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반성문 쓰기 바쁜 여야 후보들…공천은 ‘그대로’
野 ‘목발 경품’ 정봉주도 사과…이재명 “말 신중 기하라”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4‧10 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여야 모두 공천을 받은 일부 후보들의 '막말 리스크'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당사자와 당은 빠르게 사과하며 진화를 시도하고 나섰다. 해당 후보들에 대한 공천을 유지하는 동시에 상대 당 막말 후보로 화살을 돌리는 모양새다. 이러한 모습에 각 당내에선 수도권‧중도층 표심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대구 중남구에 공천을 받은 후 과거 '5·18 민주화운동 북한 개입설'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은 도태우 후보가 12일 SNS를 통해 두 차례에 걸쳐 반성의 글을 올렸다.
도 후보는 "국민 여러분과 당의 모든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당원 및 후보로서 5·18 민주화운동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전적으로 존중하며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존중하고 충실히 이어받겠다"고 고개 숙였다.
당초 논란이 커지자 공천 재검토에 들어갔던 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사과의 진정성을 인정하기로 결정했다"며 도 후보의 공천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러한 결정에 더불어민주당은 "국민 상식을 완전히 무시하는 공천"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부산 수영구에 공천을 받은 장예찬 국민의힘 후보도 같은 날 자신의 SNS에 과거 막말 논란과 관련해 "비록 10년 전 26세 때이고, 방송이나 정치를 하기 전이라고 해도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조심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이어 "더욱 성숙한 모습과 낮은 자세로 언행에 신중을 기하고, 오직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사과했다. 2014년 SNS에 '매일 밤 난교를 즐기고, 예쁘장하게 생겼으면 남자든 여자든 가리지 않고 집적대는 사람이라도 맡은 직무에서 전문성과 책임성을 보이면 프로로서 존경받을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지 않을까'라고 써 논란이 된 데 따른 것이다.
당 공관위는 장 후보에 대해서도 공천을 유지키로 했다. 발언 취지나 맥락에 있어 공천을 취소할 정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공직이나 당직을 맡지 않은 일반인 시절 한 발언이란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두 후보를 향해 공세를 펼치던 민주당에서도 막말 리스크가 터졌다. 서울 강북구을 경선에서 박용진 의원을 꺾고 공천을 받은 정봉주 후보가 과거 자신의 '목발 경품'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정 후보는 이날 SNS에 "과거 '목발 경품' 발언 직후 당사자께 직접 유선상으로 사과드리고 관련 영상 등을 즉시 삭제했다"며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마음으로 과거 제 발언에 대해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했다.
문제가 된 발언은 2017년 정 후보가 자신이 운영하던 유튜브 채널에서 한 것으로, 당시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북한 스키장 활용 방안에 대해 이야기 하던 중 "DMZ(비무장지대)에 멋진 거 있잖아요. 발목지뢰. DMZ에 들어가서 경품을 내는 거야. 발목 지뢰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 주는 거야"라고 발언했다.
이를 두고 2015년 8월 경기도 파주시 DMZ에서 수색 작전을 하던 우리 군 장병들이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 폭발로 다리와 발목 등을 잃은 사건을 희화화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정 후보의 사과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총선에 나선 후보의 가치관과 인식이 끔찍한 수준"이라고 맹비난했다.
여야는 잇단 막말 논란이 총선 막판 악재로 작용할까 앞다퉈 입단속에 나서는 분위기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몇 차례 전 당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잘못된 비유나 예시를 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 달라" "낮은 자세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언행을 해달라" "우리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를 국민께서 평가하고 계신다는 점을 항상 유념하자"고 당부했다.
민주당 선대위도 언행 주의를 당부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저를 비롯한 민주당 모든 후보와 당 구성원들도 앞으로 더 말과 행동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 역시 최근 유세 중 시민들에게 '2찍'(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을 찍은 사람들을 의미하는 멸칭) 발언을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해찬 상임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말 한마디 가지고 선거 판세가 바뀌는 경우를 여러 번 봤다"며 "그런 점에서 보다 신중하게 선대위를 운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막말 논란에 휩싸인 후보들이 반성문 작성 후 공천을 그대로 이어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안일한 대응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표심을 정하지 못한 수도권과 호남 등 험지 및 격전지 표심이 일부 이탈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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