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만드는 조선사, 수소 만드는 석화 기업…‘신재생’ 입는 중후장대 산업

박상영 기자 2024. 3. 1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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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앞두고 정관변경 통해 신산업 진출 예고
롯데케미칼·포스코인터 ‘수소 관련 사업’ 추가
신재생에너지 분야 진출 HD현대· 한화오션
한화오션 해상풍력설치선. 한화오션 제공.

올해 주주총회에서 정관변경을 통해 신사업 진출을 예고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석유화학 업체가 수소사업에 속도를 내는 데 이어, 조선업체는 전력 생산과 판매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예고했다. 경기 침체 우려가 이어짐에 따라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려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는 모습이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석유화학 업체인 롯데케미칼은 오는 26일 주총을 열고 향후 청정 암모니아 관련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사업 목적에 ‘수소 및 수소화합물 등의 제조, 판매 등 사업’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암모니아는 수소와 질소를 결합한 화합물로, 수소를 그냥 액화할 때보다 약 1.7배 더 많이 저장할 수 있고 이미 암모니아 생산시설, 운반선 등의 인프라가 갖춰져 경제성도 높다.

수소 에너지는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미래 주요 사업군으로 점찍은 분야다. 롯데케미칼이 수소 사업으로 눈을 돌린 데는 기존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 산업이 좀처럼 회복하지 못한 데 따른 영향이 크다. 롯데케미칼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중국 경쟁업체의 추격 등으로 지난해 333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수소 에너지 사업에 총 6조원을 투자해 120만t 규모의 청정수소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내걸었다.

포스코인터내셔널도 사업 목적에 탄소 포집·활용·저장기술(CCUS)과 수소 및 수소화합물의 제조, 저장, 운송 및 판매업을 추가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 중 이산화탄소를 분리·포집해 저장하거나 활용하는 CCUS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지난해부터 관련 조직을 신설해 사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에 대한 수요 증가로 발전 분야에 진출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HD현대는 이번 주총에서 정관변경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중개, 매매, 공급업, 발전업 등 사업을 추가할 예정이다.

이는 RE100 달성을 위해 인근 유휴부지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등 재생에너지를 직접 조달하고 판매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HD현대는 2040년까지 주요 계열사 국내외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각종 선박과 해양플랜트를 만드는 한화오션도 사업 목적에 ‘발전 및 전력 판매’를 추가했다. 최근 한화오션은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재원으로 해상풍력에 30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회사 측은 장기적으로 해상풍력을 통해 생산한 그린수소를, 직접 제작한 운반선으로 운송까지 하는 밸류체인을 완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존 사업 분야를 확대하는 사례도 있다. 발전용 가스터빈 독자모델 개발 역량을 보유한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를 기반으로, 항공기 엔진 제작과 각종 엔진·추진체 보조기기류 부분품 제작에 나서기로 했다.

2차전지 소재를 제조·판매하는 포스코퓨처엠은 사업 목적에 2차전지 소재 ‘원료’ 제조·판매와 수출, 대행·중개업을 추가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으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되는 것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직접 원료 조달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회사 측은 “소재를 넘어 리튬, 니켈 원료까지 사업영역 확장을 대비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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