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50만원’ 단통법 속도전에…소비자·알뜰폰은 반발, 이통3사는 ‘눈치 모드’
14일부터 휴대전화 번호이동을 할 때 현행 보조금에 더해 전환지원금을 최대 5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이동통신사들의 가입자 유치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들의 단말기 구입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로 시행되는 제도다. 정부가 ‘속도전’으로 밀어붙였지만 이해관계자들이 반발하면서 실효성에 의문이 계속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시행령 개정에 따른 ‘이동통신사업자 변경 시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지급 기준’ 제정안과 ‘지원금 공시 및 게시 방법 등에 관한 세부기준’ 개정안을 의결했다. 앞서 예고된 대로 통신사를 옮길 때 발생하는 위약금 등을 통신사가 대신 내주는 전환지원금 기준을 담고, 지원금 공시 주기를 주 2회에서 매일 변경할 수 있도록 바꿔 마케팅 자율성을 강화했다. 통신사들이 가입자 유치에 적극 나서라는 주문이다.
방통위는 “가계 통신비 부담이 획기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여론은 시큰둥하다. 기기변경 고객들에게는 딱히 혜택이 없어 이용자를 차별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시민단체와 알뜰폰사업자 등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은 지난 7일 방통위의 단통법 고시는 ‘이용자 갈라치기’라고 비판 성명을 냈다. 단통법이 그대로 있는 상황에서 시행령만 고쳐 법률적 충돌 문제가 있는 데다, 전환지원금 50만원의 근거도 모호하다고 서울YMCA는 비판했다. 또한 번호이동 의지가 없던 이용자까지 불필요한 단말기를 구매토록 유도하게 되면 결국 보조금 중심의 번호이동 시장이 과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YMCA는 “잦은 단말기 교체와 보급에 따른 가계통신비 증가와 자원낭비 등 부작용과 함께 단통법이 추구하는 가입유형 간 차별금지를 대폭적으로 확대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개정의 유탄을 맞은 알뜰폰 사업자들은 ‘존립 위기’로 보고 있다. 알뜰폰 이용자들이 이통 3사로 대거 돌아갈 것이라는 위기감에서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지난 8일 방통위에 반대 의견서를 내고 “이통 3사의 과점 구조가 더욱 강화돼 알뜰폰 사업자들의 통신비 부담 경감을 위한 그간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알뜰폰 사업이 고사될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환지원금이 과도하다면서 “이용자의 전환비용 분석을 거쳐서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로부터 통신비 인하 압박을 받으며 셈법이 복잡해진 이통 3사는 ‘눈치 모드’에 들어갔다. 정부에선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지만,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시 등 경쟁이 촉발될 계기가 없다 보니 애매한 상황인 것이다. 다만 사업자연합회를 통해 우회적으로 여론전에 나섰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는 지난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주요 기간통신사업자들이 지난해 취약계층 등을 대상으로 1조2604억원의 통신요금을 감면했다”며 “이는 국내 주요 산업과 해외 주요국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은 자신들의 기여를 강조함으로써 정부 통신비 대책에 따른 추가 부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미 통신시장이 성숙기에 들어선 상황에서 10년 전처럼 가입자를 뺏고 뺏기는 경쟁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방통위는 이날 알뜰통신사업자협회 등이 제출한 의견에 대해 정책시행 과정에서 우려 사항이 해소될 수 있도록 소통하고,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니터링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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