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에 ‘기역’ 붙이니 신기해…“손주에게 엽서 쓰고파”

송인걸 기자 2024. 3. 1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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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에 '니은'을 붙이면 '안'이 되고, '기역'을 달면 '악'이 되는 게 신기해요. 배우는 게 이렇게 재미있는지 몰랐어요."

박정현 부여군수는 "우리 군은 2017년부터 7년 동안 97개 마을에서 1299명에게 문해교육을 했다"며 "적지 않은 나이와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한글교실에 입학한 학습자들을 응원한다. 이분들이 배움의 기쁨을 만끽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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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태안 한글교실 개설…문해·결혼이민자 대상 교육
부여군 한글교실 학생들이 지난해 마을 경로당에서 색칠수업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부여군 제공

“‘아’에 ‘니은’을 붙이면 ‘안’이 되고, ‘기역’을 달면 ‘악’이 되는 게 신기해요. 배우는 게 이렇게 재미있는지 몰랐어요.”

이금자(77·충남 부여군 은산면)씨는 부여군이 개설한 ‘찾아가는 한글교실’ 3학년이다. 이씨는 지난 2년 동안 공부해 변호사 아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소원을 이루고 자작시를 시화전에 내기도 했다.

한글을 뗀 그가 다시 한글교실에 다니는 것은 배우는 즐거움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수업이 없는 날은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는다. 그는 “시내버스도 어디 가는 건지 보면 안다. 글을 읽고 쓰는 것이 심학규씨가 눈 뜬 심경에 비유할 만하다”며 “올해는 여행을 가서 손주들에게 예쁜 엽서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부여군은 7년 차 한글교실을 지난주 개강했다고 13일 밝혔다. 11월까지 운영하는 한글교실은 이씨 같이 교육 기회를 놓친 비문해·저학력 성인에게 문해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 마을 단위로 10명 이상이 모여 마을회관, 경로당 등을 교실 삼아 수업을 요청하면 교사가 순회하면서 일주일에 두 번, 두 시간씩 연 80차례 교육한다.

한글교실은 읽기, 쓰기, 셈하기 등 기초 문해교육뿐만 아니라 생활 문해, 디지털 문해교육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생활밀착형 문해교육도 가르친다. 올해는 8개 읍·면의 10개 마을에서 140명이 수강 등록을 했다. 박정현 부여군수는 “우리 군은 2017년부터 7년 동안 97개 마을에서 1299명에게 문해교육을 했다”며 “적지 않은 나이와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한글교실에 입학한 학습자들을 응원한다. 이분들이 배움의 기쁨을 만끽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태안군 한글교실 수강생들이 지난 12일 개강식을 마치고 입학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태안군 제공

태안군은 지난 12일 태안군가족센터에서 수강생 23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글교실을 개강했다. 태안군 한글교실은 결혼이민자와 중도입국 자녀에게 한국어 학습을 해 문화 이해도를 높이고 안정적인 정착을 돕는다.

수업은 12월까지 40주 동안 주간반과 야간반으로 나눠 진행한다. 주간반은 한국어 능력시험(TOPIK) 1·2·3 과정, 야간반은 한국문화 이해 교육, 원거리 이민자를 위한 한국어 교육, 국적취득 한국어 및 면접 교육을 한다. 한 수강생은 “언어가 불편하면 생활이 어렵다. 한국말을 잘해 취업도 하고 아이들도 잘 키우고 싶다”고 소망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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