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비대위 "무리한 공보의 차출, 의료 현장 혼란 현실화"

전남대병원에 파견된 공보의 8명이 정식 근무를 시작한 13일 오후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 수술실에서 환자와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무리하게 진행된 정부의 공보의 및 군의관 파견으로 인해 의료현장 혼란과 지역의료 공백은 현실화됐다고 13일 주장했다.

의협 비대위는 "정부의 무리한 정책 추진으로 희망을 잃은 전공의들이 자발적으로 사직을 선택하면서 수련병원들은 어쩔 수 없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가 수련병원 전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바로 격오지 의료와 군 의료에 매진하고 있던 공보의와 군의관을 차출해 수련병원에 파견 보내는 것인데, 파견이 시작되자마자 우려는 현실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수련병원 파견에 차출된 공보의 중 상당수는 인턴도 경험하지 않은 의사들로, 병원 시스템과 업무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파견된 공보의와 군의관들은 제대로 된 숙소조차 배정받지 못해 자비로 숙박을 해결하고 있다는 사실도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주장하는 가장 큰 문제는 우려했던 대로 지역의료 공백의 문제가 곧 바로 현실화 됐다는 점이다.

이들은 "공보의 차출로 인해 의료 공백이 발생한 지역의 주민들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대정원 증원을 강행한 정부가 정작 문제가 생기니 지역 의사들을 빼다 서울 사람들을 살리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며 "현재 내놓는 대책들만 보아도 정부가 얼마나 의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라고 꼬집었다.

지역의료를 살리겠다고 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한 정부가 오히려 대도시와 지방의 의료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일 정부가 의료기관 설립 시 의사 배치기준을 개정해 전공의를 전문의의 2분의 1로 산정하는 식으로 병원의 전문의 비중을 늘리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정부는 정책 강행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교묘한 말장난을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아무리 큰 규모의 병원이라도 설립 시에는 부분적으로 운영을 시작하기 때문에 필요한 의사 인력이 많지 않고, 전공의 배정도 거의 되지 않는다"며 "배치기준을 굳이 개정하지 않아도 설립 초기에는 어쩔 수 없이 전문의 중심 병원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또 정부가 '의료기관을 설립할 때'의 의사 배치기준을 개정한다고 했으므로 이미 운영중인 의료기관들에는 이 기준을 적용할 수 없어 빅5 병원을 비롯한 대다수의 수련병원들은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협 비대위는 휴학을 선택한 상당 수의 의대생들이 현역 군 입대를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군 입영 대상자인 학생들은 어차피 장기 휴학을 할 것이면, 현역 입대를 하는 것이 낫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고, 이 상황이 현실화 될 경우 몇 년 후부터는 격오지와 군부대에서 의사를 만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