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충이 같아"…서른 넘게 취업 못한 청년들의 속사정

이아름 인턴 2024. 3. 1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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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형 외톨이'.

은둔 청년 지원단체 '안무서운회사' 대표 유승규는 "사회에서 한심한 존재로 굳혀진 이들도 '고립'을 원해서 선택한 것은 아니다"라며 "(칩거 생활이)익숙해지는 관성이 발휘될 때는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벗어나고 싶어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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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불 꺼진 방에서 누워있었다"
사회적 갈등·구직 실패 등 다양한 계기
"은둔 경험…누군가에게 희망 되기도"
[서울=뉴시스] 유튜브 채널 '씨리얼'은 지난 8일 '1인분의 삶을 살고 있나요?'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사진= '씨리얼' 채널 캡처) 2024.3.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아름 리포터 = '은둔형 외톨이'. 사회적 접촉을 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고립을 선택한, 칩거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5명의 청년이 은둔과 고립에 둘러싸여 장기 미취업자가 된 배경에 대해 입을 열었다.

13일 유튜브에 따르면 '씨리얼'(구독자 36만명) 채널은 '1인분의 삶을 살고 있나요'라는 제목의 영상을 지난 8일 게재했다. 영상에는 5년 이상 취업하지 않고 은둔 생활을 한 청년들이 출연해 은둔 계기를 밝혔다.

영상에 따르면 A(남·28)씨는 "대학원에 진학하고 지도교수와 갈등이 생겼다. 중퇴하고 법정 싸움까지 했다"며 "방 안에 스스로 가뒀다. 화장실을 가야 하거나 밥 먹을 때 말고는 방 안에 불을 꺼둔 채 계속 누워만 있었다"고 말했다.

B(여·30)씨는 "대외적으로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이었다. 실상은 침대에 누워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며 "대학 동기들이 대기업에 많이 가서 나도 당연히 갈 거라고 했는데 실패했다. 못 간 게 아니라 안 간 거라고 하면서 안정적인 공무원을 할 거라고 했다. 그 자체가 회피였다"고 털어놨다.

미취업 기간 7년인 C(여·33)씨는 성폭력 범죄 피해 후유증으로 은둔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사람을 대하는 게 예전과 같지 않아졌다. 내가 식충이같이 느껴진다. 부모님 냉장고를 축내는 것 같아 죄책감이 심하다"고 고백했다.

또 취업 공백기에 관한 면접 질문이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그 순간이 무서운 것 같다. 솔직하게 얘기하면 안 붙을 것 같은데. 그런 (은둔 생활을 한) 사람이랑 일하고 싶을까"라며 의구심을 표했다.

이외에도 '반복되는 구직 실패', '스트레스성 폭식으로 인한 자존감 하락' 등의 이유도 나왔다.

은둔 청년 지원단체 '안무서운회사' 대표 유승규는 "사회에서 한심한 존재로 굳혀진 이들도 '고립'을 원해서 선택한 것은 아니다"라며 "(칩거 생활이)익숙해지는 관성이 발휘될 때는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벗어나고 싶어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은둔 청년 지원 프로그램 참여자를 모집했을 때 가장 성과가 좋았던 플랫폼은 '알바천국'이었다. 의욕도 없을텐데 알바천국에 많이 모집된 게 실 비상식적 아닌가"라고 부연했다.

'안무서운회사'의 은둔 청년 지원프로그램 '은둔 고수'는 은둔 경험이 있는 청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스펙 삼아 현재 은둔 상태에 있는 청년들에게 희망을 전한다. 누군가의 은둔 경험이 스펙이 되는 것이다.

유대표는 "스펙적으로 위축돼 있는 사람들이니까 (이전에는) 치장해 주는 존중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고유의 경험이자 스펙이다. 54만명의 청년들이 고립해 있으면 은둔 경험을 스펙 살려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겠느냐"라고 강조했다.

해당 영상은 이날 오후 기준 23만회의 조회수와 1400개가 넘는 댓글 수를 기록했다.

누리꾼들은 "사회구조 전반적인 문제다. 학업이 맞지 않는 사람 수도 상당한데, 공부 외에는 다양한 경험을 할 기회가 너무 적다", "블라인드(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다들 풍족해 보여서 내가 초라해 보인다. 실제 비율은 청년인구 중에서 적다", "우리나라는 이 나이에는 뭘 해야 하고, 이 정도는 갖춰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거기서 벗어나는 것도 힘들고, 이탈하더라도 다시 돌아갈 수 없다고 느끼는 공포도 크다" 등의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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