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집 낸 김제동 “여러분은 어떨 때 좋으시냐 여쭤보는 책”

송은아 2024. 3. 1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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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책은 제 시선이 밖으로, 사람들과 어떻게 살 것인가에 향해 있었다면 지금은 안쪽으로 들어와 있는 것 같습니다. ‘전 이럴 때 좋더라, 여러분들은 어떨 때 좋으시냐’ 여쭤보는 책입니다.”

방송인 김제동(사진)이 신간 에세이 ‘내 말이 그 말이에요’를 냈다. 전작 ‘그럴 때 있으시죠?’ 이후 8년 만이다. 13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출판 기념 간담회에서 그는 “요즘 방송이나 공연보다 집에서 살림하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아이(학생)들과 이야기(강연)하는 시간이 더 많다”며 “밥 해먹고 하다보니 시간이 진짜 금방 간다”고 근황을 전했다. 관람객에게 경복궁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는 강담사(조선시대의 이야기장)도 2년 가까이 하고 있다. 6년째 함께 사는 반려견 ‘탄이’도 일상을 바꿔준 존재다. 
“살림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잠시도 앉을 틈이 없습니다. 중간에 잠깐잠깐 연애도 하고 실패도 하고. 왜 웃으시는 거죠. ‘니가 연애를 했다고’ 이런 의미라면 진짜 큰일입니다. 저 생각보다 훨씬 더 방탕하게 살아요.”

신간에서 그는 꼬박꼬박 밥솥으로 밥을 지어 먹으면서 가끔 찾아오는 자기혐오를 녹여내는 일상, 꽃마다 피는 시기와 모양이 다르듯 생긴대로 각자의 찬란한 개별성을 응원하자는 제안을 담았다. 

책 제목을 ‘내 말이 그 말이에요’로 지은 이유에 대해 그는 “아이들과 얘기하다 가장 많이 쓰는 말”이라며 “누군가 내 이야기를 깊게 들은 사람이 내놓은 대답이 ‘내 말이 그 말이야’일 때 내가 상대에게 온전히 받아들여지는 느낌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간에서 그는 일상 속 사색과 성찰을 담았지만 사회적 발언은 자제했다. 그는 “이제 제가 그런 얘기 안 해도 제가 입을 열면 어떤 얘기할지 뻔히 아시지 않느냐”며 “이제는 (사회적)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많아졌고 전 어떤 말이 들려도 ‘내 말이 그 말이다’ 이야기하는 것이 맞지 않나, 그런 나이에 진입하지 않았나”라고 밝혔다. 그는 “저보다 뒤에 오는 세대를 편들어주는 세대가 되고 싶다”며 “‘맞다, 그럴 수 있겠다, 내 말이 그 말이다’라고 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은 아이들과 학교에서 만나 이야기하고 경복궁에서 사람들과 역사 이야기하는 게 제일 즐겁다”며 “그런데 제가 했던 다른 이야기들(사회적 발언) 때문에 그렇게 만나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느낌이 든다. 전 그러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사람들을 만나는 건데, 사람들을 만나는 데 그런 게 장벽이 된다면 굳이 책에 이야기해야 하나 싶었다”고 말했다.

“학교에서도 가끔씩 반대하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제가 가면 애들 물들인다고. 저는 그런 게 무섭고 싫어요. 그냥 아이들 만나러 가고 싶은 거예요. 반려견 ‘탄이’와 밥 먹는 작가로.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데 장벽이 되는 걸 만들고 싶지 않아요. 어느 순간 저와 만나면 자꾸 응원한다는 거예요. 전 그냥 웃긴 사람인데. ‘왜 요즘 티비 안 나와요’ 하셔서 ‘바빠요’ 이러면 ‘나도 알아, 힘내’ 이러시고. 어떤 분들은 그냥 노려보는 분도 계시고, 밥 먹는 데 와서 욕하는 분도 계시고. 어느 순간 문득, 늘 총선에 출마한 사람처럼 살고 있는 거예요. 제가 제일 잘 하는 건 사람들을 웃기는 일이고 그게 너무 좋은데, 그 일에 방해되는 일이 너무 많았어요.”

그는 경복궁 해설을 하고 역사에 관심을 가진 데 대해서는 “재밌어서”라고 했다. 김제동은 “40대 후반이라 약간 갱년기가 왔는데 갱년기 극복에 큰 도움이 된 게 이순신 장군이셨다”며 “48세에 전쟁을 시작하셨더라. 제 나이쯤 전라좌수사 돼서 마지막 전투를 치르셨다”고 설명했다. 
“그런 것들이 좋았어요. 이순신 장군께서 항상 말에서 내려서 사람들과 악수하고 이야기하고, 길가의 나뭇가지 꺾어서 방석으로 만들어서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장면을 봤어요. 지금으로 치면 되게 높은 사람이 경호 받으며 차 타고 가다가 차에서 내려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거잖아요. 와 이 시대에도 이랬구나 싶어서 재밌어서 좋았습니다.”

그간 내놓은 책들의 판매부수가 누적 90만부에 달한다는 그는 이번 책이 잘 팔린다면 ‘100만 작가’가 되는 것이라는 농담도 빼놓지 않았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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