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시달려 숨진 공무원…‘실명 저격’ 누리꾼 수사 받나

13일 김병수 김포시장과 유세연 김포시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이 김포경찰서에 수사의뢰서를 제출하고 있다. 이승욱 기자

항의성 민원에 시달리던 김포시 공무원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김포시가 가해 누리꾼들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김포시와 김포시청공무원노동조합은 13일 공무집행방해와 모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로 김포시 공무원 ㄱ(37)씨의 신상정보를 인터넷 카페에 공개하고 항의성 민원 전화를 한 누리꾼들을 김포경찰서에 수사의뢰했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이날 김포경찰서에 수사의뢰서를 제출한 뒤 “이런 일이 생겨서 가슴이 아프고, 막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라며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민원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포시는 ㄱ씨를 상대로 작성된 신상정보 공개 글이나 인신공격성 게시글을 갈무리 방식으로 모아 경찰에 제출했다. 다만 누리꾼의 신원이나 인원수를 특정하지는 않았다.

ㄱ씨는 지난달 29일 진행된 김포 한강로 포트홀 보수 공사와 관련해 항의성 민원을 받아왔다. 포트홀 보수 공사와 관련된 게시글이 올라온 김포지역 부동산 카페에는 ‘보수 공사로 차량 통행이 지체된다’는 등의 반응과 함께 ㄱ씨 실명과 부서, 직통 전화번호가 공개되기도 했다. ㄱ씨는 지난 5일 오후 3시40분께 인천시 서구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포시는 ㄱ씨에 대한 민원 전화가 조직적이었다는 점에서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있다. 김포시는 해당 공사가 진행된 지난달 29일과 지난 4일 ㄱ씨 내선 번호로 60차례 민원 전화가 이어진 것으로 파악했다. ㄱ씨와 민원인의 통화 시간은 약 2시간30분에 달한다.

이와 함께 누리꾼들이 사실과 다른 내용을 인터넷 카페에 올렸다는 점에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게 김포시 설명이다. 인터넷 카페에는 ㄱ씨가 공사가 진행되는 시간에 퇴근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ㄱ씨는 해당 글이 올라온 시간에 공사 현장에 있었고, 다음날인 1일 새벽 1시께 퇴근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