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드 파리’에선 춤추는 우리도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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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3월24일까지·이후 전국투어)는 도입부부터 눈을 의심하게 만든다.
뮤지컬 하는 지인 권유로 19살 때 오디션 보고 2009년 공연에 처음 합류했다.
그는 "고양이처럼 유연하게 착지한 뒤 공연을 다 마쳤는데, 나중에 신발을 신으려니 발이 부어서 안 들어가더라. 이후 '오홍학이 높은 데서 떨어지는 장면 멋있었다'는 관객 리뷰를 봤다. 사고를 쇼로 봐준 것이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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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저게 뭐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3월24일까지·이후 전국투어)는 도입부부터 눈을 의심하게 만든다. 시인 그랭구와르가 ‘대성당의 시대’를 부르며 서막을 여는 순간, 무대 뒤 거대한 돌벽에 뭔가가 붙어 오르락내리락한다. 자세히 보니 사람이다. 흡사 ‘태양의 서커스’라도 보는 듯하다.
프랑스 뮤지컬은 19세기 발달한 오페레타(경가극)의 맥을 이어 보통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뤄진 ‘성스루’(Sung-Through) 형식을 취한다. 또 노래하는 배우와 전문 무용수를 따로 기용한다. 무용수는 대사를 대신해 등장인물 심리를 표현한다. ‘노트르담 드 파리’에선 무용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까닭이다. 대표 무용수 3명을 지난 7일 공연 전 대기실에서 만났다.
이 작품에 출연하는 무용수는 댄서·애크러뱃·브레이커로 나뉜다. 댄서 황경미는 이번이 첫 뮤지컬이다. 8살 때부터 현대무용을 한 그는 국립현대무용단, 안은미 컴퍼니 등에 참여했다. 대한민국무용대상 대통령상도 받았다. “어릴 적부터 끼가 많아 뮤지컬도 해보고 싶었는데, 본업에 충실하느라 못했어요. 그러다 대학 선배 권유로 오디션에 도전했죠. 극 중 인물과 감정선을 나누면서 그걸 몸으로 표현하는 역할이에요. 안무는 대략 짜여있지만, 세부적인 건 그날그날 즉흥으로 하죠.”
애크러뱃 오홍학은 애크러배틱을 담당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태권도를 한 그는 세계태권도한마당 우승 경험도 있다. 뮤지컬 하는 지인 권유로 19살 때 오디션 보고 2009년 공연에 처음 합류했다. 이후 아시아·유럽 투어를 포함해 16년째 함께하고 있다. “벽 타고, 레펠 타고, 커다란 종도 타고, 텀블링도 해요. 관객들은 다칠까봐 걱정하는데, 요즘은 안전장치가 잘 돼 있어서 괜찮아요.”
브레이커 이재범은 타이거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비보이다. 14살 때부터 브레이크댄스를 했다. 한국 최대 비보이대회에 참가한 그에게 한 외국인이 “뮤지컬 해보지 않겠냐”고 말을 걸었다고 한다. 처음엔 거절했지만 끈질긴 제안에 “몇번만 하겠다”고 수락하고 2008년 국내 라이선스 초연에 합류한 게 오늘에 이르렀다. “브레이크댄스는 너무 딱딱해 보여서 부드러우면서도 기괴한 동작으로 바꿨어요. 매일 다른 동작을 즉흥으로 하는데, 비보잉의 상징인 헤드스핀과 에어트랙(두 손으로 번갈아 땅을 짚으며 다리를 들고 회전하는 동작)은 정해진 순서에 꼭 해요.”
이재범은 프랑스 오리지널 팀의 눈에 띄어 거의 모든 월드투어에 동참했다. 지난 3일 무려 1100회 공연을 달성했다. 그는 “한국보다 외국에 있을 때가 더 많았다. 큰 부상 없이 지금까지 해왔다는 점이 기쁘다. ‘너무 오래 하면 질리거나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냐’고 묻곤 하는데, 매번 동작과 감정이 달라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사고와 부상을 피할 수 없는 법이다. 이재범은 십자인대가 두번이나 끊어졌다. 오홍학은 3층 높이 벽에서 떨어진 적이 있다. 그는 “고양이처럼 유연하게 착지한 뒤 공연을 다 마쳤는데, 나중에 신발을 신으려니 발이 부어서 안 들어가더라. 이후 ‘오홍학이 높은 데서 떨어지는 장면 멋있었다’는 관객 리뷰를 봤다. 사고를 쇼로 봐준 것이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황경미는 무대에서 과호흡이 온 적이 있다. 그는 “한번은 콧물이 자꾸 나서 손으로 닦았더니 손이 빨갛게 됐다. 코피가 난 것이다. 그래서 급히 다른 친구가 대신 나갔다”고도 했다.
매 공연 죽을 것처럼 힘들어도 그만둘 수 없는 매력이 있다고 셋은 입을 모았다. “인물의 감정선을 몸으로 표현하기 위해 그 인물에 깊이 몰입하는 순간이 좋아요.”(황경미) “태권도로도 무대에 많이 섰지만, 여기선 실컷 놀 수 있어 재밌어요. 마이크만 안 찼을 뿐이지 노래도 열심히 부르거든요. 끝나면 목이 다 쉰다니까요.”(오홍학) “공연에 에너지를 다 쏟고 집에 가는 버스에서 병든 닭처럼 졸아요. 그래도 대충이 안 돼요. 다들 너무 힘든 거 아니까 서로 의지하면서 더 친해지는 것 같아요.”(이재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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