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끓는 태국전 보이콧 목소리…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사퇴 압박 카드 현실화될까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지역 예선 홈경기를 앞두고 온라인에서 경기 보이콧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카타르 아시안컵 실패 이후 선수단 내 갈등과 감독 문제를 책임지지 않는 대한축구협회의 태도에 대한 반발이다. 정몽규 협회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카드로 대규모 보이콧이 실제로 이뤄질지 주목된다.
8만명 구독자를 보유한 축구 유튜브 채널 ‘사이삼일 4231’ 운영자는 태국전을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Leave Your Seat, 자리를 비워주세요”라는 문구가 담긴 포스터를 올리면서 “선수들의 행복과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정몽규는 자리를 나가고 관객들은 자리를 비워달라”며 “여러분의 하루 직관 즐거움에 선수들의 30년이 무너질 수 있다”고 썼다. 13일 현재 이 게시물에는 1만7000개의 ‘좋아요’와 20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국내 최대 인터넷 커뮤니티 중 하나인 ‘에펨코리아’에도 태국전 보이콧을 독려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분명 협회는 선수들을 또 방패삼아 선수들을 카메라 앞에 세우고 꼭 응원 와달라는 식으로 감정에 호소한 티켓팅 유도를 할 것”이라면서 “태국과의 일전에서 텅 빈 관중석과 플래카드를 통해 한국에서 지금 벌어지는 일을 외신도 주목하게 하고, 이번 흥행 실패의 원인이 한국 축구협회의 협회장과 무능한 인사들로 인해 벌어진 점이란 걸 해외에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대로 태국전 대규모 보이콧은 협회와 정 회장을 압박하는 카드가 될 수 있다. 우선 얼마나 관중들이 A매치 경기장에 들어차느냐에 따라 스폰서 수익이 달라진다. 친선경기를 포함해 어떻게든 최대한 많은 A매치를 국내에서 치르게 하려는 게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휑한 홈 경기 좌석으로 정 회장의 국내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특히 정 회장이 국제 축구 무대에서 다시 기지개를 켜려고 하는 시점에서 대규모 보이콧이 현실화한다면 큰 타격이다.
정 회장은 현재 공석인 동아시아 지역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에 단독으로 출마했다. 그는 앞서 2017년 국제축구연맹(FIFA) 평의원으로 뽑혀 약 2년 동안 활동했다. 하지만 2019년 FIFA 평의원에서 낙선하면서 아시아축구연맹(AFC) 부회장직에서도 내려왔다. 2023년 선거에서도 5명을 뽑는 선거에서 7명 중 6위에 그쳤다. 현재 정 회장이 국제 스포츠 임원의 자격을 얻으려면 단독 입후보한 AFC 집행 위원 선거에 당선되는 것뿐이다.
정 회장이 집행위원이 되면 협회장 4선 가능성도 커진다. 협회 정관에는 3선 이후부터는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임원 예외 심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예외 조항인 국제 스포츠 임원의 자격을 가지고 있다면 심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대규모 보이콧이 현실로 이뤄질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보이콧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협회나 정 회장이 아시안컵 실패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데는 많은 팬들이 동의하지만, 보이콧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협회는 또다시 빠져나간채 선수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표팀은 오는 2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태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지역 2차 예선을 치른다. 이어 26일 오후 9시 30분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원정 경기를 뛴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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