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쥔 미국 압박에…정부, 대중 반도체장비 수출통제 참여할 듯
미국 정부가 이달 말 구체적인 반도체 보조금 지급 규모를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보조금 발표를 앞두고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한 미국의 동참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참석 등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덜레스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곧 미국 정부가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발표 시점에 대해 “3월 말에는 발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현재로는 받는 것은 분명한데, 그 규모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기업의 미국 내 설비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반도체 생산 보조금, 연구·개발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은 개별 기업과의 협의에 따라 진행된다. 한국 기업 중에는 텍사스주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170억달러(약 22조3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삼성전자가 현재 상무부와 보조금 문제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조금 지급이 임박함에 따라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한 요구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그동안 미국 반도체 장비 업체들은 중국 판로가 막히면서, 한국과 대만 등 동맹국 역시 중국에 생산 장비 수출을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미국 정부를 압박해왔다.
정 본부장은 한·미 간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논의와 관련해 “반도체 장비의 수출 통제에 대해서는 한·미 간 그동안 협의가 돼온 상황”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사실 아직 공개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한국은 최근 수출 통제 근거 법률인 대외무역법을 개정해 향후 미국 주도의 다자 수출통제 체제에 참여할 수 있는 길도 열었다. 한국은 법규상 국제조약이나 국제기구를 통해 가입한 국제 수출통제 체제에만 참여할 수 있었다.
기존 대외무역법은 바세나르(WA), 핵공급국그룹(NSG),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호주그룹(AG) 등 대통령령으로 지정한 7개 국제 수출통제 체제에서 지정한 전략물자만 통제 대상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지난달 2월에 개정된 대외무역법은 전략물자의 정의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국제 수출통제체제”라는 문구 뒤에 “또는 이에 준하는 다자간 수출통제 공조에 따라 수출 허가 등 제한이 필요한 물품 등”이라는 조항을 추가했다.
실제 당시 관련 법안을 발의했던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중국 기술패권 경쟁 등을 계기로 무역안보 환경이 크게 변화했다”며 “전통적인 국제 수출통제 체제에서 합의한 전략물자 품목·기술이 아니어도 관리를 강화할 필요성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대외무역법 개정을 근거로 미국이 수출통제 참여를 요구했는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며 “구체적인 수출통제 체제에 대해서는 8월에 시행령을 통해 명확히 할 예정”이라고 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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