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제언] “책임있는 어른들, 젊은 의사들과 대화해 돌아올 길 터주라!”

에디터 2024. 3. 1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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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의-정, 국민이 치유 불가능한 상처를 입을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치 국면을 풀고 파국을 막을, 보건 의료계 인사들의 긴급 제언을 집중 연재합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전공의들이 떠난 자리를 온 몸으로 메꾸고 있는 의대 교수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환자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차분히 생각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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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갈등_전문가 릴레이 칼럼] 김영훈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의-정, 국민이 치유 불가능한 상처를 입을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치 국면을 풀고 파국을 막을, 보건 의료계 인사들의 긴급 제언을 집중 연재합니다.]

[김영훈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정년 퇴임을 했지만 모교 대학병원에서 환자를 계속 돌보고 있는 심장내과 교수입니다.

대통령께서 굳은 신념으로 추진하고 계신 의료개혁, 그 개혁의 대상이 된 의료를 40년 이상 천직으로 살아온 저입니다. 대한민국 의료가 미래 한국을 이끌고 모든 사람들이 소외되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그 뜻에 적극 공감합니다.

그런데 이 개혁을 완성해 내고 실제로 개혁의 혜택을 누려야 할 전공의와 학생들이 각자 있어야 할 자리를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들은 미래 의료를 이끌며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명의이자 학자요, 우리 모두의 주치의가 될 인재들입니다.

많은 이들이 전공의들과 의대 학생들이 서 있어야 할 자리를 떠난 이유에 대해서 비난만 했지,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마지막 보루인 의대 교수들이 분연히 나서려 하는 것에 박수를 보냅니다. 한편으로는 동료 교수들에게 미안하고, 한편으로는 자랑스럽습니다.

그러나 궁금합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전공의들이 떠난 자리를 온 몸으로 메꾸고 있는 의대 교수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환자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차분히 생각해 봅시다.

아무리 개혁의 당위성이 있다고 해도, 현재 치료 중인 환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곳곳에서 발생할 경우 누가 1차적인 책임을 져야 할까요? 이 자리를 떠난 전공의들인가요? 아니면 환자곁을 지켜 왔던 저희들인가요? 이를 준비 없이 밀어 붙인 정부일까요?

정부에게 묻습니다. 개혁을 이루는 방법이 현재의 밀어 붙이기 말고는 없을까요? 개혁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포퓰리즘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다시 튜닝을 하고, 전공의들이 왜 이렇게 온 몸으로 저항하고 있는지를 정부와 우리 국민 모두가 좀더 알려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의료개혁을 위해선 많은 분들의 지혜와 긴 호흡이 필요합니다.

이제라도 속히 대화의 장을 만듭시다. 젊은 의사들과 책임 있는 어른들과의 대화를 시작합시다.

이번 의료개혁 방안이 선진의료를 펼칠 수 있는 방안과는 너무 괴리가 크다는 것을 온 몸으로 저항하며 항변하는 전공의들과 의대 학생들이 이제는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어른들이 나서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전공의들도 있어야 할 자리로 다시 돌아 옵시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를 망각하며 살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지금 중환자실과 응급실에서 매일 병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환자들을 생각해 주십시요.

젊은 의사들과 학생들을 범죄자로 취급하고, 이들의 철저한 외면 속에 밀어 붙인 의료개혁의 끝이 과연 어디일까요? 이렇게 값비싼 희생을 치루더라도, 꼭 지금의 방식대로 개혁을 해야겠습니까?

이러한 상태가 벌써 3주 이상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좀 더 가면 우리는 버티기 힘들것 같습니다. 환자를 곁에 두고 하는 협박이 아닙니다. 생명이 조금씩 꺼져가고 있습니다. 현장의 소리를 들어 주십시오.

병원의 존재 이유가 과연 무엇입니까? 바로 생명입니다. 국민 여러분, 오늘도 또 내일도 이 생명의 끈을 이어갈 수 있게 도와 주십시요. 비 온뒤 더 단단해 질 대한민국 의료의 땅을 간절히 소망합니다.

김영훈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전 고려대의료원장)

에디터 코메디닷컴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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