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극단적 양극화의 기형적 정치가 낳은 조국혁신당

연합뉴스 2024. 3. 1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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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당한 지 열흘밖에 안 된 조국혁신당이 최근 비례대표 투표 의향을 묻는 일부 여론조사에서 15%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일련의 여론조사 결과를 들여다보면 조국혁신당의 주된 지지층은 진보성향 유권자들로 나타났다.

조국혁신당의 '지민비조'(총선에서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을 찍는다는 의미) 전략이 상당히 먹혀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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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운하 의원과 조국 대표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창당한 지 열흘밖에 안 된 조국혁신당이 최근 비례대표 투표 의향을 묻는 일부 여론조사에서 15%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아직은 초기 판세이지만 이런 기세대로 가면 두 자릿수의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하며 원내 3당으로 약진할 것이란 전망까지도 나온다. 연초 제3지대 빅텐트를 외쳤던 개혁신당이나 새로운미래는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고 있다. 변동성이 큰 총선판이지만 분명 기현상이 아닐 수 없다. 당초 자녀 입시비리 등으로 비호감 이미지가 강한 조국 전 법무장관이 만든 당이어서 지지율 상승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측을 깨고 있다.

일련의 여론조사 결과를 들여다보면 조국혁신당의 주된 지지층은 진보성향 유권자들로 나타났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속칭 '비명횡사' 공천 파동에 실망한 야권 지지층이 제3지대 개혁신당이나 새로운미래로 가지 않고 조국혁신당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이른바 '개혁의 딸'에 앞서 민주당에서 팬덤정치를 이끌었던 강성 지지층이 주축이 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국혁신당의 '지민비조'(총선에서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을 찍는다는 의미) 전략이 상당히 먹혀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 편, 내 편을 심각히 가르는 기형적 정치에서 파생된 또다른 비정상적 현상이라 할만하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이런 현상이 그러잖아도 양극화된 한국 정치를 더욱 극단적 대결 구도로 몰고 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조국혁신당은 자녀 입시 비리와 감찰무마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다툼을 하는 조국 대표가 주도하는 당이다. 정당은 총선에서 정책 비전과 공약, 인물을 내놓고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조국혁신당은 선명성을 앞세워 윤석열 정권에 반대하는 강성 지지층을 더욱 강하게 결속하는 전략에 치중하면서 또 다른 팬덤정치로 흐를 소지가 다분하다. 조 대표가 22대 국회가 열리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부터 수사해야 한다며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한 것이 단적인 예다. 보복의 정치는 또 다른 보복의 정치를 부르면서 한국 정치의 건강성을 크게 훼손해왔음을 우리 정치사가 똑똑히 보여준다.

조 대표는 민주당을 탈당해 조국혁신당에 입당한 황운하 의원과 함께 비례대표를 신청했다. 황 의원 역시 울산시장 선거 개입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하급심이 유죄여도 상고절차를 통해 유무죄를 다툴 헌법상 기본권은 있고 이것이 정당 활동 자체를 제약할 근거는 못 된다. 그러나 재판 결과에 따라 실형을 살 수 있는 두 사람이 국회 입성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유권자 눈에 어떻게 비칠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2019년 극심한 국론분열을 초래한 조국 사태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조국혁신당이 의미 있는 원내정당으로 발돋움하고 싶다면 팬덤정치에 편승하는 대신 제대로 된 비전과 가치를 내놓고 선택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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