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모은다던 티빙에 ‘야구 팬’ 등 돌릴 판…기회는 10일 남았다
틀린 야구 용어에 자막 실수 속출…내실 없는 하이라이트
“무료보다 못하다” 불만 누적…“정규시즌엔 제대로 된 서비스”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티빙이 프로야구 뉴미디어 중계를 시작했다. 13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티빙이 한국프로야구(KBO) 중계를 시작한 지난 9일 티빙 앱 이용자는 185만 명으로, 넷플릭스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날 대비 13.2% 오른 것으로, 시범경기임에도 '모객' 측면에서는 효과를 본 것이다.
숫자는 긍정적이었으나, 주관적인 평가는 처참했다. 부실한 서비스 운영과 자막 오류가 논란이 됐고, 선수명과 야구 용어를 잘못 기재해 야구 팬들의 뭇매를 맞았다. '야알못(야구를 알지 못한다)' 중계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료화에 대한 불만도 누적되고 있다. 대대적인 비판을 마주한 티빙은 정규시즌 개막에 맞춰 제대로 된 중계 서비스를 갖추겠다고 약속했다.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는 티빙에게 남은 시간은 10일뿐이다.
'야알못' 중계 논란…3루수가 왜 득점을?
CJ ENM이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뉴미디어 중계권 계약을 체결하면서,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야구를 보기 위해서는 CJ ENM의 OTT인 티빙을 통해야만 한다. 시청은 '유료'다. 4월30일까지는 '무료 시청'의 길을 열어뒀지만, 5월부터는 최소 5500원(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을 내야만 야구를 볼 수 있다. 전례 없는 '유료 중계'에 대한 반발이 나왔지만 티빙이 '차별화된 서비스'를 약속한 상황에서, 야구 팬들은 시범경기를 보기 위해 티빙으로 모였다.
그러나 생중계에서는 기본적인 오류가 쏟아졌다. '세이프(SAFE)'를 '세이브(SAVE)'로, '희생플라이'를 '희생플레이'로 표기하는 등 기초적인 야구 용어를 잘못 표기했고, 타석에 들어선 한화 이글스 채은성 선수를 '3회 말 22번 타자'라며 타순이 아닌 등 번호로 소개했다. 3루 주자가 홈을 밟자 '3루수 득점' 자막이 나오는 등 자막 실수도 속출했다.
하이라이트 영상은 경기 5시간이 지나서야 올라왔다. 네이버가 이닝별 중요 장면을 경기 중 실시간으로, 경기 하이라이트를 경기 직후에 올리던 것과 대조됐고, 경기 핵심을 파악하지 못한 내용도 문제가 됐다. 다시보기나 하이라이트 등 영상의 제목을 '1화', '2화'로 표기한 것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상세 정보로 들어가야만 경기 날짜 및 팀 정보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이라이트 영상 태그에는 '꼴데'나 '칩성' 등 일부 팀들을 비하하는 표현들이 기재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현재 경기 관련 오류 사항과 해당 태그는 수정된 상태다.
구단은 시범경기를 통해 정규시즌을 위해 달려온 선수들의 실력을 점검한다. 물론 정규 시즌에 비해 무게감은 적지만, 시즌을 기다려온 팬들과 선수들에게는 가벼울 수만은 없는 경기다. 더군다나 최초의 유료 중계를 앞둔 상황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보여줘야 할 티빙이 프로야구를 중계할 기초적인 준비조차 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야구 팬들은 "티빙이 KBO를 안을 준비가 돼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고개 숙인 티빙…"물리적 시간 없었다"
준비되지 않은 중계 서비스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자, 티빙 측은 전날 오전 서울 마포구 CJ ENM 탤런트스튜디오에서 열린 'K-볼 서비스 설명회'를 통해 고개를 숙였다. 중계권 확보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스템 개발을 진행할 수 없어 물리적 시간에 한계가 있었으며, 생중계 상황에서 파트너사와 실시간으로 합을 맞추는 것이 미진해 실수가 일어났다는 설명이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이 자리에서 "주말 내내 실시간 대응을 통해 해결 가능한 부분을 조치했고, 남은 이슈들에 대한 개선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본 시즌 개막에 있어서는 반드시 제대로 된 중계 서비스를 갖춰 찾아뵐 것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1100억원이 넘는 누적 적자를 기록한 티빙은 연간 450억원을 투자하면서 프로야구로 승부수를 띄웠다. 쿠팡플레이가 축구 등 스포츠 중계를 무기 삼아 약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티빙은 충성도 높은 팬들이 많은 프로야구를 통해 유료 가입자 회원 수를 대폭 늘리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실제로 시범경기에서도 접속자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시청자 유입 효과는 확인했다.
문제는 시청이 이어질지다. 티빙은 프로야구 중계와 광고요금제를 통해 월 이용자 수(MAU) 1000만 명을 돌파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러나 야구 중계가 앞으로도 팬들의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오히려 티빙 플랫폼 자체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를 통해 유의미한 성장세를 꾀하겠다는 계획에도 차질이 생긴다.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현재 중심 서비스로 추진하고 있는 야구 중계에 대한 빠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급한 인력 충원에도 논란…트래픽 감당 가능?
최근 티빙이 스포츠 콘텐츠 영상 관리 및 인코딩 모니터링을 맡을 1~2개월 단위 계약직을 모집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부에 야구 중계 전문가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티빙은 두 달 전부터 채용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중계 서비스를 위해 추가 인력을 충원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최 대표도 "라이브 서비스에 대한 모니터링 인력이 더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티빙은 정규시즌 개막에 맞춰 모든 것을 준비해왔다는 입장이지만, 개막이 지나고 나서야 등장하는 서비스들도 있다. 라디오처럼 야구 중계를 들을 수 있는 '오디오 모드'는 내달 8일, 전 경기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실시간 멀티뷰' 서비스는 6월 중에 제공한다. 서비스를 당장 제공하지 않는 것은 개발을 순차 진행 중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티빙이 제시한 타임머신 기능이나 동시 시청 멀티뷰 등은 네이버 등 기존 무료 중계 플랫폼에도 있었던 기능으로, 유료 중계 서비스의 '차별성'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이에 대해 티빙은 "경험적으로 구분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규 시즌이 10일 남은 상황에서, "미국 메이저리그 같은 중계를 선보일 것"이라는 티빙이 과연 이전 플랫폼들과 다른 차별점을 보여줄 수 있을지, '최소 5500원'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일각에선 시범경기보다 훨씬 많은 이용자가 유입되는 정규 시즌이 개막할 경우, 트래픽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전택수 티빙 최고제품책임자(CPO)는 "티빙은 'AFC 아시안컵' 4강전에서 '200만 트래픽'을 감당했고, 분데스리가와 유로 2020 등 경기, 임영웅 콘서트 등을 진행하기 위해 서버를 탄탄하게 구축한 바 있다"며 "KBO 리그의 팬층이 두텁다는 점을 감안해, 중계를 앞두고 서버와 인프라의 가용량을 3배 확장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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