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안보, 공급망 안정화 넘어 공세적 산업정책으로 진화 중"…한경협 세미나
경제안보가 공급망 안정화 넘어 공세적 산업정책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13일 오후 한국경제인협회가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개최한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변화와 대응방안 세미나'에서는 2024년 글로벌 경제안보·통상환경 전망과 한국경제의 대응방안이 논의됐다.
지난달 산업부 제1차 산업투자전략회의에서 분석된 바에 따르면, 미국의 모든 수입품을 대상으로 현재 관세율에 일괄적으로 10% 포인트를 추가 부과하는 트럼프의 '보편적 기본관세' 공약 현실화 시, 우리 수출 약 23조원, 실질 GDP 최대 0.3%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비교적 근래까지만 해도 경제안보의 핵심이 공급망 안정화와 같은 수비적 정책이었으나 최근에는 경제적 강압에 대한 맞대응, 해외투자 심사, 경제안보의 제도화 등 공격적 정책으로까지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수출통제법을 통한 핵심광물 무기화 등 경제적 강압 조치가 시행되고 있으며, 이에 대해 G7 차원의 '경제적 강압에 관한 조정 플랫폼' 신설 등 공동 대응 노력도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허 교수는 막대한 기업보조금 지급, 산업 스파이 활용, 경제 의존성 무기화 등 중국의 조치가 이와 같은 경제안보의 글로벌 확대를 야기했다고 봤다.
그는 "경제안보가 적대국과의 기술 초격차 유지를 목표로 산업정책을 결합한 공세적 융합정책 개발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기술적 우위를 강화하기 위해 2022년 반도체 생태계 육성법안인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을 시행한 바 있다.
그는 또 한국형 경제안보 대응전략으로 'CHIPS'를 제안했다. 한국경제의 중장기 목표와 산업정책을 고려한 종합적인 경제안보 정책 디자인(Comprehensive), 글로벌 경제안보 영역의 핵심 참여자로서의 국제 연대 구축(Harmonize), 다각화된 금융지원 등 기업주도의 민관 공동전략을 통한 첨단산업 육성(Innovative), 기술유출, 산업 스파이, 공급망 교란 등에 대응하는 실효적 보호정책 수립(Protective), 정부기관 내 정책충돌 최소화 및 파트너국 간 경제안보정책 충돌 대비(Smart Way)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국제통상과 지정학 세션'에서 주제발표를 진행한스캇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위원은 "지정학이 무역 흐름의 결정적 조건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지정학적 경쟁관계에 있는 주변국이 마음에 들지 않는 정치적 선택을 하는 경우 무역을 보복 무기로 활용하는 동시에, 우방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주요 수단으로도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이재민 서울대 교수는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 등 핵심기술 분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업과 정부가 '팀 코리아'로서 협력해야 하며, 더 나아가 한미 협력, 한미일 삼각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외교부 경제통상대사)은 미중갈등으로 인한 통제조치들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특히 중국과 거래하는 기업은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자격 확보, 파트너 기업의 '우려 외국기관(FEOC)' 해당 여부 확인 등 공급망에 대한 세세한 정보분석과 함께, 원자재를 포함한 공급망 전체의 실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권유했다.
FEOC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내 규정으로 중국, 러시아 등 해외우려국과 비즈니스 관계가 있다는 이유로 친환경차 세액공제 혜택을 제한받는 외국기업을 뜻한다.
정철 한경협 연구총괄대표 겸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대외환경 변화에 치밀히 대응하는 한편,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어긋나는 법제도를 선진화해 기업과 우리경제의 경쟁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일본, EU 등 선진 경제권과 산업 공급망·첨단기술 협력 수준을 업그레이드해 나갈 뿐만 아니라 풍부한 자원·인구를 보유한 글로벌 사우스 국가(남반구 개발도상국)들과 협력을 확대해 우리기업의 수출시장·공급망 다변화를 모색할 것"이라며 "디지털·기후 등 글로벌 통상규범 형성 논의에 적극 참여해 우리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글로벌 규범이 형성될 수 있게 하겠다"고 전했다.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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