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자금도, 생계비도 털렸다…기획부동산 알박기·탈세 세무조사

이호준 기자 2024. 3. 13.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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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덕수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이 13일 국세청 세종청사에서 기획부동산·알박기 등 부동산 탈세 세무조사 실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국세청 제공

기획부동산업체인 A사는 개발 가능성이 없는 임야를 경매로 싸게 사들였다. 그리고 개발호재가 있다며 소액 투자자들을 모은 뒤 지분을 쪼개 고가에 양도했다. 해당 임야는 향후에도 개발될 가능성이 없고, 지분으로 소유하고 있어 재산권 행사도 어렵다. 사실상 투자자들이 투자한 돈 모두를 잃게 되는 상황인데, 국세청에 따르면 총 피해규모가 수백억원에 달한다.

피해자 중에는 연소득이 최저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사람, 70세 이상의 고령자도 다수 포함됐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들 대부분이 생계비 또는 노후자금을 활용해 토지를 취득한 것이라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13일 A사처럼 서민생활 피해를 야기해 폭리를 취하면서 탈세행위까지 저지른 부동산업자 등 96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우선 개발가능성이 없는 토지를 홍보해 소액투자를 유도한 뒤 폐업하는 수법으로 세금을 탈루한 기획부동산 혐의자 23명을 조사한다.

재개발 지역 내 주택·토지를 취득한 후 사업을 지연시키면서 거액의 차익을 거두고 양도소득세를 신고하지 않은 알박기 혐의자 23명도 조사대상에 올랐다. 이들 중에는 소유권 이전을 해주지 않고 개발을 방해하며 취득가액의 150배에 달하는 수십억원을 용역비 명목으로 뜯어낸 사례도 있었다.

재개발 지역의 무허가 건물 양도 차익을 신고하지 않은 투기 혐의자 32명도 조사한다. 무허가 건물은 등기가 되지 않는 점을 악용해 세금을 회피한 사례다. 또 부동산 거래 과정에 회계상 손실이 누적된 부실 법인을 끼워 넣는 등 편법으로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자 18명도 국세청 조사를 받는다.

국세청은 기획부동산의 경우 확정 전 보전 압류 및 현금징수를 통해 조세채권을 조기에 확보하는 한편, 조세포탈 혐의가 확인되는 경우 검찰에 고발하는 등 강력하게 조치할 예정이다. 또 ‘바지사장’을 내세워 영업하고 있는 기획부동산은 금융 조사를 통해 실소유주를 추적해 추징할 예정이다.

안덕수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최근 은퇴계층의 노후자금을 노리고 소액 투자를 유도하는 기획부동산 사기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주거 낙후지역 재개발을 방해하는 알박기 투기 후 관련 세금을 탈루하는 행태도 계속되고 있다”며 “서민 생활에 피해를 입히고 주거 안정을 저해하는 부동산 탈세에 대해서는 검증을 강화하고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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