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금감원장이 처음으로 이들을 포함한 개인투자자와 만나 공매도 관련 ‘맞장 토론’에 나선 만큼 이날 현장에는 50~60명이 몰려 준비된 자리가 모자랄 정도였다.
DMA는 기관투자자나 외국인이 주로 초단타 알고리즘매매를 위해 증권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거래소에 주문을 전송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 원장은 “시세에 관여할 의도가 있는 고빈도 거래 관련해 검사와 조사와 필요하다고 지적한 부분은 관련 실태를 점검하고 다시 한번 (진행 상황에 대해) 설명드리겠다”고 밝혔다.
또 시장조성자(MM)와 유동성공급자(LP)의 공매도 실태에 대한 재조사 계획도 밝혔다, 박 작가와 정 대표가 “MM과 LP가 결탁해 공매도 호가를 낮게 내놓고 시세를 조종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이 원장은 “지난해 상황을 점검했다고 해도 지금 또 여러가지 일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과거 점검한 것에 만족하지 않고 최근 사례 등을 다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 12월 MM과 LP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들의 공매도까지 전면 금지할 것을 요구하자 당시 실태조사를 벌여 불법 사례는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단, LP의 공매도 역시 전면 금지해야한다는 이들의 요구에 대해서는 금감원과 업계 모두 부작용이 크다며 확실히 선을 그었다.
패널로 참석한 정병훈 NH투자증권 패시브솔루션부문장은 “만약 LP의 공매도가 금지된다면 LP가 위험헤지(분산)를 위한 주식 공매도가 불가능한 만큼 ETF 매수가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 많은 투자자들이 매도할 때 상당한 손해를 감수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무차입 공매도를 원천 차단하는 전산시스템 구축과 관련해 이 원장은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감독원과 거래소가 무차입 공매도를 실효적이고 선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4∼5개 검토했는데 이 중 2∼3개로 범위를 좁혀 보고 있다”며 “한두달 내에 자세하게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 원장은 이날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올들어 1조2000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 홍콩H지수 ELS 사태와 관련해 “면밀히 감독 행정을 하지 못해 손실을 본 피해자들, 국민들께 고통과 불편을 드려 송구하다”며 “정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금융)업계의 신뢰가 훼손된 점도 유감스럽다”며 사과했다.
이 원장은 “직원들의 성과평가가 고객 이익에 연계되는 방안 등 미래지향적인 방안들을 심도있게 검토하고 있다”며 “업계, 학회, 전문가 그룹, 소비자가 모두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이달 중 구성해 연내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사들이 직원 성가평가에 ELS 판매 실적을 과도하게 반영한 것이 이번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만큼, 앞으로는 이들이 판매한 상품이 고객에게 손실을 끼칠 경우 성과평과에 연동되도록 해 수익률 관리에 나서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보상의 주체가 되는 금융사들에게는 최근 금감원이 발표한 분쟁조정 기준안을 수용하지 않고 소송전에 나설 경우 손익 측면에서 맞지 않다며 기준안에 따른 자율배상에 나설 것을 압박했다.
이 원장은 “(기준안을) 수용하지 못한다면 결국 법정에 갈텐데 세부적인 내용이 법원의 판단기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대형 금융사는 회사별로 수년동안 법률비용이 들텐데 과연 우리가 마련한 안이 그렇게까지 거액의 금융 비용을 들여서 진행할 정도인지 손익계산을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사들이 물어야 할 분담금 때문에 건전성이 악화되거나 ELS 피해 보상 자체가 해당 회사에 배임 이슈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이 원장은 “국내 은행 건전성과 수익성 지표가 양호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ELS 배상은 결과적으로 1회성 이벤트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배임 이슈에 해당한다는 것도 너무 먼 얘기”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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