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월드코인과 테라·루나 공통점은 ‘불통’

김태호 기자 2024. 3. 1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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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채 코인'으로 이름을 알린 월드코인이 최근 돌연 한국 사업을 중단했다.

사업 출범 초기, 월드코인 측이 개발도상국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제대로 된 개인정보 수집 동의를 구하지 않거나 동의한 범위보다 더 많은 개인정보를 모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월드코인의 불통 행보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을 연상하게 한다.

여러 의혹에 해명을 못 하는 월드코인이 테라·루나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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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채 코인’으로 이름을 알린 월드코인이 최근 돌연 한국 사업을 중단했다. 신규 코인 지급을 멈춘 것이다. 공식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사업 재개 시점도 정해지지 않았다. 심지어 국내 파트너사에도 무기한 사업 중단에 대해 “본사 방침”이라고만 밝히고 자세한 배경은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가상자산업계에서는 ‘월드코인 수급 조절 목적이다’,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등 여러 추측이 나온다. 그러나 월드코인은 여전히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월드코인의 ‘불통’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세계 각국에서 쟁점으로 제기된 홍채 수집과 개인정보 침해 논란에 대해 시원하게 답을 내지 않고 있다. 사업 출범 초기, 월드코인 측이 개발도상국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제대로 된 개인정보 수집 동의를 구하지 않거나 동의한 범위보다 더 많은 개인정보를 모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심각한 윤리적 문제로 비화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월드코인은 지금까지 개인정보 문제와 관련, 홍채 데이터를 암호화한 뒤 보관해 안전하다고 밝힐 뿐이다.

오픈AI 창업자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지능 기술 발전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나 취약계층에 기본소득을 지급하기 위해 월드코인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큰돈을 어디서 마련하는지도 ‘깜깜이’다. 지난해 올트먼 CEO는 한국을 방문했다. 당시 올트먼 CEO를 만난 취재진은 월드코인의 재원 마련에 대해 질문했다. 올트먼 CEO는 “많은 사람이 월드코인을 발급받는다면 해결될 수 있다”며 엉뚱한 답을 내놓았다. 월드코인이 ‘폰지 사기’(신규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들에게 배당을 주는 다단계 금융 사기) 의혹을 지우지 못하는 이유다.

월드코인의 불통 행보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을 연상하게 한다. 권도형은 유망한 사업가로 이름을 알렸을 때부터 특유의 고집불통 태도가 여러 번 지적됐다. 영국의 한 경제학자가 테라·루나의 가격 연동 알고리즘의 실패 가능성을 지적하자 권도형이 “나는 가난한 사람과 토론하지 않는다”며 조롱한 사실은 유명하다. 닉 카터 코인메트릭스 의장과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 등 가상자산 분석에 일가견 있는 전문가들이 소셜미디어(SNS)에 테라·루나 알고리즘의 위험성을 공개 거론해도 권도형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주변의 우려와 비판을 귓등으로 흘려보낸 권도형은 테라·루나 폭락 이후 세계 각지를 떠돌다가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혔다. 이 사건으로 전 세계 투자자들이 입은 피해액은 약 59조원으로 추산된다. 테라·루나 사태는 가상자산 프로젝트의 불통 행보가 투자자의 현명한 판단을 방해하고 프로젝트 개선 기회를 없앤다는 사실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소통 없이 고립을 자처하는 가상자산은 투자자와 프로젝트 모두를 파국으로 밀어 넣는다. 여러 의혹에 해명을 못 하는 월드코인이 테라·루나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테라·루나 사태는 가상자산업계에 자정 작용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사업자는 불투명한 소통으로 투자자들의 판단을 흐리지 말아야 한다. 투자자들 역시 ‘이번에만 먹고 빠져야지’ 식의 마음가짐을 지양하고 건실한 프로젝트에 눈길을 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의혹투성이 코인에 돈이 몰리고 투자자들이 눈물을 흘리는 일은 다시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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